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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7차전을 넘어간 한국시리즈. 


2004년 10월 21일~11월 1일까지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간에 진행되었다. 4승 3무 2패로 현대가 우승했고, 한국시리즈 MVP는 7경기 12⅓이닝 2실점 비자책점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어마무시한 성적을 거둔 조용준이 수상했다.


당시 KBO의 "10시 30분을 넘기면 9회 이상의 이닝을 치를 수 없다."라는 4시간 제한 규정 때문에 9차전까지 가버렸다. 11월 1일 열린 마지막 9차전은 폭우가 미친 듯이 내려서 선수, 코치, 감독들까지 다른 날 하자고 했으나, 이미 경기가 밀릴 대로 밀려버린 터라, 어쩔 수 없이 경기를 강행해야 했다. 빗속 조용준의 마무리는 명장면이었다. 선수들도 팬들도 비 때문에 너무 추워서 덜덜 떨며 봐야 했었다. 게다가 선수들도 장기화된 시리즈에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지쳐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대와 삼성이라는 재계 라이벌의 대결구도도 있었고 해태와 현대 왕조의 수장이자 1996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김응용 감독과 김재박 감독의 리턴 매치로도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김재박 감독은 무승부를 뺀 승패 순서를 그대로 재현하며 1996년의 설욕에 성공했다.


진기록이 많이 나왔는데, 일단 한국시리즈가 9차전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다시 보기 힘들 기록이고, 4차전에서 배영수가 10이닝 무실점 무피안타로 호투했으나 11회 교체, 거기에 경기를 승리하지 못하여 노히트 노런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대도 전준호의 한국시리즈 최초 홈스틸과 같은 경기에서 현대의 한국시리즈 최초 삼중살 등등.


9월 병역비리에 연루된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출장 정지되었다. 따라서 현대의 경우엔 마일영, 정성훈 등이 빠졌고, 삼성의 경우엔 윤성환, 정현욱, 지승민, 현재윤 등이 빠져 정규시즌 때와 비교하면 선수들 네임벨류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특히 전력누수가 심했던 삼성은 김영복, 박석민, 안지만 등 정규시즌에도 별 활약 없던 당시 신인급 선수들을 넣은 건 물론이고, 플레이오프 때 부상으로 출장 자체가 불투명했던 박종호까지 넣어야만 했다. 현대도 주전 3루수였던 정성훈이 빠져서 아예 클리프 브룸바를 3루수로 썼다.




1차전: 수비에서 판가름난 승부, 현대 첫 승 (현대 승)


1차전 답게 양 팀 현대는 에이스 마이클 피어리를, 삼성도 에이스 배영수를 선발로 기용했다.


4회말 리그 최고의 타율을 마크한 클리프 브룸바가 솔로홈런을 치면서 현대가 1점 앞섰다. 5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박진만은 번트를 댔고, 마침 타구는 투수 앞으로 굴러가 배영수는 2루로 송구했다. 그러나 송구한 공은 유격수 조동찬의 글러브를 맞고 떨어지면서 1루주자 심정수는 2루에서 세이프. 1사 1루의 상황이 무사 1,2루가 되었다. 이어 전근표의 희생번트와 김동수와 채종국의 연속안타와 전준호의 적시타로 현대는 3점을 추가했다.


삼성은 6회초 양준혁과 멘디 로페즈의 백투백홈런으로 2점차까지 따라잡았다. 그러나 7회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김재걸의 쓰리번트 실패에, 박한이의 병살타로 찬스를 날렸다. 이후 8회말 심정수의 2타점 안타로 현대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삼성으로써는 플레이오프 도중 부상당한 박종호의 결장이 아쉬웠다. 대신 2루수로 출장한 김재걸은 타격에서 부진했고, 유격수 조동찬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반면 현대의 주전 3루수 정성훈이 빠지면서 시즌 말부터 대신 3루수를 본 클리프 브룸바는 우려 속에서 마이너리그 때 뛰던 3루수비를 그런대로 잘 소화했다. 거기에 현대 유격수 박진만은 3회초 박한이의 안타성 타구를 백 헨드 케치 맨손으로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시키는 등, 화려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수비를 손보였다. 이렇듯 이미 내야수비에서 판가름 난 승부였다.




2차전: 힘만 뺀 4시간 사투, 첫 무승부 (무승부)


현대는 정민태를, 삼성은 케빈 호지스를 선발로 기용했다. 정민태는 전년도 한국시리즈 MVP였지만, 2004년에는 삼성을 상대로 1승 1패에 평균자책점이 6.75로 상당히 부진했다. 반면 호지스는 2승 1패에 평균자책점이 1.83으로 삼성투수 중 현대전에 제일 강했다.


정민태에게 강했던 삼성이 경기 초반부터 경기를 리드해 갔다. 1회초 1사 만루에서 김한수의 2타점 2루타에, 강동우의 내야땅볼로 1점을 더했다. 1회말 송지만이 솔로홈런을 쳤지만, 삼성은 2회초 다시 1사 만루를 만들며 정민태를 강판시켰다. 여기에 양준혁이 2타점 적시타, 로페즈의 희생플라이로 5점차로 점수를 벌렸다.


그러나 현대도 호락호락당하지만은 않았다. 2회말 김동수의 2점 홈런과 송지만의 연타석 솔로홈런으로 2점차로 따라붙었다. 6회초 박한이의 2점 홈런으로 삼성이 다시 4점차로 달아났지만, 6회말 송지만이 2타점 안타로 다시 2점차로 추격했다. 7회말에는 클리프 브룸바의 솔로홈런으로 1점차로 추격하고, 이숭용의 2루타와 박진만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에 기세가 오른 현대는 8회말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이숭용이 인필드플라이로, 심정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역전의 기회를 날렸다.


삼성은 임창용, 권혁, 권오준 등 필승계투조를 포함해 투수 5명을 투입하고도 승리를 지키지 못했고, 현대는 정민태가 2회도 채 소화하지 못하고 강판되며 6명의 투수를 기용했다. 양팀은 4시간 10여분의 혈투를 펼쳤으나 경기시간 4시간 제한규정에 따라 연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대로 9회말로 경기가 끝났다. 결국 8대8 무승부.




3차전: 삼성 타선 폭발, 1승 1무 1패 (삼성 승)


삼성은 김진웅을, 현대는 김수경을 선발로 기용했다. 참고로 둘은 1998년 프로 입단 동기 겸 라이벌


경기 초반에는 치열한 타격전 양상이었다. 1회초 이숭용의 적시타로 현대가 먼저 점수를 냈다. 1회말 박한이가 상대 3루수 클리프 브룸바의 실책으로 출루한 후 이어 김종훈이 2점 홈런을 치며 바로 역전했다. 이어 2회초 현대의 김동수가 우중간 2루타로 동점을 만들고, 2사 후 전준호가 2루타를 치면서 다시 현대가 앞서갔다. 그러나 바로 이어 2회말 삼성의 강동우가 2루타와 김수경의 폭투로 3루까지 진루하고, 진갑용이 좌전 안타를 치면서 다시 균형을 맞췄다.


3회말 양준혁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2루 도루를 하고, 이어 김한수의 적시타로 다시 삼성이 앞서갔다. 4회말 조동찬이 내야안타를 치고 강명구가 볼넷으로 진루하면서 현대는 박한이를 상대하기 위해 투수를 좌완 원포인트 김민범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김민범은 폭투로 주자들을 진루시켜줬고 박한이가 흔들리는 틈을 타 2타점 2루타를 치면서 점수차를 3점으로 벌렸다. 이어 김한수와 양준혁이 각각 5회말과 7회말에 솔로홈런을 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승리투수가 된 김진웅은 1998년 입단한 후 포스트시즌 첫 승을 기록하게 되었는데, 이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서 8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4차전: 배영수의 10이닝 노히트 노런, 두 번째 무승부 (무승부)


양팀 다 1차전 선발투수였던 에이스 배영수와 마이클 피어리가 선발로 등판했다.


결과는 0-0 무승부. KBO의 연장시간 제한 규정과 이닝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이 시리즈에서만 두 번째 무승부가 생기고야 말았다. 결국 삼성은 홈에서 1승 1무를, 현대도 홈에서 1승 1무를 거두면서 1승 1패 2무라는 위엄돋는 스코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앞서 무승부와 달리 이 경기는 임팩트가 있는 편이다. 이유인즉, 배영수의 10이닝 노히트 노런. 8회 2사까지 퍼펙트로 막고 탈삼진 11개를 잡는 등, 그의 구위는 이 때 최고의 절정기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결국 배영수는 여전히 0-0이던 연장 11회초 시작시에 마운드를 내려오게 되었고, 결국 그는 그 경기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삼성 팬들은 여전히 배영수의 이 투구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 배영수는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칭호와 약간의 까임방지권도 얻었다. 한편 현대 선발 마이크 피어리는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배영수의 10이닝 노히트 노런에 묻혔다.


여담으로 삼성팬들에게는 배영수의 노히트노런과 더불어 아쉬운 장면이 하나 더 있었다. 12회말 2사 만루 때 강동우 타석 때였다. 현대 마운드는 조용준이었는데, 조용준의 공이 강동우의 몸쪽으로 붙어왔다. 그대로 있었더라면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로 삼성이 이길 수도 있었는데, 그 순간 강동우는 공을 피했다. 물론 강동우로써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조용준의 공은 강동우의 무릎을 향해 왔다. 강동우는 신인 시절인 1998 시즌 말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몇 년간 재활로 시간을 보내며 무릎 부상은 한동안 그에게 트라우마였기에 본능적으로 피했다고 봐야할 듯하다. 결국 몸쪽 공을 피한 강동우는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었다.


또한 삼성팬들은 이 경기에서 박진만의 활약에 치를 떨었다. 7회말 2사 득점권의 찬스에 들어선 김한수가 현대 신철인을 상대로 친 타구가 마운드를 스치고 지나갔다. 관중은 물론이고 삼성 선수들도 중전안타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박진만이 2루 베이스 뒤로 슬라이딩하면서 공을 잡으면서 실점위기를 넘어갔다. 이 호수비 뿐만 아니라 8회초 2사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배영수의 퍼펙트를 저지했고 11회 배영수 대신 등판한 권오준을 상대로 안타를 치면서 팀의 노히트도 깨버리는 등, 이 경기 중 현대 타자 중 가장 큰 활약을 보였다.




5차전: 이름값을 한 심정수, 다시 앞서가는 현대 (현대 승)


삼성은 2차전 선발이었던 케빈 호지스를, 현대는 부진한 정민태 대신 신인이지만 뛰어난 구위를 보여준 오재영을 선발로 기용했다.


경기 초반부터 현대가 리드를 끌고 나갔는데, 그 선봉장은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에서 늘 이름값으로 떨쳤던 미스터 옥토버로 유명한 심정수였는데 2004년 라식 수술로 최악의 시즌을 맞이하면 이번 시리즈 마저 골골거렸었다. 그러나 1회 3점 홈런을 포함해 혼자서 4타점을 기록하면서 이날 현대가 낸 점수를 혼자 다 냈다. 한편 신인 오재영도 6회초 조동찬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은 걸 제외하곤 5⅔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4차전의 삼성 타선 침묵은 5차전에도 이어졌다. 6회 오재영이 홈런을 맞고 볼넷 2개를 내주며 교체되면서 삼성이 기회를 잡았으나 2사 만루에서 김한수가 신철인에게 삼진을 당하며 기회를 놓쳤다. 이후 9회 1사에 등판한 조용준이 연속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대익이 중견수 플라이를 치면서 경기가 끝났다.


한편 이날 전준호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출장 기록(37경기)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이순철의 36경기. 또한 전준호는 3회 2루타를 치면서 유지현이 갖고 있던 포스트 시즌 통산 최다 2루타 기록도 14개로 경신했다.




6차전: 사상 세번째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따라붙는 삼성 (삼성 승)


앞서 3차전에서 맞붙었던 김수경과 김진웅이 다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3차전에 부진했던 현대 선발 김수경은 4회까지 퍼펙트로 막는 등 7⅔이닝 동안 피안타 2개와 볼넷 2개만 허용하면서 삼진을 11개나 잡았다. 특히 3회 1사 후 강동우를 시작으로 5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면서, 선동열이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세운 4타자 연속 삼진 기록을 경신했다. 한편 삼성 투수진도 8회까지 현대 타선을 노히트로 막으며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팽팽했던 투수전은 9회말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싱겁게 끝났다. 9회말 1사, 진갑용이 교체된 신철인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갔다. 뒤이어 김한수가 2루수 앞 땅볼을 쳤는데, 2루수 채종국이 실책을 범하면서 1루 주자, 타자 주자 모두 세이프. 게다가 채종국의 실책으로 현대 내야진 모두 집중력을 잃은 틈을 타 진갑용은 3루로 내달리고, 김한수도 2루까지 진루했다. 원래대로라면 공수교대가 되었을 상황이 1사 2, 3루로 변해버렸다.


결국 현대는 만루 작전을 펼치기 위해 김종훈을 걸렀다. 김종훈의 후속타자는 멘디 로페즈였는데, 플레이오프 때의 활약으로 4번 타자라는 중책을 떠맡았지만 한국시리즈 동안은 부진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5번 타자로 출장했지만 2타수 무안타로 여전히 부진해 현대의 선택은 탁월해 보였다. 그러나 현대의 바람과 달리 로페즈는 볼넷을 골라냈다. 결국 끝내기 밀어내기로 삼성의 승리.


한편 플레이오프 4차전 때 허벅지를 다쳤던 삼성의 박종호가 17일만에 출장, 선발 2루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부상의 여파로 2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고, 결국 5회초 대수비 강명구로 교체되었다.




7차전: 세번째 무승부... (무승부)


삼성은 전병호를, 현대는 발등 통증으로 선발 등판을 미룬 바 있는 정민태를 선발로 기용했다.


선취점을 낸 것은 현대. 1회 전준호의 홈스틸과 2회에도 전준호가 적시타를 치면서 2점 앞섰다. 그러나 그동안 침묵하던 삼성 타선도 터지기 시작했다. 5회초에 로페즈, 김한수, 진갑용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만회했다. 무사 1, 2루의 기회에서 2루 주자였던 김한수가 견제사되기도 했지만, 강동우가 3루타를 치면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조동찬의 적시타와 박한이의 2루타로 2점차로 경기를 뒤집었다. 게다가 2사 만루 상황에서 현대 투수 전준호의 폭투로 3루 주자는 물론이고 2루 주자까지 홈에 들어오는 등 5회초에만 대거 6점을 득점했다.


현대도 6회말부터 반격을 나섰다. 이숭용의 우전 안타를 시작으로 전근표와 김동수의 연속안타로 1점을 만회했고, 대타 강병식이 3루타를 치면서 순식간에 1점차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전준호가 스퀴즈 번트를 성공하면서 6대6 동점을 만들었다.


당시 삼성 투수는 4회 1사에 전병호에 이어 등판한 임창용이었는데, 자타 공인 삼성의 수호신이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2차전 때 계투로 나선 후 2번째 등판이었다. 이전까지 팬은 물론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임창용의 등판 여부에 대해 설왕설래했는데, 결국 혼자 4실점을 한 임창용은 경기 분위기를 현대에게 넘겨주면서, 한국시리즈 동안 왜 기용되지 않았는지를 스스로가 증명했다.


동점을 만든 현대는 필승조인 신철인과 마무리 조용준을 투입해 삼성 타선을 묶었고, 삼성 역시 권혁, 박석진 등 계투진을 투입한데 이어 9회말에는 다음 경기 선발이었던 배영수까지 동원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러나 9회말 현대 공격이 끝난 순간, 10시 16분이 되면서 또 다시 4시간 제한 규정에 걸렸고 경기는 그대로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한편 경기 초반 진기록이 세워졌다. 1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양준혁의 타구가 1루수 이숭용에게 라인드라이브로 잡히면서 역대 한국시리즈 최초의 트리플 플레이가 만들어졌고, 1회말에는 삼성 투수 전병호가 1루 주자 클리프 브룸바를 견제하는 틈을 타 3루 주자 전준호가 홈으로 쇄도, 역대 한국시리즈 최초 홈스틸까지 기록했다.




8차전: 재박량의 신의 한수, 전근표의 한방! (현대 승)


1, 4차전 선발투수였던 배영수와 마이클 피어리가 3번째로 맞붙었다. 


2회말 심정수가 솔로홈런을 치면서 현대가 먼저 점수를 냈다. 그러나 이어 3회초 강명구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이어 김종훈이 홈런을 치면서 다시 역전한다.


1회초 마이클 피어리가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조기 강판되었고 배영수의 호투로 삼성이 경기 주도권을 잡아갔지만, 야구 몰라요. 삼성은 김종훈의 홈런 이후 4회말 1사 1,3루, 5회 무사 1루, 6회 2사 1,2루 등 3번의 득점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삼성의 불안한 리드가 계속해서 이어진 가운데 김재박 감독은 고심끝에 전 경기에서 강병식을 내새워 3루타를 쳐냈던 거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왼손타자 전근표를 대타로 기용했다. 그리고 전근표는 보란 듯이 배영수의 5구를 받아쳐 우월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내면서 경기를 다시 뒤집는다. 그리고 배영수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바로 글러브를 패대기 쳤는데 당시 배영수의 표정이 심히 굳어버렸다. 다음날 배영수는 기자들에게 "타구가 넘어간 외야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현대는 8회 마무리 조용준을 등판시키며 한 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한편, 이상열은 1차전부터 8차전까지 1경기도 빼놓지 않고 등판 출석 체크를 했다.




9차전: 빗속의 혈투, 현대의 V4이자 마지막 우승 (현대 승)


현대는 오재영을, 삼성은 김진웅을 선발로 기용했다.


경기 시작 1시간쯤 전인 4시 20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사상 유례없는 9차전 진행으로 KBO의 다른 일정도 연기되었던지라, 더는 미룰 수 없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대로 경기가 강행되었다.


1회말 김한수의 적시 2루타로 삼성이 먼저 1점을 냈다. 그러나 2회초 현대는 타자 일순을 하며 무려 8점을 뽑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숭용이 볼넷, 전근표가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고 이어 박진만의 적시타, 채종국의 2타점 2루타로 3점을 냈다. 이어 1사 2루에서 송지만과 전준호의 연속안타에 포수 진갑용의 2루 악송구까지 더해지면서 현대는 4점차로 점수를 벌렸다. 거기에 클리프 브룸바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심정수가 2루타를 치고, 이숭용의 내야땅볼을 1루수 양준혁이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등 3점을 추가, 7점차로 점수를 벌렸다.


삼성도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았다. 4회말 1사 만루를 만들면서 오재영을 강판시켰고, 김종훈의 2타점 적시타, 김한수의 적시타로 4점차로 추격했다. 6회말에는 선두타자 조동찬이 3루타를 치고, 이어 박한이의 내야땅볼로 득점하면서 3점차까지 따라붙었다. 8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경기 중단과 속개 후 대타 박종호가 볼넷으로 출루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이 다시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대주자 강명구가 찬물을 끼얹었다. 후속타자 조동찬이 안타를 쳤는데 1루주자였던 강명구가 3루에 멈춘 선행주자를 못 보고 3루로 가려다 태그아웃된 것. 결국 강명구의 어이없는 주루플레이로 인해 박한이의 땅볼로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현대 수호신 조용준은 8대5까지 추격당한 8회말에 등판해 1점을 내줬다. 이후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박진만의 실책쇼로 1점차까지 쫓겼지만 마지막 타자 강동우의 1루 땅볼로 이숭용이 잡아 베이스를 밟으면서 처리, 그렇게 역사상 가장 힘겨웠던 한국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다. 이로써 현대는 팀 창단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고 이게 마지막 우승이 되었다.


9차전은 그야말로 처절한 혈투였다. 경기 초반 계속 내리는 비로 마운드는 흙범벅이 되었고 결국 2회초에는 투구판에 흙이 엉켜 정상적인 투구를 할 수 없어 경기를 중단시켜 6분간 마운드를 재정비했다. 1회에는 폭투도 범했던 삼성 선발 김진웅은 2회 경기 속개 직후부터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2회말에는 현대 선발 오재영도 제구력 난조로 나광남 구심의 얼굴을 직격했다. 투수가 심판을 직격한 건 전대미문의 불상사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8회말에도 굵어진 빗방울 때문에 10여분간 경기가 중단되었다. 갈수록 굵어지는 비 때문에 그라운드는 진창처럼 되어버렸고, 빗물에 시야가 가려 야수들은 수비하는 데에 애먹으면서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했다. 2회초 삼성 1루수 양준혁이 현대의 이숭용의 타구를 어이없이 놓쳤고, 9회말에는 현대 유격수 박진만이 삼성의 신동주가 친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놓치며 하마터면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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