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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었다.
정규시즌 1위인 삼성 라이온즈(79승 50패 4무, 승률 0.612)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3승 2패로 꺾고 올라온 정규시즌 3위 SK 와이번스(71승 59패 3무, 승률 0.546)가 경기했다.
간단히 말해 작년 한국시리즈의 리턴 시리즈이자 삼성 입장에선 2010년의 치욕을 만회할 수 있는 리벤지 시리즈. 결과적으로 삼성 라이온즈가 4승 1패로 SK 와이번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빈타 시리즈라 평가받던 2006년을 능가하는 극악의 빈타 시리즈로 기록되었다. 1~5차전의 득점 스코어를 모두 합친 것이 겨우 21점이었다. 그 중 삼성이 총 14점(경기당 2.8점)을 기록했고, SK가 7점(경기당 1.4점)을 기록했다. 물론 이 정도 점수 낸 것도 거의 4차전 덕분이다. 2006년 한국시리즈의 경우 6차전까지 삼성이 총 18점(경기당 3.0점), 한화가 총 14점(경기당 2.3점)을 기록했다.
두 팀 다 리그에서 최정상급의 투수진을 갖춘 팀이었기 때문에 투수전 양상을 띈 건 어찌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2010년에도 1차전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점수가 많이 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양 팀 타선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SK 타선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체력이 소진되어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졌고, 삼성 타선은 안 그래도 점수를 잘 내질 못하는 데다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지 타격감이 시리즈 내내 돌아오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양 팀 모두 명투수진과 빈약한 타선으로 시리즈를 펼치면서 사상 최악의 빈타 시리즈를 기록했다. 어쨌든 전체적인 빈타에 허덕인 와중에 집중력에서 크게 이긴 삼성이 결국 우승 컵을 품에 안게 된다.
시리즈 향방을 가른 최대 승부처는 2차전과 4차전이었다.
2차전에서 삼성은 6회 초 무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선발 장원삼과 구원 권오준이 슬기롭게 헤쳐나갔고 곧바로 6회 말 공격에서 배영섭의 적시타로 2대 0으로 앞서 나간다.
또한 8회 초 SK 공격 때 박정권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고 2사 1, 2루 때 최동수의 안타로 끝판왕 오승환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수비 강화 차원으로 교체 투입된 중견수 이영욱의 환상적인 송구로 2루 주자였던 최정을 홈에서 태그 아웃시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는 오승환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할 뻔한 아찔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정적인 파인 플레이였다. 결국 8회 위기를 벗어난 오승환은 9회에 손쉽게 SK 타자들을 요리하여 세이브를 추가, 삼성은 홈에서 2승을 먼저 거둬 시리즈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4차전 경기는 이번 5차전 경기 중 유일하게 난타전을 벌인 시리즈였는데 삼성과 SK가 안타 13개, 10개를 각각 기록하였다. 양 팀 다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만들었지만, 삼성이 찬스를 좀 더 효과적으로 살렸고, 반면 SK는 7회 박재상의 3점 홈런만 빼면 1점은 상대 팀 폭투로 인해 얻었을 정도로 결정적인 찬스에서 적시타를 전혀 때려내지 못했다. 특히 7회 말 5대 1에서 5대 4로 따라잡은 상태에서 무사 1, 3루 찬스 때 안치용이 3루 땅볼, 최동수가 병살타로 물러나는 장면은 4차전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 전체를 결정지은 중요한 장면이었다. 삼성이 4차전을 승리함으로써 시리즈 무게의 추는 삼성으로 완전히 기울어졌고, 반면 4차전 승리로 2승 2패 동률을 맞추어 2007년 한국시리즈처럼 역스윕을 노렸던 SK는 1승 3패로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결국 SK는 대세를 뒤집지 못한 채 5차전에서 삼성에게 무릎을 꿇고 우승컵을 내주게 된다. 전반적으로 시리즈 내내 SK는 찬스 때마다 삼진, 병살타, 범타 등을 수도 없이 남발하여 2차전을 제외하고 득점 상황에서 적시타를 한 개도 때리지 못하는 등 공격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것이 삼성에게 우승을 내준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바꿔 말하면 삼성 투수진이 너무나 막강했고, 그것이 삼성의 결정적인 승인이었던 셈이다. 물론 SK 역시 만만찮은 짠물 마운드를 과시했지만, 투수진의 양과 질, 그리고 힘에서 삼성에게 밀리는 양상이었다. 거기에 타선 집중력에서 삼성에게 완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1차전: 유혹의 신에게 유혹당한 비룡 (삼성 승)
SK에서는 준 PO, PO를 모두 거쳤기 때문에 그동안 아껴왔던 고효준을 깜짝 선발로서 내밀었고, 삼성에서는 덕 매티스를 내세웠다. 3회까지는 고효준이 1피안타 1사구(死球) 2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고, 반면 매티스는 3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균형은 4회 말에 무너졌다. 최형우가 2루타를 치고, 고효준이 강봉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1사 주자 1, 2루 상황이 되었고 여기서 SK는 고효준으로 밀고 가는 선택을 했다. 고효준은 6번 타자 채태인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유혹의 명철신에게 유혹당하면서 주자 일소 2루타를 맞는다. 스코어 2:0. 이에 고효준은 강판되고 고든이 올라와서 일단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낸다.
이에 삼성에서는 4이닝 59개의 공을 던진 매티스를 내리고 차우찬을 올리는 강수를 둔다. 그리고 차우찬은 3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퍼펙트로 막아낸다. 뒤이어 올라온 안지만도 ⅔이닝 2탈삼진을 잡아냈다. 뒤이어 올라온 권혁이 박재상에게 안타를 맞긴 했지만, 그 뒤를 이어 올라온 건 끝판 대장 오승환이었다.
이날 SK 타선은 삼성 불펜에게만 9삼진, 그리고 도합 12삼진을 내주면서 영봉패를 당했다. SK는 필승조 불펜 투수들을 소모하지 않은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SK는 2011년 포스트시즌 10경기 중 9경기에서 승계 주자 실점이 0라는 신기하다면 신기한 기록을 만들었다.
2차전 : 이영욱의 보살, 오승환과 삼성을 구해내다 (삼성 승)
1차전에 이어 2차전 경기도 삼성 투수진의 완벽한 이어던지기로 SK를 압살한 경기였다.
SK에서는 윤희상을, 삼성에서는 장원삼을 선발로 내밀었다. 그러나 SK의 선발 윤희상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직구 구속이 120km/h대로 기록되었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1이닝만 마무리짓고 2회 초부터 이승호(20)가 올라왔다.
반면 탈삼진 쇼를 선보인 장원삼은 그야말로 거칠 게 없었다. 비록 노 디시전이었지만, 5⅓이닝 동안 2사사구 3피안타 10K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깜짝 카드로 준비한 정인욱이 올라올 필요조차도 없었다. 반면 SK에서 올라온 이승호(20)는 2⅔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왼손 약지 살갗이 벗겨지는 찰과상을 입었다.
6회 초, 장원삼은 선두 타자 박재상에게 볼넷, 최정에게 2루타를 연이어 맞고 무사 주자 2, 3루 상황을 만들지만 박정권을 투수 앞 땅볼로 잡고 권오준에게 마운드를 물려준다. 그리고 안치용과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기를 벗어난다.
6회 말, 박희수가 최형우에게 볼넷, 강봉규에게 안타, 진갑용에게 또다시 안타를 맞으며 2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곧이어 배영섭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여기서 김강민의 송구 실책까지 나오면서 2실점한다.
그러나 8회 초, 정현욱이 선두 타자 박재상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최정에게 볼넷을 내준다. 곧이어 박정권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스코어 2:1,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을 만든다. 그러자 삼성에선 오승환을 올리고, 여기서 안치용이 번트를 댄다는 게 포수 앞 플라이가 되면서 반격의 불씨는 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최동수가 중전 안타를 때려내고, 2루 주자 최정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동점이 되나 했으나 8회 초부터 대수비 출장한 중견수 이영욱이 정확한 송구로 최정을 홈에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9회, 오승환이 세 타자를 11구 3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경기는 종료됐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삼성은 17K를 잡는 탈삼진 쇼를 벌이며 한국시리즈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다(장원삼 10K-권오준 2K-안지만 1K-오승환 4K). 그리고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신기록(5세이브, 종전 기록 선동열, 조용준 4세이브)을 세우며 한국 프로야구 세이브 전 부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래도 SK는 이날 영봉패는 면했고 2011년 포스트시즌 11경기 중 10경기에서 승계 주자 실점이 0이라는 기록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양 팀 모두 승계 주자 실점이 0으로 두 팀 다 불펜진의 막강함을 보여주었다.
3차전 : 송은범의 투혼과 대포 2방, 비룡의 반격 (SK 승)
1회와 2회는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삼성이 먼저 3회 초에 1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채태인과 최형우가 연달아 삼진을 당하여 득점하지 못했고, 4회 초에는 무사 주자 1, 2루 찬스를 잡았다. 그런데 신명철이 번트 동작을 취했다가 번트를 대지 않았는데 이때 2루 주자인 박석민이 3루에서 아웃되었고 신명철이 중견수 플라이아웃을 당하여 2사 2루가 되었다. 그리고 진갑용이 좌익수 앞 안타를 쳤으나 좌익수 박재상의 홈송구에 의해 2루 주자였던 강봉규가 홈에서 아웃되어서 삼성은 또다시 득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4회 말, 박재상이 솔로 홈런을 쳐내면서 SK가 기선을 잡았다. 그리고 5회 말, 최동수가 풀 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또다시 홈런을 쳐내면서 2:0으로 앞서간다.
6회 말, 삼성에서는 정인욱을 올린다. 정인욱은 오랜만에 등판한 탓인지 1사 후에 최정에게 2루타를 맞고 안치용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주자 1, 2루 상황까지 갔으나 최동수가 2루수 앞 땅볼을 치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8회 초, 절호의 기회가 왔다. 1사 후 올라온 정우람이 대타 조동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고 채태인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면서 1사 주자 1, 3루 상황을 만든다. 그러나 최형우가 2루수 플라이를 쳐내면서 2사 주자 1, 3루 상황이 되고 SK는 마무리 엄정욱을 올렸다. 그러나 박석민이 3루수-유격수 간 안타를 때려내면서 삼성은 한 점을 따라붙었다. 점수 1:2. 한 점만 더 나도 동점이 되는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강봉규가 3연속 헛스윙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조공했다.
8회 말, 삼성에서는 배영수를 올렸다. 그러나 선두 타자 정근우가 우중간 안타로 출루하고 박재상의 희생번트로 1사 주자 2루, 최정의 진루타로 2사 주자 3루 상황이 되자 권혁을 올렸다. 권혁은 박정권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2사 주자 1, 3루 상황을 만들었으나 임훈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조동찬이 호수비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의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9회 초에 엄정욱이 1사 후 진갑용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남은 두 타자를 우익수 플라이아웃과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스코어도 그렇지만 솔로 홈런 2방으로 겨우 이긴 SK나, 한 점 차로 석패한 삼성이나, 경기 내용 면에서 양 팀 모두 갑갑한 경기였다. 더욱이 반나절 전에 있었던 월드시리즈 6차전이 역대 최고 수준의 명경기여서 그것과 비교되어 마구 까였다.
4차전 : 불펜 대결과 집중력에서 압승한 삼성 (삼성 승)
양 팀은 1~3차전에서 못 친 안타를 몰아치기라도 하듯 안타를 몰아쳤고, 그것을 막아내는 투수 싸움에서 밀린 SK가 패하고 말았다.
삼성은 1회부터 치고 나갔다. 선두 타자 배영섭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고 2번 타자 조동찬 타석에서 폭투를 틈타 3루까지 진루, 박석민과 강봉규의 안타로 먼저 2점을 얻는다.
SK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3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최정은 삼진을 잡아냈지만 박정권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면서 1점을 쫓아갔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부진했던 김광현은 이날 역시도 좋지 못했다. 3회 초, 선두 타자 채태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김광현을 내리고 이재영을 올린다. 2:1로 한 점 차 상황에서 다음 타자는 신명철이었고, 신명철이 번트를 시도했으나 연이어 실패한다. 그리고 나서 볼 하나를 골라내고 두 번의 커트 후에 공을 밀어쳤는데 이게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이 된다. 점수 4:1.
그리고 이어진 4회 말, 김상수가 병살타성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연이어 실수하는 바람에 1사 주자 1, 2루 상황을 만들자 정인욱이 올라온다. 정인욱은 박진만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후 정근우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박재상을 삼진으로 잡아내어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 양 팀은 별 다른 위기 없이 4:1 스코어로 6회까지 진행하였다.
7회 초, 이재영 대신 이영욱이 올라온다. 그리고 최형우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초구를 잡아당겨 솔로 홈런을 쳐낸다. 점수 5:1.
7회 말, 선두 타자 박진만의 안타와 정근우의 볼넷으로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이 된다. 이에 오치아이 투수 코치가 올라왔으나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정인욱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박재상이 스리런을 치면서 점수 5:4, SK는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그리고 곧바로 최정에게 안타를 맞자 결국 정인욱을 내리고 권혁을 올렸다. 그러나 폭투로 최정을 2루까지 진루시키고 박정권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무사 주자 1, 3루 상황이 되자 안지만이 올라온다.
무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안치용은 초구를 건드렸고, 최정은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해 홈으로 뛰었는데 타구가 3루수 앞 땅볼이 되면서 주루사된다. 1사 주자 1, 2루. 그리고 이은 최동수의 타석에서 안지만은 5-4-3 병살을 유도해내면서 5:4의 한점차 리드를 지켜낸다.
8회 초, SK에서는 박희수를 올리며 필승조를 가동했다. 그러나 박희수는 선두 타자 채태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다. 대주자로 강명구가 들어오고, 신명철의 희생 번트로 1사 주자 2루 상황. 그리고 진갑용이 행운의 내야 안타로 출루한다. 1사 주자 1, 3루. 박희수가 9번 타자 김상수에게 또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1사 만루 상황이 되고, 배영섭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밀어내기가 나온다. 점수 6:4. 그리고 조동찬이 바운드가 큰 내야 땅볼을 친 후 전력 질주해 선행 주자만 아웃되면서 3루 주자 진갑용이 홈에 들어온다. 점수 7:4.
패색이 짙어지자 9회 초, SK는 이승호(20)를 올린다. 그러나 이승호가 2사 후 연속 3안타를 맞고 1점을 더 추가 실점하여 8:4로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9회 말 삼성의 마운드에 끝판 대장이 올라오면서 경기는 종료된다.
이날 경기에서 보듯 두 팀 모두 다른 경기와는 다르게 매우 활발한 공격양상을 띄었으며, 결국 이날도 집중력에서 크게 이긴 삼성이 경기를 가져가고,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물론 SK의 만만찮은 파상 공세와 늦은 투수 교체로 인해 중후반까지 위기 상황에 몰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결정적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냄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탈피하는 등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모처럼 터진 타선도 남은 경기 전망까지 밝게 하는 등 여러 모로 삼성에게 있어서 의미 있는 1승이었다.
반면, 삼성 못지않게 만만찮은 타력을 과시한 SK 와이번스로서는 또 집중력 부재에 울어야 했다. 그나마 타선이 활발했던 이날도 찬스 상황에서 자멸한 것과 믿었던 불펜진마저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승부처는 누구나 이 경기를 봤다면 알 수 있다시피 7회 말 최동수의 병살타였지만 사실 이날 경기의 진정한 승부처는 2회 1사, 3회, 4회 2사 만루 찬스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장면이었다. 이렇게 SK는 초반부터 삼성을 밀어부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맥없이 물러나고, 결과적으로 4회 초 신명철의 투런 홈런과 7회 초 최형우의 솔로 홈런을 헌납해 경기 내내 삼성에게 끌려가야 했다. 비록 7회 말의 박재상의 뜬금 3점 포로 순식간에 한 점차로 따라붙었지만, 그 이상의 반격에는 실패하고 오히려 경기 막판 3점을 더 내주는 집중력 상실까지 겹쳐 SK로서는 내줘서는 안 될 4차전을 내주는 뼈아픈 결과를 맞고 말았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허구연 해설은 시종일관 'SK는 강팀이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경기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SK가 득점을 낼 때는 분위기가 업되는데 반해 삼성이 득점을 내는 경우엔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자들은 마치 허 해설의 한일전 해설을 듣는 것 같다는 평을 내렸는데 물론 여기서 일본 포지션은 삼성이다.
심판 판정에 관해서도 말이 많았는데, 1회에는 김광현의 거의 한가운데 코스의 공을 볼 선언, 3회 정근우의 타구 페어 처리(느린 그림상으로는 파울이 맞았다), 조동찬의 2루 도루(화면상 세이프였으나 아웃으로 판정), 배영섭의 몸에 맞는 볼 등 이상한 판정들이 꽤 많이 나왔다.
5차전 : 복수혈전, 삼성 V5 (삼성 승)
4차전의 난타전과는 달리 다시 투수전 양상을 띄었고, 선발 싸움과 집중력에서 또다시 승리한 삼성이 결국 우승컵을 가져갔다. 반면 시리즈 내내 타선 집중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은 SK는 이날 경기마저 완전무결한 변비 야구의 절정을 보여준 끝에 쓰라린 영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어찌 보면 4차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단 한 점도 뽑지 못하는 최악의 공격력을 보였고, 그것이 승패를 결정지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차우찬은 처음에는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회는 최정을 견제사 시키며 막아냈지만, 2회 볼넷-2루타-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며 무너지는 듯 했다. 그러나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정상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박진만을 스탠딩 삼진으로 잡아냈다. SK 타자들이 일순한 이후로 차우찬의 패턴에 대응해 나갔지만, 그때는 이미 차우찬의 영점이 잡혀 버린 뒤였다. 결국 SK의 초반 파상 공세를 무사히 견뎌낸 차우찬은 7이닝 무실점 7K로 호투를 하여 승리의 결정적인 디딤돌을 놓았다.
고든은 피로가 누적된 듯, 주자를 좀 내보냈으나 그런 대로 막아냈다. 그러나 투구수에 따른 급격한 구위 저하라는 한계를 이겨내진 못하는 모습이었다. 3회까지 46개의 공을 던지고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4회 선두 타자 박석민을 삼진으로 잡아낸 후, 강봉규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그렇지만 고든은 공 2개로 두 타자를 연달아 잡아내어 4이닝 1실점 1자책점으로 호투하였다.
SK는 엄정욱이 5회부터 등판하여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성은 8회 안지만이 2사 1, 2루의 위기를 만들자 오승환이 등판하여 공 1개를 던져 안치용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어 위기를 넘긴 후 9회 초를 퍼펙트로 막아 1⅓이닝을 책임지며 피날레를 장식했고, 결국 작년에 당한 수모를 SK에게 글자 그대로 돌려준 리벤지 시리즈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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