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K 왕조의 최전성기
2010년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어, SK 와이번스가 4연승으로 스윕한 한국시리즈다.
정규시즌 1위인 SK 와이번스(84승 2무 47패, 승률 0.632)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3승 2패로 꺾고 올라온 정규시즌 2위 삼성 라이온즈(79승 2무 52패, 승률 0.594)가 경기했다.
두 팀은 01년 삼성 준우승 (두산 우승) - 02년 삼성 우승 - 03년 SK 준우승 (현대 우승) - 04년 삼성 준우승 (현대 우승) - 05년 삼성 우승 - 06년 삼성 우승 - 07년 SK 우승 - 08년 SK 우승 - 09년 SK 준우승 (KIA 우승) 을 차지할 정도로 2000년대를 통틀어 지속적으로 강팀의 면모를 유지해왔다. 특히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부터 꾸준히 상위권 단골이 된 신흥강호 SK와 21세기에 우승을 세번 차지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양팀 모두 좋은 계투진을 가진 팀으로서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되었으나, 박경완의 리드와 이승호, 정대현, 정우람, 전병두 등의 SK의 불펜은 너무나 막강했고 반면 삼성은 PO에서 체력소모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유일한 좌완불펜인 권혁의 부진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합류하여 투수진의 숨통을 틔워주리라 기대했던 오승환의 예전같지 않은 모습 그리고 삼성 타자들의 무기력한 타격 등 모든 면에서 SK가 우세한 모습을 보이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근 감독은 대구에서 벌어진 4차전 8회말에는 팀의 어린 에이스 김광현을 등판시켜 우승 마무리의 영광을 주었고, 9회에는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서 흔들리는 김광현을 다독이기도 했다. 김광현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우승을 환호하기에 앞서 포수 박경완에게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회자될 듯하다.
SK는 이로써 명실상부 해태왕조, 현대왕조에 이은 SK왕조를 건설했다고 평가되었다.
한편 경기가 끝난 후 선동렬 감독은 4차전 경기가 끝나고 경기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SK의 야구를 평해달라는 말에 도대체 선발이 없다며 미국식인지 한국식인지 일본식인지 모르겠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1차전: SK의 기선 제압, 삼성을 압도하다 (SK 승)
미디어데이에서 선발 투수는 SK 김광현, 삼성 팀 레딩으로 결정되었다.
이 날 시구자는 SK 와이번스 열혈팬 부부로 정해졌는데, 이 부부는 SK 홈경기 66경기 중 아내는 63경기, 남편은 전경기를 관람하였다. 개근상 애국가는 자우림의 김윤아가 제창했다.
SK가 삼성의 실책성 플레이를 틈타 1회말 톱타자 정근우가 진갑용이 공을 빠뜨리며 성립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으로 1루로 나간 후 1사 1루에서 박정권의 유격수 강습안타로 1, 3루 찬스를 만든데 이어 이호준이 로또성 텍사스히트를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3회말 공격에서는 나주환이 중전안타 후 레딩의 1루 견제 악송구, 정근우의 희생번트를 묶어 3루로 진루했고, 박재상의 사구와 박정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아냈다.
SK 선발 김광현은 최고구속 152km/h의 직구와 142km/h의 슬라이더를 섞어가면서 삼성타선을 마음대로 요리했다. 4회까지 1피안타 1볼넷으로 호투하면서 6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하며 종전 한국시리즈 기록인 김수경의 5연속 삼진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5회초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힘이 들어갔는지 김광현의 제구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갑용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나서 카운트를 잡으려고 김광현이 던진 슬라이더를 신명철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만들어 주자 2, 3루를 만들었고, 강봉규까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삼성은 무사 만루 역전기회를 잡았다. 이후 이영욱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와 2아웃 상황에서 김광현의 폭투로 동점에 성공, 박한이가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김광현은 4⅔이닝 8개의 삼진을 뽑는 구위를 보여줬음에도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되었다(4.2이닝 3피안타 4볼넷 3자책점).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은 초반에 변화구를 너무 많이 던지면서 오버페이스 했다고 평했다.
선동열 감독은 서둘러 뽑아낸 점수를 지키려는 생각에서였는지 조동찬을 빼고 대타 박진만을 3루에 투입, 5회말 SK 공격에서 정근우가 볼넷을 골라 나가자 레딩을 내리고 권혁을 올렸으나 박재상에게 볼넷을 주자 바로 강판시켰다. 이어서 등판한 권오준이 박정권과 이호준을 각각 우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마찬가지로 삼성에겐 여기까진 좋았다.
2사 1, 2루 상황에서 최정의 3루측 안타로 만루가 만들어지자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제외되어 있다 합류한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를 관전하던 SK팬들은 '또 잔루만루구나'하고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오승환이 대타로 들어온 박재홍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동점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타자 김재현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전적시타를 쳐내며 두 점을 추가해 5-3 재역전에 성공했다.
6회초 삼성공격에서 강봉규가 정우람에게서 좌중월 솔로홈런을 날리면서 한점차로 추격을 시작했으나, SK는 6회말 공격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우선을 상대로 1아웃 상황에서 정근우의 안타에 이은 2루 도루, 박재상의 1루를 지나는 페어 2루타로 다시 한 점을 도망갔다.
여기에 박정권이 이우선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골프스윙으로 걷어올려 우월 투런포를 가동, 최정의 좌익선상 2루타와 조동화의 볼넷, 김재현의 우전 적시타를 날리면서 6회에만 순식간에 4점을 추가하며 9-4까지 점수차를 벌리면서 사실상 승부는 결정되었다.
삼성은 박석민이 정대현을 상대로 8회초에 중월 솔로포를 쳤으나 이후 마무리 송은범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9-5로 첫판을 내주고 말았다.
SK로서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03, 07, 08, 09년에 계속된 지긋지긋한 1차전 패배 잔혹사를 이 경기에서 승리하며 끝낼 수 있게 되었다.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SK 타선은 1회에 점수를 내면서 경기감각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선감독이 밝힌 결정적인 패착은 레딩을 내리고 권혁을 올린 순간이기도 했고 오승환 다음으로 올라온 정현욱을 고작 1타자 상대하고 내린 뒤 1점차 승부처에서 이우선을 올린 것이었다.
SK의 지명타자 김재현은 마지막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MVP를 수상했다. 인터뷰에서는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멘트를 남기며 여전히 은퇴번복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2차전: 최정의 불붙은 방망이 (SK 승)
선발은 SK는 이승호(37), 삼성은 차우찬이었다.
당연히 등판하리라 예상되었던 카도쿠라 켄이 아니라 이승호를 선발로 등판시켰다는것이 특이점이었다.
이승호(37)은 1회를 무난히 막아내었지만, 2회 2사후에 조동찬 볼넷 - 진갑용 볼넷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전병두로 바로 교체된 후에, 이영욱의 적시타로 삼성의 선취점. 하지만 이것이 2차전에서 삼성이 낸 모든 점수였다. 전병두가 한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잘 넘겼고, 5회에 등판한 이승호(20)이 박한이에게 볼넷, 박석민에게 몸에맞는볼을 주면서 무사 1,2루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형우 삼진 - 신명철 2뜬 - 강봉규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믿을만한 우완 불펜은 송은범 밖에 없지만, 각각 다른 스타일의 좌완 투수의 연타로 잘 틀어막았다. 선동렬 감독이 "SK의 좌완 불펜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하면 어렵다" 라고 예측했는데 적중했다
삼성 선발 차우찬은 1회 1사 2루, 2회 무사 1,2루의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4회 선두타자 이호준을 볼넷으로 내보낸 다음에 최정에게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2실점. 경기는 역전되었다. 그리고 6회, 차우찬은 이닝 선두타자로 나온 최정에게 또 홈런을 맞았다.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으로는 통산 5번째. 2004년 2차전에서 송지만의 연타석 홈런 이후 6년만이다. 시즌중에 SK 상대로 2점대에 그친 선수 답게 호투였지만, 최정을 못막은것이 패전의 원인. 여기에 조동찬의 도루실패와 박석민 삼진 - 박한이 주루사로 이어진 더블 아웃이 찬물 끼얹기에 크게 일조했다.
삼성은 이후 안지만을 투입하여 불을 끄고, 테스트 목적으로 권혁을 올렸다. 박정권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자신감을 찾나 했지만, 박경완에게 홈런을 맞고 나주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내려갔다. 박경완의 홈런은 역대 한국시리즈 최고령 홈런이었다. 이전 기록은 2009년 한국시리즈 4차전의 박재홍이었다.
그리고 경기는 SK의 승리로 끝났다. 2승 0패로 우위인 상태로 대구구장에서 경기는 이어진다.
2차전 MVP는 불꽃 타격을 한 최정의 몫이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롯데와 두산과 삼성의 불펜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것과 반에, 정우람-정대현-이승호(20)-전병두-송은범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는 것으로 보인다.
SK로서는 1차전부터 불펜대기였던 카도쿠라를 2차전까지 한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게다가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우승확률이 90%가 넘는다는 통계도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삼성은 지긴 했지만 플옵부터의 격전으로 지친 상태인 불펜을 쉴수 있게 했다는 것이 그나마의 위안이다. 허나, 차우찬과 장원삼의 두 선발요원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좌완 불펜인 권혁이 1차전의 볼넷과 2차전의 홈런-볼넷으로 인해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걱정거리로 남을것으로 보인다.
3차전: 두 승호가 경기를 마무리 짓다 (SK 승)
이날 시구는 당시 성균관 스캔들로 인기몰이를 하던 배우 박민영이 했다.
3차전까지 아껴 둔 카도쿠라가 투입되었으나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2이닝동안 3피안타에 볼넷 4개를 허용하고 강판. 이틀 전 일부 커뮤니티에서 페이크 선발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큰 이승호가 다시 나와서 2.1이닝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 동안 배영수는 4.2이닝 2실점 3삼진이라는 나쁘지 않는 투구를 펼쳤다. 실제로 제구력에 난조를 보이던 1이닝에 내준 점수 외에는 무실점 호투를 했지만 타선의 침묵 속에 패전투수가 되었다.
임팩트가 강한 장면은 잘 나오지 않았으며 이 경기에서 가장 흥미있었던 요소는 인조잔디였다는 아이러니가 탄생했다. 인조잔디에 의한 엄청난 타구 바운스로 내야땅볼이 내야안타로 둔갑하는 일이 빈번했다.
삼성의 클린업 트리오는 이날도 9타수 1안타의 극도의 부진을 보였고 3회말 2루에 나가있던 최형우가 견제에 걸려 아웃당하면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는 평이다.
9회말 1사에서 마무리 송은범이 갑자기 제구난조에 빠지면서 2회의 와일드 피칭과 볼넷으로 1점을 내주자 바로 작은 이승호가 등판, 두 타자를 삼진 처리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이승호가 승리와 세이브를 동시에 하면서 포스트시즌 첫 동명이인 승리-세이브 기록을 만들어냈다.
4차전: SK, 2년만에 다시 우승! V3! (SK 승)
SK는 5차전을 대비해서 이동일 훈련을 위해 잠실 야구장을 대관해두는 등 여유를 부렸고 삼성은 총력전을 예고하며 배수진을 쳤다.
SK선발 글로버는 시즌내내 부진했던 것과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해 경기감각이 떨어져있다는 걱정을 뿌리치고 4이닝동안 1피안타만을 내주는 짠물피칭을 펼쳤다. 구속은 좋았던 때 150을 넘나들던것에는 한참 못 미치는 140초반이었으나 제구가 좋았다. 반면 PO 5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여 선발로 낙점된 장원삼은 3회까지 잘 막았으나 4회 연속 안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스트레이트로 8구를 볼을 던진 후 박정권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3실점 후 강판당했다.
삼성 타선은 이날도 완전무결한 변비야구를 선보였는데, 무사 1, 2루 찬스를 2회(6, 7회) 날려먹고, 8회의 1사 만루 찬스에서도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이 경기에서 삼성은 5안타 4볼넷 3사구, SK는 8안타 3볼넷 1사구를 얻었는데, 숫자도 숫자지만 삼성의 안타 볼넷 사구는 집중되어 터지지 않은 반면 SK는 집중되어 터졌다는 것이 승부를 갈랐다. 답답하셨는지 6회 은퇴선언에다가 엔트리에 오르지 못해 미디어데이에 이미 디스를 당한 양신께서 덕아웃에 나타났으나 김성근 감독은 어필을 하지 않았다.
8회 1사 1, 3루 상황이 되자 김성근 감독은 과감하게 김광현을 마무리로 투입, 5차전 따위는 없다는 위엄을 몸소 보이기도 했으며, 김광현이 9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몸소 올라오셔서 김광현을 격려하는 데 그 대사가 이랬다.
김성근: "너, 저녁에 약속있냐?"
김광현: "아뇨…."
김성근: "그런데 왜 이리 서둘러? 천천히 해."
그리고 이 때 불펜에서는 카도쿠라와 이승호(37)가 몸을 풀고 있었다.
김광현은 삼성의 마지막 타자 현재윤을 상대로 6구에 132km/h 몸쪽 느린 공을 던져 루킹 삼진으로 마무리하며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V3을 이뤄냈다. 또한 2010 한국시리즈가 김광현의 투구로 시작해서 김광현의 투구로 끝난 점도 어떻게 보면 흥미로운 요소이기도 하다. 1차전 홈팀 선발 등판, 4차전 원정팀 마무리 등판, 1996년 이대진과 1998년 한국시리즈의 정민태도 이와 비슷하다. 1차전 선발 등판은 아니었지만 감독의 배려로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고 리드를 잡은 상태에서 9회 말에 올라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건 2017년 한국시리즈의 양현종과도 비슷하다.
'야구 > KBO 한국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vs 두산 베어스 (0) | 2018.02.13 |
---|---|
2012년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vs SK 와이번스 (0) | 2018.02.13 |
2011년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vs SK 와이번스 (0) | 2018.02.12 |
2009년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 vs SK 와이번스 (0) | 2018.02.11 |
2008년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 vs 두산 베어스 (0) | 2018.02.11 |
2007년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 vs 두산 베어스 (0) | 2018.02.10 |
2006년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vs 한화 이글스 (0) | 2018.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