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1997년 열린 KBO 한국시리즈. 해태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대결. 당시 두 팀의 대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때마다 모두 우승한' 해태, '한국시리즈에서 패배 자체가 없는' LG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결과는 해태의 통산 9번째 우승. 한국시리즈 MVP는 93년에 이어 이종범이 차지했다. 


해태는 이해 패넌트레이스에서 2~5위인 LG, 쌍방울, 삼성, OB를 상대로 37승 1무 34패를 기록할 정도로 평타 수준이었지만, 현대, 한화, 롯데를 상대로 38승 16패를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롯데는 해태에게서 3승 15패를 기록, 해태의 패넌트레이스 우승을 도와주는 훌륭한 먹잇감이 되었다. 반면 LG는 해태에 10승 8패로 우위를 보이고도 쌍방울에 6승 12패, 삼성에 8승 10패를 기록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 해는 1~4위가 6게임 차이일 정도로 용호상박으로 치고 받았던 시즌이었던 것. 쌍방울 역시 해태와 8승 10패, LG에는 12승 6패를 기록했지만 삼성에게 5승 1무 11패를 기록했다. 삼성은 해태에게 7승 1무 10패, LG에 10승 8패, 쌍방울에 11승 1무 5패를 기록했지만 이 팀은 엉뚱하게도 이 해 6위였던 현대 유니콘스에게 7승 1무 10패로 발목이 잡혔다. 


이 한국시리즈는 "이종범 vs LG 트윈스"라고 불렸을 정도로 이종범이 홀로 공수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또한 이종범이 승부를 결정짓는 3홈런을 작렬하고, 홍현우, 김창희, 김종국이 4차전에서 나란히 홈런을 기록할정도로 장타력을 과시했고, 이대진이 2승, 임창용이 3세이브를 기록할 정도로 해태는 되는 집안이었다. 반면 LG도 해태와 충분히 해볼만했는데, 이해 해태에게 패넌트레이스에서 10승8패로 우위를 보였고 90, 94시즌 페넌트레이스, 코시를 석권했고 그 멤버들이 대부분 팀을 이끄는만큼 우승 DNA도 있었는데다, 해태와 페넌트레이스에서 1.5게임밖에 차이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상하리만치 경기마다 잘 풀리지 않았고, 결국 해태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상진은 5차전에 선발로 나와 완투승을 기록했다.


여담으로 당시 규정에 의하여 1, 2차전은 무등 야구장이 아닌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치뤄졌다.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서울 연고팀일 경우 순위에 상관 없이 1, 2, 5, 6, 7차전을 잠실에서 열도록 했기 때문.


이로 인해 해태는 KBO 한국시리즈 9번 진출에 9번 모두 우승이라는 기록을 작성한다.


그러나 이 우승이 해태 최후의 우승일 줄 누가 알았을까. 


김은식 작가의 "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이라는 책을 보면, 해태의 리즈 시절에는 호남 출신인 김대중은 엄청난 탄압을 받는 야인이었고,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 되자 해태가 본격적으로 막장화를 걸었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별세 이후(2009년 8월)에야 KIA가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고, 그 해에 우승(2009년 10월)한 것을 보면, 해태와 김대중의 운명은 묘하게 엇갈리는듯 하다.




1차전: 기선제압한 해태 (해태 승)


1차전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에이스 오브 에이스"라 불렸던 해태 에이스 이대진과 당시 LG의 에이스였던 "노송" 김용수의 선발 대결. 3회 볼넷으로 출루한 이종범이 2루 도루에 성공한 후 장성호에게 던진 포크볼이 원바운드되는 틈을 타 3루까지 출루한 후 최훈재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다. 이종범은 5회 2아웃에서 김용수의 변화구를 받아쳐 좌월 솔로 홈런을 기록한다. 


이후 해태는 6회 김창희의 1타점 적시타와 8회 장성호의 2타점 적시타 등 4점을 추가하며 경기를 매조지한다. LG는 해태 선발 이대진에게 6이닝 1실점으로 묶이는 빈공에 허덕인다. 박종호가 이대진으로부터 얻어낸 솔로홈런이 이 경기의 유일한 득점. 7회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이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세이브를 올린다.


해태 이대진은 전 해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투수의 영광을 누린다. 반면 90년과 94년 우승 당시 두 차례 모두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김용수는 이종범에게 5회 솔로홈런을 맞은 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8연승이 끝난 경기.




2차전: 2연속 타자 일순으로 반격한 LG (LG 승)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 장단 14안타로 10점을 몰아친 LG가 화끈한 타격으로 전날의 설욕을 한 경기. LG 선발 투수는 임선동, 해태 선발 투수는 김상진. 해태가 먼저 4회 초에 1점을 뽑으면서 앞서갔지만, LG는 해태의 바뀐 투수 이강철에게 4회 만루 찬스를 뽑아냈고 타석에 좌타자 동봉철이 등장하면서 해태도 투수를 김정수로 교체했고 LG도 우타자 노찬엽을 올렸다. 노찬엽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역전에 성공했고, 곧이어 이종범의 실책과 심재학의 좌월 2타점 2루타로 LG는 4회 대거 5득점에 성공한다.


승기를 뺏긴 해태는 박진철을 등판시켰고, LG는 5회에도 홍현우의 실책과 3안타 등을 묶어 대거 5득점에 성공, 점수를 10-1로 벌린다. LG 선발 임선동은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를 따냈고, 1996년 한국시리즈 MVP였던 이강철이 이 날의 패전 투수. 만약 LG 가 전날 1차전을 이겼더라면 한국시리즈 10연승으로 해태와 타이기록이 될뻔했고 시리즈 향방은 모르게 되었을것이다.




3차전: 바람의 아들, 이번에는 연타석 홈런 (해태 승)


유지현의 적시타로 1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LG의 천보성 감독은 선발 손혁을 조기 교체하고 김기범, 차명석을 투입해 5회까지 무실점으로 해태 타선을 막는다. 그러다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해태 이종범이 차명석의 공을 받아쳐 좌월 솔로홈런을 기록한다. 이후 1사 만루 찬스에서 마무리 이상훈이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지만, 7회 이종범이 다시 이상훈의 142km/h 강속구를 때려 우중월 연타석 투런홈런을 기록하며 역전에 성공한다. 뒤이어 해태는 홍현우와 김창희의 2루타, 최해식의 희생플라이로 8회 2점을 보태며 5대 1로 승리를 거둔다.


해당 시리즈 처음으로 광주 무등 야구장에서 열린 경기. 5회 2사부터 선발 조계현에 이어 구원 등판한 강태원이 8회까지 역투하며 승리투수를 챙겼고, 임창용이 세이브를 챙겼다. 패전투수는 이상훈.




4차전: 이대진과 임창용의 활약, 정상에 단 1승 (해태 승)


1차전에 이어 이대진과 김용수의 에이스간 재대결. 홈런 3방을 쏘아올린 해태의 장타력이 LG를 압도한 경기. 이대진은 7이닝 2실점으로 2승을, 김용수는 4이닝 3실점으로 2패를 기록했다. LG는 1회 1사 3루에서 서용빈의 2루 땅볼과 2회 1사 1,2루에서 신국환의 1타점 적시타로 2대 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해태는 2회 말 홍현우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추격했고, 3회 말에도 1점을 뽑으면서 추격했다.


곧이어 4회 말 신인 김창희가 김용수의 직구를 받아쳐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3-2로 역전한 해태는, 7회 말 김종국이 LG 구원투수 송유석을 상대로 좌월 2점홈런을 날리는 등 대거 4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LG는 9회 초 2점을 만회하며 반격했지만 2사 2루 찬스에서 박종호가 임창용에게 삼진을 당하면서 해태의 승리. 임창용은 이 날 세이브로 시리즈 3세이브째를 기록했다.




5차전: 아기호랑이, 완투승으로 해태의 V9를 마무리짓다 (해태 승)


LG는 선발투수로 2차전 승리투수인 임선동을, 해태는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3회에 조기 교체된 김상진을 선발로 올렸다. LG는 1회초 서용빈이 1타점 적시타로 유지현을 불러들이며 선취점을 얻는다. 그러나 해태는 3회 말 장성호의 1루 땅볼과 최훈재의 1타점 2루타로 역전에 성공한다. 뒤이어 4회 말 김종국의 중견수 앞 안타로 1점을 추가했고, 5회 말엔 2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3점을 추가하며 승부가 해태 쪽으로 기울었다.


이 날 경기는 잠실구장에서 오후 2시부터 열렸고, 날씨가 흐려졌다 비가 오다가 날씨 변동이 심한 경기였다. 그러다 다시 해뜨고.


9회까지 2안타 1실점으로 완투한 김상진이 승리투수, 4.1이닝 3실점의 임선동이 패전투수. 9회초 마지막에 박종호의 타구를 중견수 김창희가 잡아내면서 포수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던 故 김상진의 모습은 2009년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하기까지 타이거즈 팬들의 마음 속에 마지막 우승 장면으로 남아 있었다. 이 시리즈 MVP는 이종범. 이로써 이종범은 199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었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