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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가 4전 전승의 완승을 거두면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이자, 프로야구 역사상 첫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운 시리즈다. 반대로 삼성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한 한국시리즈 징크스가 발동하는 악몽 같은 시리즈였다.
한국시리즈 MVP는 시즌 내내 부진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한 김준환이다.
1986년 전기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후기리그 4위로 내려 앉으면서 PO을 치러야 했고,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한 삼성 라이온즈는 감독을 김영덕에서 박영길로 교체하고 1987년에는 독하게 우승을 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 결과는 1987년 팀 타율 3할과 전기 및 후기리그 동반 제패의 위업이었다. 이 해 삼성의 전력은 타력이 워낙 막강했다. 팀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틈이 없었고, 23승을 거둔 김시진을 필두로 한 마운드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해 득점 2위였던 롯데 자이언츠보다 무려 150득점을 더 했다. 한마디로 87년의 삼성은 2014년 넥센 히어로즈와 비슷하게 타자들이 점수를 대량 뽑아주면 투수들이 무난하게 막아가는 스타일이었다. 다만 마운드는 김일융이 빠지면서 7팀 중 평자책 5위를 기록했던지라 투수가 중요한 단기전의 특성상 좋은 투수진은 아니었다.
전기리그 2위는 OB가 차지하면서 일찌감치 PO 진출권을 가져간 상황에서 전년도 우승팀인 해태는 다소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기리그 막판 삼성과의 2연전을 모두 이기면서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홈인 광주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 바람에 홈 경기를 전주에서 치른 해태는 3차전까지 1승 2패로 지고 있었고, 4차전도 9회말 2아웃까지 한 점차로 지고 있었지만, OB 유격수 유지훤이 느린 내야 땅볼을 대시하지 못하고 처리하다가 내야 안타를 만들어주면서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에서 승리하고, 이어 5차전까지 이기면서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막강한 전력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삼성과 PO를 5차전까지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해태를 비교할때 전년도와 달리 이번엔 삼성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 이유는 전국체전 일정으로 KS가 밀려버린 것. 즉 해태는 PO를 5차전까지 치르고도 10월 13일부터 20일까지 무려 8일이라는 긴 휴식을 취할수 있었다. 체력문제는 커녕 경기감각 면에서 해태가 우세한 상황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
1차전: 큰 거 한 방의 위력 (해태 승)
삼성은 선발로 김시진을, 해태는 선발로 김대현을 내세웠다. 승부는 1회초에 갈리고 말았다. 1회초 볼넷으로 나간 이순철이 도루를 시도했고, 삼성 포수 이만수의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주자는 3루까지 진루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김성한이 친 좌익수 뜬 공을 장효조가 히 드랍 더 볼을 시전하며 놓치는 바람에 해태는 먼저 선제 득점을 했고, 이어 한대화가 2점 홈런을 치면서 순식간에 점수는 3:0이 되었다. 삼성도 1회말과 2회말에 각각 한 점을 내면서 추격했지만, 3회부터 나온 해태의 차동철에게 8안타를 치고도 9회말에 한 점을 만회했을 정도로 꼼짝 못하고 눌리고 말았다.
1회 실책 속에 3점을 내준 김시진은 7회까지는 해태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8회초 김성한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이어 적시타를 또 내주면서 2점을 더 실점하며 경기가 기울고 말았다. 삼성은 9회말에 연속 3안타로 1점을 추격했지만, 차동철이 2사 1,3루 위기에서 그 해 홈런왕이었던 김성래를 땅볼로 막아내면서 먼저 1승을 챙겼다. 안타는 삼성이 더 많았지만, 해태는 홈런과 상대 실수를 묶어 먼저 기선을 잡았다.
2차전: 가을의 철벽, 김정수 & 선동렬 (해태 승)
해태는 선발로 김정수를 내세웠고, 삼성은 선발로 김기태를 내세웠다. 경기 자체는 치열한 투수전이라기에는 뭔가가 부족한 빈공의 연속이었다. 특히 삼성이 더 심했다. 해태가 1회 이순철이 나간 후, 도루 2개로 3루까지 진출한 후 김종모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득점에 성공했고, 2회에도 2사 1,3루에서 1루 주자 차영화의 도루를 잡겠다고 던진 이만수의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또 한 점을 냈다. 삼성은 1회말 공격에서 이만수의 적시타로 점수를 냈지만, 그 이상의 점수는 다시는 내지 못했다.
기회 자체는 삼성이 훨씬 더 많았다. 선발 김정수 상대로 안타 4개, 사사구 8개를 얻어내면서 찬스를 무수히 잡았지만, 그 때마다 범타나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찬스를 날렸다. 이날 놓친 찬스를 열거하면 3회 무사 1,2루, 6회 2사 1,2루, 7회 1사 2루 그리고 최후의 찬스였던 8회 1사 1,3루였다. 하지만 8회 1사 1,3루 찬스에서 삼성은 해태가 내세운 절망의 벽인 선동렬을 맞이해야 했고, 선동렬은 후속 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요리하면서 결국 팀의 승리를 지켰다.
3차전: 김준환의 홈런 (해태 승)
삼성은 권영호를, 해태는 신동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먼저 기선을 잡은 것은 삼성이었다. 1회초 공격에서 이만수가 2점 홈런을 치면서 앞서 나간 것. 그러자 해태는 곧바로 투수를 문희수로 바꾸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해태는 3회말 공격에서 김성한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후, 4회 김준환의 솔로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5회말 김봉연의 안타로 다시 점수를 내면서 4:2로 앞서 나갔다.
삼성은 9회초 최후의 찬스를 잡았다. 1회 구원 등판한 후, 삼성의 타선을 요리하던 문희수 상대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잡은 것. 구원 등판한 차동철 상대로 2사 2,3루의 기회를 잡은 삼성은 박승호가 친 타구가 1루 베이스를 맞고 빠지지 않고, 1루수 글러브에 들어가면서 동점을 만들 기회를 아깝게 놓치면서 시리즈 3패로 몰리고 말았다.
4차전: V3, 파죽지세 타이거즈 (해태 승)
벼랑에 몰린 삼성은 김시진을 내세웠고, 해태는 김대현을 내세웠다. 삼성이 먼저 2회초에 이만수와 이종두의 연속 안타로 선제점을 냈지만, 해태는 2회말 공격에서 바로 김시진을 두들기는 김준환의 2점 홈런이 나와 간단히 역전했다. 그리고 4회 이순철의 적시타로 기어이 김시진을 강판시켰다. 삼성도 5회초에 기회가 있었다. 볼넷과 안타,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만회한 후, 2사 1,3루의 찬스를 잡은 것. 그러나 여기서 1루 주자의 견제 때 홈을 파고들려던 작전이 실패하여 1루 주자가 먼저 아웃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 결국 경기는 해태의 손에 기울고 만다.
해태는 곧바로 이어진 5회말 공격에서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아 밀어내기 볼넷과 안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3점, 다시 6회말에 연속 5안타를 작렬하면서 또 다시 3점을 내며 승부를 완전히 굳혔다. 이 날 해태의 타자들은 14안타를 치면서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초의 선발전원안타 기록을 세웠다. 마운드에서는 5회부터 나온 김정수가 삼성의 타선을 묶으면서 경기가 끝나며 해태는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0.204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김준환은 3,4차전의 홈런 2방을 포함해 0.500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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