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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벌어진 KBO 한국시리즈. 김성근 감독의 SK 감독으로서의 첫 임기에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뤄낸 시즌 1위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가볍게 스윕하고 올라온 시즌 2위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한화를 스윕함으로서 두산은 리오스를 1차전부터 투입할 수 있었다.
2007 한국 시리즈에서 SK는 창단 첫 우승을, 두산은 2001년 이후 6년 만의 우승을 노렸다. 전문가들은 22승을 거둔 리오스와 랜들의 막강 원투펀치가 있는 두산이 소위 '큰경기 경험'에서도 앞서기에 4승 1패에서 4승 2패로 승리할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SK는 03년 한국시리즈와 05년 포스트 시즌을 경험하였지만, 김동주의 부상이 있었던 06년을 제외하고 매년 포스트 시즌을 경험한 두산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 당시까지 김성근 감독에게는 '단기전에는 약하다'라는 평가가 붙어있었다. 이는 1996-1997 쌍방울 시절의 업셋으로 인한 평가였지만 이 시리즈 우승으로 그런 평가는 단숨에 날려버렸다.
시리즈 전체를 결정한 경기는 3차전이었다. 정확히는 3차전 벤치클리어링이 결정적이었다. 이미 2차전부터 서로 두팀 선수들간에 심상치 않은 기류를 조성했지만 3차전 6회 초에서 이혜천의 빈볼 시비로 인해 악감정이 남아 있었던 두 팀은 대번에 벤치클리어링 모드로 돌변했으며, 특히 김동주와 4차전 선발로 내정되었던 다니엘 리오스가 가장 크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나친 흥분으로 안그래도 이 시리즈에서 타격감이 바닥에 차있던 김동주는 6차전까지 극심한 타격 난조에 시달렸으며, 더구나 다음 날 4차전 선발로 내정된 에이스 리오스는 4차전에서 랑데뷰 홈런 두 방이나 맞는 등 당시 맞대결 선발이었던 신인 김광현에게 완패하는 충격을 맛보게 된다. 리오스마저 무너지면서 두산은 결국 5, 6차전까지 내리 패하여 2승 뒤 4연패라는 유례없는 사례로 준우승에 머무게 된다. 반면 SK는 벤치클리어링으로 선수단 전체가 흥분하면서 스스로 페이스가 무너진 두산과는 달리 오히려 결속의 계기로 삼게 되면서 3차전부터 6차전까지 이어지는 4연승으로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결과는 전무했던 2패 후 4연승을 한 SK의 우승. MVP는 김재현.
두산의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한, SK 입장에서는 환희로 기억되고 있는 3년 연속의 매치의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두산의 슬픈 한국시리즈 트라우마가 본격적으로 발동한 시리즈이기도 하다.
1차전: 리오스의 미친 존재감 (두산 승)
리오스의 압도적인 구위에 SK가 압살당한 경기. 리오스는 한국 시리즈 역대 최소 투구 수인 99개로 완봉을 거두었다.
두산의 선발은 다니엘 리오스, SK의 선발은 케니 레이번. 두산은 1회 초, 1사 2루에서 고영민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5회초 1사 만루에서 김동주의 플라이때 이종욱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추가점을 얻었다. 5회 초에 SK 유격수 정근우가 포수의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이 틈을 타 3루로 진루하려던 2루 주자 이종욱이 정근우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주루방해 논란이 있었다.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포스트 시즌의 첫 경기의 중요도는 매우 크다. 플레이오프부터 내리 4연승을 거둔 두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2차전: 적지에서 두 경기를 쓸어담은 두산 (두산 승)
이적생 이대수의 날이었다. 선발은 두산은 맷 랜들, SK은 채병용.
SK가 이호준의 투런으로 선취점을 만들면서 앞서 나갔으나, 두산은 3회에 이어진 고영민의 동점 투런으로 다시 동점을 이루었다. 5회에는 두산의 채상병과 SK의 조동화가 각각 솔로홈런을 치면서 여전히 균형.
6회초 2사 2,3루에서 시즌초에 SK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이대수가 결정적인 중전 적시타로 2점을 내면서 결승점이 되었고, 채상병의 연이은 2루타로 한점을 더 추가하였다. 6회초 점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채병용은 무사 1루에서 김동주에게 등을 맞는 HBP를 허용하였다. 이에 김동주가 빈볼이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양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다. 이후 이어진 무사 1,2루 상황에서 홍성흔의 스리번트가 성공하면서 채병용이 흔들렸고, 이대수의 적시타까지 이어졌다. 이대수는 이날 4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박경완의 안타를 걷어내는등 호수비까지 해내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홍성흔의 스리번트를 승리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SK 김성근 감독은 이때 멘트로는 아직 4승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후 불타는 그라운드와 자서전에서 나온 바에 의하면 사실상 시리즈에 대한 포기까지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럴 만 했던 게, 이때까지만 해도 2연패를 당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획득할 확률은 0%였기때문이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5연승을 거둔 두산의 사기는 그야말로 하늘 높은줄 모르고 높아져 있었고, 대부분의 전문가 예상대로 큰 경기 경험과 확률에서 앞섰던 두산이 잠실 홈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으로 보였다. 그 당시 두산팬들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야구팬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3차전: 수중전, 그리고 벤치 클리어링 (SK 승)
유독 비가 많이 오는 날, 시리즈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 경기. SK는 1회 김재현의 2루타와 박재홍의 내야안타로 2점을 얻어내었다. 그러는 동안 로마노는 불타오르던 두산타선을 상대로 호투하면서 무실점으로 5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바꾼, 어쩌면 근 몇년동안 SK와 두산에게 영향을 주었던 운명의 6회초가 시작되었다.
비가 무진장 쏟아지던 6회초, 두산 선발 김명제는 선두타자 이호준에게 2루타, 박재홍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무사 1,3루로 몰린 상황에서 이혜천으로 교체되었다. 여기서 김강민 타석에서 사인을 잘못 읽은 이호준이 뜬금없이 홈에서 횡사당했다. 어이없는 실수로 쉽게 끝나는가 했던 이닝은, 이대수가 김강민의 평범한 땅볼을 잡지 못하고 (1번째 실책), 정경배의 내야안타로 만루가 된 상황에서 최정의 평범한 타구를 더듬고 (2번째 실책), 박경완의 2루타로 SK가 2타점을 낸 이후에 정근우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가면서 다시 만루가 된 상황에서 조동화의 평범한 플라이타구를 엉덩방아로 찧고 공을 떨군 후(내야안타로 기록) 당황한 상황에서 아무도 없는 3루에 송구(3번째 실책)를 함으로서 5점을 내주게 되었다. 이후 정근우의 홈스틸성 주루와 패스트볼까지 묶이면서 6회초에 두산은 대거 7실점을 하였다. SK 선발 전원안타.
6회초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전날 김동주와 채병용의 대치로 격화되어있던 감정이, 이혜천이 정근우를 맞추고, 김재현에게 무릎쪽으로 위협구를 던지면서 결국 터져나와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심판진은 위협구 구사를 이유로 이혜천을 퇴장시켰다. 두산은 6회말 고영민의 적시타로 한점을 따라가긴 했지만, 경기는 6회초에 이미 향방이 갈려있었다.
벤치클리어링 도중, 김동주와 4차전 선발 예정인 리오스는 과도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주는 전날 빈볼시비가 났던 채병용에게 헤드락을 당했다. 아마도 벤치클리어링을 통한 SK 측의 심리전이 아주 잘 먹혀들어갔던 듯. 이것이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SK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김광현을 4차전 선발로 예고하였다.
4차전: 반전의 흐름을 이끈 신인 김광현의 대활약 (SK 승)
22승 5패 ERA 2.07 vs 3승 7패 ERA 3.62.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
처음 4차전 선발로 김광현이 예고되었을때, 야구커뮤니티의 반응은 '논개작전','김성근이 수건을 던졌다' '사석' 정도로 어이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도 선발매치를 말하면서 최대한 좋게 써준게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일 정도. 06년의 류현진의 센세이셔널한 활약 이후에 07시즌의 슈퍼루키로 주목받았던 김광현은 미디어데이때의 발언으로 '김오랄'이라는 별명을 받았지만, 시즌중의 활약은 없었다. 시즌 초반에 부진한 모습끝에 시즌 중반에는 2군에 가서 아예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김성근 감독도 이런 김광현을 보고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온다'는 말로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8/19 기아전 7.0이닝 구원승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1차전에서 0.2이닝을 잘 막으면서 송은범 대신 4차전 선발로 발탁된 김광현은 7.1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두산타선을 완벽히 막아내었다.
SK 타선도 김재현의 우중간 2루타와 이호준의 적시타를 묶어서 선취점을 뽑아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1차전처럼 SK 타선은 한동안 리오스에게 눌렸고, 1점은 불안해 보였다. 이것을 뚫어낸 것이 조동화였다. 이미 2차전에 랜들에게서 홈런을 뽑아낸 조동화는 5회초, '잠실'에서 '리오스'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쳐내는데 성공하였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리오스를 상대로 다음타자 김재현이 한국시리즈 6번째 백투백 홈런을 쳐내면서 3:0. 6회초의 패스트볼로 득점한것 까지 합하여 최종 스코어는 4:0이었다. 이날도 SK는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13개 안타에 얻은 볼넷만 4개라는 점에 비하면 점수는 4점 밖에 뽑지 못해 잔루가 좀 많았던게 흠. 물론 달랑 1안타에 볼넷 2개만 얻어냈던 두산은 잔루고 뭐고 김광현에게 꽁꽁 묶여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하고 패한 것도 사실이다.
1차전의 압도적인 모습과는 다른 리오스의 이러한 투구는, 휴식일이 3일밖에 안되었다는 점과 3차전에서의 흥분으로 인한것으로 추측된다. 경기전 과열된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KBO의 조치로 주장인 홍성흔과 김원형이 팬에게 공개사과를 하고 포옹을 하였다.
5차전: 실책과 병살로 무너진 두산 (SK 승)
한번의 실책이 경기를 갈랐다. 그리고 병살 3개면 이기지 못한다는 야구 속설이 그대로 증명된 경기이기도 했다.
선발은 두산의 랜들, SK의 레이번.
양팀 모두에게 깝깝한 경기였다. 출루자체를 하지 못한것은 아니었으나, 낮경기라는 특성과 연일 격전으로 지쳐있던 타자들은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랜들과 레이번의 호투로 인한 결과이기도 했다.
5차전 두산의 찬스를 계속 무산시킨것은 2차전에 스리번트까지 하면서 채병용을 흔들었던 홍성흔이었다. 2말의 무사 1루, 4말의 무사 1,2루, 9말의 1사 1루의 기회시 마다 나온 병살은 맥을 끊었고, 특히 4말의 번트가 병살타로 연결된것이 컸다.
점수는 8회초 선두타자인 조동화의 땅볼타구를 2루수 고영민이 송구한것이 뒤로 빠지면서 타자주자가 2루까지 진루하였고, 다음타자 김재현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 3루타를 때려낸것이 선취점이자 결승점이 되었다. 이후 이호준의 2루타와, 김강민의 2루타, 이혜천의 폭투로 SK는 4점을 냈고, 그걸로 경기가 끝났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SK의 잠실경기 스윕이 이루어졌고 일방적으로 끝날것 같았던 한국시리즈는 인천으로 이어졌다.
6차전: 기적의 2연패 뒤 4연승, SK의 첫 우승! (SK 승)
SK 와이번스의 첫 우승.
깜짝선발로 두산은 임태훈을 예고하였다. SK는 2차전 선발이었던 채병용.
1회초, 내내 잠잠하던 김동주가 2루타를 치면서 두산은 오랜 무득점을 깨고 선취점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바로 3회말 정근우가 투런 홈런을, 김재현이 다시금 홈런을 만들어 내면서 3:1로 앞서나가기 시작하였다. 8회말에 나주환과 최정과 조동화의 안타를 묶어서 2점을 추가하여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물론 두산은 9회초에 정대현을 상대로 한점을 만들어내면서 2:5까지 쫓아가는 등 마지막까지 분투했으나 2사 2,3루에서 이종욱이 삼진당하면서 시리즈는 종료되었다.
삼진, 경기 끝!!! 2007 챔피언 SK 와이번스!!!
SK로 입단하여 쭉 SK에서 활동한 채병용, 정대현 등의 선수들과, 쌍방울에서 SK로 인계된 선수들에게는 첫 우승이었으며, 김성근 감독에게도 감독 커리어 사상 첫 우승이었다.
시즌 중에는 너무 부진하여 은퇴까지 생각하였던 김재현은 한국시리즈에서 화려하게 부활하여 MVP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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