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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4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KBO 한국시리즈.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두산 베어스가 맞붙게 되었다. 


양 팀은 한국시리즈로 따지면 4번째 맞대결이고, 포스트 시즌 총합으로 따지면 8번째 맞대결. 한국시리즈, 포스트시즌 총합 모두 최다 맞대결이다.


참고로 5년만의 홈-홈-원정-원정-원정-홈-홈으로 이어지는 한국시리즈다.


더불어 삼성 라이온즈는 1986~1989년 해태 타이거즈 이후 없었던 한국시리즈 3연패와 사상 최초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도전하고, 두산 베어스는 양대리그 체제였을 때에도 1999년 한화 이글스를 제외하면 없었던, 현행 단일리그 & 계단식 포스트시즌 체제하에서의 사상 최초 4위 우승에 도전하게 되었다. 즉, 둘 중 어느 팀이 이기든 KBO 리그 사상 최초의 기록이 적어도 하나는 남게 되는 시리즈였다.


시리즈 결과는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를 4:3으로 꺾고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와 V7를 달성하였다. 특히 삼성의 이번 우승은 전년과 전전년때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달성하였는데, 1,2차전을 홈에서 충격적인 2연패를 포함하여 4차전까지 1승 3패로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5차전에서 기사회생하고 다시 대구로 돌아온 6,7차전을 내리 잡아 우승을 확정지으며 한국시리즈에서 1승 3패란 절대적 열세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은 최초의 팀으로 남게 되었다.


좀 넓혀서 보면 한국시리즈에서 3패를 먼저 안은 팀이 역전 우승한 사례는 두 번 있었는데, 최동원이 대활약한 롯데의 1984년 한국시리즈와 암흑기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에선 OB의 1995년 한국시리즈가 있다. 두 시리즈는 모두 2승 3패에서 역전우승한 경우. 포스트시즌 전체로 확장해서 보면 경기는 삼성쪽으로 기울고라는 말를 남긴 1999년 플레이오프가 이런 예에 해당한다. 롯데가 삼성에게 1승 3패에서 시리즈를 뒤집었으며, 심지어 승패 순서도 XXOXOOO 로 똑같다.


반면 두산은 4위로 준 플레이오프를 치른 것부터 시작해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직행한 1위 삼성을 상대로 벼랑 끝에 몰기도 하고 7차전까지 승부를 몰게 하는 등 대단한 저력을 보였고, 최초로 4위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등극하는 순간까지 맞을 뻔 했으나, 가을야구를 16경기나 치르는 동안 체력과 집중력이 소진되어 부상선수들이 속출하는 악재를 만났고 이것이 독이 되어 결국 잠실에서 끝내지 못한 채 3승 1패에서 내리 3연패라는 유례없는 사례로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준 플레이오프때부터 시작된 두산의 미친듯한 가을야구 퍼포먼스는 승패를 떠나 팬들의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잠실 야구장을 두산 베어스가 홈으로 쓰는 관계로 KBO의 규정상 2008년 한국시리즈 이후 5년 만에 잠실 중립 경기가 없었다. 따라서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11년 만에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시리즈가 끝났다. 




1차전: 파죽지세의 기세로 1차전을 제압한 두산 (두산 승)


1회초 두산이 선발 윤성환의 구위에 눌린 사이 1회말 삼성이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석민이 선발 노경은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트린 것. 하지만, 그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두산은 2회초 1사 이후 홍성흔의 안타로 포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오재원이 볼넷을 얻어내며 2사 1,2루 찬스를 만들었고, 8번타자 최재훈이 우중간에 떨어뜨리는 안타를 치며 2루주자를 불러들였다. 이에 그치지 않은 두산은 9번 손시헌이 귀신같은 중견수 앞 적시타로 경기를 역전시켰고, 이어 이종욱이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로 3:1 추가 점수를 뽑아 내었다.


두산 선발 노경은이 3회까지 70개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면서 추가점수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때 즈음, 두산의 추가점수가 터져나왔다. 5회 선두타자로 나온 김현수가 윤성환의 커브를 통타해 우측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추가점수를 뽑은데 이어, 최준석과 홍성흔의 연속안타와 폭투로 만든 1사 2,3루 찬스에서 이원석이 전진수비를 펼치던 중견수 배영섭의 키를 넘겨 원바운드로 펜스 상단을 맞추는 2타점 적시 3루타를 터뜨려, 선발 윤성환을 강판시켰다. 이어 6회 손시헌이 구원으로 나온 신용운이 1구를 던지자마자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홈런까지 터뜨리면서 삼성을 넉다운시켰다.


삼성도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회말 2사 1,2루에서 정병곤이 좌측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아쉽게 폴대 바깥쪽으로 타구가 빠져나가버렸고, 5회와 7회, 8회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각각 무사 1루, 1사 1,2루와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지만, 진갑용과 김태완이 병살타로, 8회에는 최형우가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귀신같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삼성은 9회에 채태인의 2루타와 이원석의 실책으로 잡은 1사 1,3루의 기회에서 이지영의 내야땅볼로 1점을 만회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김태완, 정병곤의 하위타선이 제 몫을 해주고, 불펜과 수비가 안정을 찾은 것이 2차전을 대비할 수 있는 위안거리였다.




2차전: 오승환의 역투를 배반한 삼성 타선 (두산 승)


양 팀 선발이었던 밴덴헐크와 니퍼트는 위력적인 피칭을 보여주었다. 밴덴헐크는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 니퍼트는 6이닝 무실점으로 상대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점수가 나온 것은 8회초였다. 8회 1사 상황에서 김현수가 차우찬을 상대로 내야안타로 출루하였고, 최준석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1사 1, 2루를 만들었다. 홍성흔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기회가 끊기는 듯 하였지만, 2사 1, 3루 상황에서 김재호가 3-유간을 빠져나가는 적시타로 3루주자를 불러들여 선취점을 뽑았다. 이 기세라면 두산의 승리는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홍상삼은 선두타자 정형식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박석민에게 2루수 앞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에 몰렸고,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은 1사 1, 2루 상황에서 채태인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이은 이번 포스트시즌 두번째 블론 세이브였다. 

동점을 만든 삼성은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9회초 1아웃에서 안지만을 강판시키고 오승환을 올리며 동점으로 경기를 굳혔고, 두산의 핸킨스도 삼성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삼성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정형식의 안타에 이은 도루와 박석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고, 두산은 핸킨스 대신 윤명준을 투입, 최형우와 채태인을 고의사구로 걸러내며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이승엽이 2루수 앞 땅볼로 3루 주자를 홈에서 아웃시키며 하나의 기회를 까먹었고 이어서 나온 대타 우동균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잔루만루로 어이없이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11회초 오승환이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아내고 맞은 연장 11회말, 선두타자 진갑용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대주자로는 전날 손가락 부상을 입었던 박한이가 나간 상황 정현의 절묘한 번트로 삼성은 1사 2루로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윤명준의 폭투로 주자는 3루까지 진출, 다시한번 1사 3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배영섭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1사에 주자는 1,3루가 되어버린 상황. 두산은 윤명준에서 정재훈으로 바꾸면서 다시 한번 배수의 진을 쳤다. 이어 나온타자 정형식이 풀카운트 끝에 정재훈의 포크볼에 삼진으로 물러났고, 두산은 박석민을 고의사구로 거르며 2사 만루에서 이전이닝 최형우의 대주자로 나왔던 강명구와 상대하게 하였다. 결국 강명구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또 잔루만루. 승부는 연장 12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12회초 또 오승환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막아내며 12회말로 넘어간 상황 점점 SBS의 중계진도 슬슬 정줄을 놓기 시작했다.

12회말 정재훈의 구위에 눌려서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모두들 슬슬 지쳐갈때 즈음이던 연장 13회초 김현수가 풀카운트 끝에 2루 땅볼로 아웃되며 53개나 던진 오승환의 구위가 떨어진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던 그때 최준석의 대타로 나왔던 오재일이 오승환의 초구를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작렬시켰다. 결국 오승환은 강판됐고 심창민으로 교체되었다. 점수는 2:1.


하지만 심창민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지명타자 대타로 들어온 양의지에 안타, 이후 폭투로 2루까지 허용한 뒤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1, 2루를 채우게 된다. 그리고 이후 오재원의 1루수 강습타구에 채태인이 알까기를 시전하며 양의지가 홈인했고 점수는 3:1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이후 경기 시작후 5시간 20분이 지나 포스트시즌 최장 시간 경기를 기록하고, 1루에 있던 오재원의 2루 도루 이후 최재훈에게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투수 심창민은 최재훈을 슬라이더로 삼진으로 잡아내었다. 주자 2, 3루, 2아웃 상황. 대구구장엔 공포의 Marry me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후에 등장한 손시헌의 확인사살 쐐기타로 점수 5:1. 심창민은 강판되었다. 3-유간의 단타성 안타였지만 2루주자 오재원이 홈으로 대시하는 것을 보고 삼성의 좌익수가 홈으로 송구하는 사이 손시헌은 2루까지 뛰었고, 포수가 공을 잡지 못해 흐르자 손시헌은 3루까지 안착하였다.


이후 투수는 권혁으로 바뀌어, 6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정수빈을 잡아내며 길고 길었던 13회초 공격을 끝마쳤다. 그리고 13회말 김선우가 올라와 1이닝을 깔끔하게 안타-3땅-중플-중플로 막아내며 길고 긴 포스트시즌 역대 최장시간 경기의 끝을 맺었다. 두산의 2연승. 이로써 두산은 기분좋게 적지에서 열린 경기를 모두 가져가고, 집으로 삼성을 불러들이게 되었다. 한편 삼성은 타선의 무지막지한 잔루를 해결하지 못한 게 끝내 패착이 됐고, 더군다나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였다지만 오승환을 마치 선발 굴리듯 굴렸기에 차후 경기에서도 부담을 한층 더 안고 가게 되었다.




3차전: 자멸한 두산, 손시헌의 실책이 부른 희대의 나비효과 (삼성 승)


홈에서의 두 경기를 모두 내주고 적지인 잠실에서 3, 4, 5차전을 펼쳐야 하는 궁지에 몰린 삼성과 적지에서 두 경기를 모두 잡고 홈으로 삼성을 맞이하는 두산. 이번 한국시리즈 첫 낮경기에서 2차전처럼 누가 더 집중력을 발휘해 잡아내느냐가 향후 시리즈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높았던 경기였다. 


홈에서 2패를 당했기 때문에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했던 삼성의 선발 장원삼은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안한 출발을 하고 마는데, 1번 타자 이종욱의 선제 중전 안타를 허용했을 뿐더러 뒤이어 2번 타자 민병헌의 타석에서 포수 이지영이 포일을 저질러 순식간에 무사 2루의 위기를 맞고 만다. 하지만 민병헌-김현수-최준석으로 이어지는 후속 타자들을 잘 처리하여 불안했던 1회를 무실점으로 잘 막는다. 이후 안정감을 찾았는지 6회까지 호투 릴레이를 펼쳤다.


두산 유희관도 요령있는 투구로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다만 제구가 평소보다 좀 높았고, 2루타도 3개나 간간이 허용하는 등 장타에 대한 우려도 나타내었다. 


승부에 요동이 친건 4회 초, 박석민의 2루타, 최형우의 안타, 그리고 이승엽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손시헌이 박한이의 병살타성 유격수 땅볼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떨어뜨린다. 그리고 이를 주워 오재원에게 급히 송구하는데, 바운드 송구가 되어 오재원도 공을 놓치고, 이어 공을 찾았을 때에는 발이 떨어진 상태여서 발을 급히 갖다대었다. 1루주자 였던 이승엽은 병살타성 타구를 보고 천천히 뛰다가 손시헌의 이상한 송구를 한 후에야 뒤늦게 달리기 시작했고, 오재원이 공을 찾은 그 순간에서야 2루에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이런 막장 속에서 결과는 주자 올 세이프에 3루 주자 홈인. 그러나 오재원이 자신의 발이 먼저였다고 심판에게 항의를 한다. 이에 김진욱 감독도 나와 항의를 한다. 그러나 판정은 규정상 번복되지 않았고, 손시헌에게는 송구 실책이 부여되었다.


이어진 1점차 1사 만루 상황, 이지영이 좌익수 앞 희생플라이를 치고,김현수가 홈으로 송구하지만 이게 높게 들어오면서 간발의 차이로 주자 최형우의 발이 먼저 들어간다. 이에 대해 또다시 항의를 하고, 코칭스태프가 나와서 이의제기를 한 뒤 유희관과 최재훈을 다독이는데 이후 기록실에서 주심에게 뭔가를 지적하더니 유희관의 강제강판 사태로 이어진다. 자세히 설명하면, 박석민에게 2루타를 맞은 상황에서 정명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서 작전 지시를 했고, 이지영 타석의 희생타 때 홈 경합 과정에서 세이프가 되자 항의하기 위해 강성우 배터리코치가 김진욱 감독을 따라 올라왔는데, 강성우 배터리코치가 파울라인 안으로 들어와 최재훈에게 뭔가 작전지시를 했고, 그 지시를 받은 최재훈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이것이 코칭스태프의 마운드 방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한 이닝에 2번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올 경우 투수를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된 것. 때문에 유희관은 무조건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5회와 6회는 양 팀 모두 소강 상태에 들어가고, 7회 초 박한이가 오재원의 실책으로 출루하고 이지영의 번트로 1사 2루를 만든다. 여기서 박한이가 최재훈의 방심을 틈타 3루 도루를 감행, 성공하고 홍상삼이 풀 카운트에서 포크볼을 바닥에 던지면서 최재훈이 알을 까면서 홈인. 3점차가 된다. 두산은 홍성흔의 홈런과 오재원의 2루타, 교체되어 나온 안지만을 상대로 손시헌의 적시타로 3:2까지 추격하지만 뒤이어 나온 차우찬과 오승환이 실점하지 않으면서 삼성이 천신만고 끝에 1승을 챙겼다.


정리하자면 삼성은 홈에서 당한 2연패에 대한 부담을 이 경기에서 어떻게든 끊어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야 할 경기였고,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끝내 이기면서 천금같은 값진 1승을 거둬 앞으로의 시리즈에 대한 반격의 기틀을 잡았다. 장원삼이 6.2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경기를 잘 풀어갔고, 안지만이 다소 불안했으나 차우찬-오승환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이 깔끔하게 막아서 승리를 지켰다. 특히 2차전에서 4이닝 53구라는 무리한 투구 끝에 호투하고도 패하여 우려가 심했던 오승환은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타선의 답답한 부진은 여전하여 팬들의 가슴을 더 터지게 만들고 오승환까지 투입되게 만든 것이 아쉽다. 득점한 3점은 모두 상대 실책과 애매한 판정, 그리고 폭투로 거둔 점수라 적시타는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타선의 부활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손시헌, 홍상삼, 그리고 김풍기 2루심이 1타점씩 올린 3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두산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 판정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두산 입장에서도 잘한 경기는 결코 아니었다. 코칭스태프의 지나친 흥분으로 인한 판단 미스로 호투하던 유희관을 조기강판으로 이어져 불펜 소모를 자초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벤치의 실책이었다. 물론 그 불펜진은 짧게 짧게 투수교체를 단행한 끝에 무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불펜진이 얼마나 더 선전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홍상삼의 계속된 부진은 두산 입장에서는 한번쯤 고민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탄탄하던 내야진이 실책 2개를 기록하여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상황. 준PO, PO를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극심한 체력 소모는 당연했고, 결국 체력 소모에 따른 집중력 상실이 내야실책 2개로 연결되고 그것이 또 실점까지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뼈아팠다. 그래도 3:0으로 뒤진 상황에서 홍성흔과 오재원의 투혼으로 3:2까지 추격하는 등 저력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지만. 그러나 이원석의 부상으로 인한 장기 결장과 파울타구 맞고도 홈런쳐서 절뚝거리며 들어온 홍성흔, 그리고 손시헌의 적시타때 홈으로 들어온 오재원의 햄스트링 부상 등 부상환자들이 속출하여 전력의 공백이 생긴 점은 남은 경기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




4차전: 잠실 재우스의 강림, 시리즈는 두산쪽으로 기울고 (두산 승)


두산은 홍성흔과 오재원, 이원석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고, 포스트시즌의 영웅 최재훈 역시 체력 소모 문제로 선발출장하지 않으며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한데다, 팬들은 선발이 이재우에 포수가 양의지라 불안해했다.


삼성 선발 배영수가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2실점으로 강판당하였고, 차우찬이 사실상 4차전 선발 역할을 하였다. 차우찬은 100구를 던져가며 6과 1/3 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하였지만 정작 타선이 물방망이만 과시하면서 점수를 필요할 때 뽑지 못해 호투가 빛이 바랬다. 차우찬의 4차전까지 기록은 9이닝 133구 1실점.


이에 반해 두산의 선발투수 이재우는 4회초 위기에 몰렸지만 삼진으로 2사 만루 위기를 탈출하면서 5이닝 2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쳐 4차전 MVP로 선정되었다.


또한 포스트시즌 전부터 두산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진은 포스트시즌 전체 19이닝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95를 기록, 스스로 약점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날 역시 핸킨스-정재훈-윤명준이 단 1실점하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핸킨스의 경우는 포스트시즌 5경기 10.1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이어가 시즌 중의 논란을 씻고 불펜의 핵으로 재평가되기도 했다.


타선에 있어서 두산은 1회말 정수빈의 기습번트로 인한 내야 안타 - 김현수의 볼넷 - 최준석의 적시 2루타, 양의지의 희생타로 2점을 뽑았지만 추가득점 기회마다 더블플레이 등으로 맥을 끊으며 불안한 리드를 유지했으나, 삼성이 두산보다 더 빈곤한 타격을 과시하였다. 


삼성 클린업 타선은 계속해서 답답했는데, 특히 이승엽은 시리즈 내내 철밥통 수준으로 자리만 차지하고, 중요할 때는 아무것도 못하는 민폐만 끼쳐 이런 이승엽을 믿고 계속 기용하는 류중일에 대한 비판도 거칠었다. 특히 9회초 선두타자 최형우가 2루타를 치고 박석민이 볼넷으로 나간 1, 2루에서 자칫 더블플레이 코스의 땅볼이 간신히 행운의 진루타가 된 건 이날 이승엽의 대표적인 삽질이었다. 


결국 삼성은 9회초 1아웃 만루 기회를 희생타로 간신히 1점 내고 경기는 2:1로 내주며 시리즈 전적 3:1로 벼랑에 몰렸다.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에 있던 삼성은 이제 남은 경기를 모두 배수진으로 임하지 않으면 굴욕적인 한국시리즈의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아예 4차전 삼성은 이길 자격도 없었다는 독한 디스성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실제로 삼성은 4경기 내내 적시타가 단 1개밖에 없었다.




5차전: 드디어 살아난 사자 군단의 방망이, 난세영웅 박한이의 등장! (삼성 승)


이젠 완전히 벼랑에 몰린 삼성과 5차전에서 끝내고 홈구장인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맞이하고 싶은 두산간 총력전 가능성이 높았다. 당장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벼랑끝이라며 총력전을 선언했다. 삼성은 어떻게든 이겨 6차전과 7차전이 펼쳐지는 홈 대구로 끌고 가야 했고, 두산 역시 괜히 6차전까지 가서 화근을 제공하느니 5차전에서 어떻게든 승부를 내고자 하였다. 그 결과 시리즈 최고의 타격전이 전개되었다.


일단 경기를 시작하기 20분 전까지 비가 내렸기 때문에, 6시에 예정되었던 경기는 그라운드 정리를 할 때까지 지연되었다가 6시 35분에 시작했다. 시구자는 개그맨 김준호, 뿜 엔터테인먼트에 나오는 자신의 배역인 사귀자의 모습으로 나와서 클라라의 시구 동작을 따라한 다음에 공을 던졌다.


5차전까지 내주면 2013시즌을 접어야 하는 삼성이 먼저 힘을 냈다. 선발 노경은의 공이 맞아나가는 틈을 이용해 3번타자 채태인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이어 4번 최형우부터 7번 김태완까지 연속 안타를 올리면서 2점을 추가 3:0으로 앞서가며 기세를 올렸다. 2차전 이후 오랜만의 적시타가 터졌고, 홈런은 1차전 박석민의 홈런 이후 4차전만에 나온것이었다. 


하지만, 두산에는 최준석이 있었다. 최준석은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선발 윤성환의 공을 통타해 좌측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그 후 오재일이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된 이후에 손시헌이 좌익수 앞 안타를 기록하며 출루하고 허경민이 내야안타로 2사 1,2루가 되었다. 김재호가 유격수 앞 땅볼을 쳐서 아웃됐지만 이는 명백한 오심이였다. 2회 두산이 추격을 시작하자 삼성은 또 달아나기 시작했다. 삼성은 1아웃 이후에 나온 최형우가 다시 노경은의 공을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4:1까지 차이를 벌렸다. 지난 2경기의 두산의 득점력을 본다면 승리는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


그러나 두산의 추격은 그치지 않았다. 3회말 1사 이후 정수빈이 몸에 맞는 볼로 나갔고, 뒤이어 김현수가 좌전안타를 치며 1사 1,2루의 기회를 만들었고, 최준석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정수빈을 불러들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타자 오재일이 좌중간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2루타를 쳤고, 최준석까지 홈으로 들어오면서 두산은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결국 삼성은 선발 윤성환을 내리고 안지만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삼성은 5회초 채태인의 볼넷과 최형우의 내야안타로 만든 1사 1,2루 기회에서 박석민이 중전 적시타를 치면서 2루주자를 불러들여 역전에 성공했지만, 곧바로 두산은 5회말 최준석이 안지만의 직구를 통타해 우측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두산은 노경은을 내리고 김선우, 윤명준을, 삼성은 윤성환에 이어 안지만과 선발 투수인 릭 밴덴헐크까지 투입하며 모두 배수의 진을 쳤다. 특히 헐크의 투입은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승부의 추는 8회에 기울었다. 8회초 진갑용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뒤이어 정병곤이 기막힌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연속안타를 쳐내며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다음타자 정형식이 절묘한 번트를 대면서 주자 2,3루 2번타자 박한이는 바뀐투수 정재훈의 공을 우전 적시타로 연결시키며 2점을 불러들였다. 7:5 삼성이 다시 앞서 나가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8회말 선두타자 김현수가 3-유간 내야안타로 출루했지만, 믿었던 다음타자 최준석이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흐름을 끊어먹고 말았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9회초, 무사 1, 2루로 삼성이 더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놓쳤다. 이지영의 스퀴즈 상황에서 3루 주자 이승엽이 전혀 대비를 못하다 홈에서 아웃된 것이 백미였다. 그러나 사실 이 판정은 오심으로, 이승엽이 포수 양의지의 다리 사이로 홈을 스쳐 세잎이 되었으나 심판이 늦었다고 본 건지, 블로킹에 막혔다고 본 건지 아웃을 선언했다.


9회말 오승환이 등판했고 안타를 1개 맞긴 했으나 2개의 탈삼진과 1개의 뜬 공을 기록하며 세이브, 일단 삼성이 기사회생에 성공했고, 경기는 6차전으로 이어지게 된 동시에 대구에서 우승팀이 가려지게 되었다. 잠실에서 우승 축배를 들고자 한 두산은 홈에서 끝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6차전: 류중일의 배수진, 삼성 킬러 니퍼트를 무너뜨리다. (삼성 승)


일단 대구까지 승부를 몰고 온 삼성이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시리즈 역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바로 6차전 상대팀 선발이 삼성 공인 천적 더스틴 니퍼트였기 때문이었다. 더스틴 니퍼트는 삼성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악마 수준이었다. 2011년 두산 입단 후, 3년 동안 통산 삼성전 성적이 12경기 8승 1패 2.09에 달했고, 2013 시즌만 봐도 3경기 3승 1.89에, 2차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으로 꼼짝 못하고 당하기만 하였기에 니퍼트를 공략할거라 기대한 삼성 팬들은 거의 없었다. 특히나 니퍼트에게 1패를 안긴 경기도 잠실 야구장이었지, 대구 구장에서는 니퍼트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말그대로 니퍼트에게는 대구 구장이 약속의 땅이었다. 어쨌든 니퍼트란 큰 산을 넘지 못하면 안방에서 상대 팀의 우승 헹가레를 구경할 치욕의 현장이 되기에, 삼성 팬들은 작은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삼성의 분위기는 우울했다. 5차전 불펜 등판하고 바로 6차전을 대비하던 밴덴헐크가 아무래도 무리였는지 준비 과정에서 이두근에 근육통이 있음을 파악하고, 류중일 감독은 한 이닝 정도만 막아달라고 선발 투수로 올린다. 하지만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정수빈이 밴덴헐크에게 KS 사상 최초의 1회 초 선두 타자 홈런을 기록하여 대구 삼성팬들의 심정을 착잡하게 했다. 이제까지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은 2회 있었으나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은 최초였다. 역시나 근육통 때문인지 밴덴헐크는 150을 가볍게 넘던 구속이 140 초중반을 기록하며 2사에 1, 2루에 주자를 내보냈으나 다행히 더 이상 실점은 하지 않고 위태위태하게 막아냈다. 


다음으로 올라온 삼성의 투수는 배영수. 배영수는 1.1이닝만에 2실점하고 강판된 4차전보다는 공이 괜찮아 보였으나 말 그대로 최악보다 나은 차악 정도로 여전히 아쉬운 투구 내용을 보였다. 거기다 2개의 몸에 맞는 볼을 던져 2사 만루를 허용한다. 그러나 김현수가 좌익수 쪽 큰 타구를 치지만 담장을 넘기지 못하고 최형우에게 잡히며 공격이 종료됐다.


두산 선발 니퍼트는 역시 삼성 킬러 답게 2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쳐나갔다. 하지만 3회 진갑용에게 안타 타구에 좌익수 김현수가 타구를 잡으려다 공을 차면서 공은 3루 파울 지역 안으로 깊숙히 굴러갔고, 그 틈을 타 진갑용은 2루까지 안착, 순식간에 무사 2루로 둔갑하고 만다. 이후 이어진 정병곤의 희생번트와 배영섭의 희생 플라이로 1: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니퍼트는 5회 말 더블 스틸을 허용하는 등 흔들렸으나 추가실점 없이 경기를 유지했다. 반면 두산은 5회 초에 교체된 투수 차우찬을 상대로 최준석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장외 솔로 홈런을 뽑아 내며 2:1로 다시 달아난다. 최준석은 이 홈런으로 포스트 시즌에서만 정규 시즌 홈런 개수(7개)에 육박하는 6개의 홈런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6회 삼성 공격의 혈이 뚫렸다. 선두타자 박한이가 좌전안타를 치면서 기회를 만들었고, 다음타자 채태인이 니퍼트의 초구를 그대로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이 한방으로 삼성이 단숨에 3:2로 역전해버렸다. 하지만 두산은 한국시리즈 전경기 등판한 윤명준을 제외하고는 믿을만한 투수가 헨킨스 뿐이었으므로 빠른 투수교체 대신 투수를 아끼려는 생각으로 두산은 니퍼트를 7회까지 계속 끌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두산 코치진의 희망과는 달리 7회에 니퍼트의 구위는 무척 떨어져 있었고, 투구 수도 100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결국 7회말 2사 주자 1,2루 상황에서 박한이의 쐐기를 박는 쓰리런 홈런까지 허용하면서 6실점을 하고 강판당하고 말았다. 설상가상 이 와중에 지는 경기에서 윤명준을 또 올려서 한국 시리즈 전 경기 출장 기록을 만들어주는 등 두산 코칭 스태프는 미친듯이 까였다. 


그 후 9회에 신용운이 나와서 민병헌을 삼진, 최준석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깔끔하게 매조짓나 했으나, 투아웃에 오재일 타석에서 잘던지던 신용운을 강판시키고 조현근이 나온다. 역시나 조현근은 오재일 볼넷, 손시헌의 우전 안타로 다시 주자를 연속 출루 시키는 등 영 미덥잖은 투구를 보였고 기어이 오승환이 올라와 마지막 타자를 깔끔하게 뜬공처리하면서 한국 시리즈 승부는 마지막 7차전에서 결정나게 되었다.


삼성은 5차전부터 살아난 타선에 힘입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투수진 대신 타격전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투수쪽에서는 매이닝마다 주자들을 출루시키는 등 위기가 자주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한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단행하여 실점을 최소화하고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두산은 슬슬 장기전에 따른 피로가 드러난 탓인지 2차전서 오승환이 지킬 동안 잔루만 미친듯이 적립하던 삼성이 생각날 정도로 1~3회까지만 잔루가 8개였음에도 추가점을 내지 못했고, 그 동안 삼성이 편하게 동점을 만들면서 분위기가 넘어가고 말았다. 삼성이 생각보다 투수를 많이 썼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삼성의 타격진이 살아나는 반면 두산은 침체되어 있고, 특히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 있을 때의 집중력이 삼성이 좋아졌으며, 1,2차전의 삼성의 침체된 타격 사이클이 삼성이 아닌 두산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점에서 삼성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건 사실이었다. 다만 신용운 하나로 끌지 않고 오승환의 등판 없이 막아보려다 조현근을 등판시켰지만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는 투구를 보여 결국 오승환을 등판시켜 투수력을 괜히 소모시킨게 삼성에게는 아쉬운 점이었다.


두산은 확실한 삼성 킬러 니퍼트를 내세우고도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삼성보다 안타와 볼넷을 훨씬 더 많이 기록하고도 잔루 15개로 자멸한 것이 이날 경기의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거의 매이닝 출루하면서 찬스를 잡았음에도 2차전에서의 삼성처럼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밥상을 뒤엎고 잔루만 줄창 쌓아대고 자멸했으니 두산으로선 당연히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었던 경기였다. 또한 6회부터 흔들리던 니퍼트를 제때 교체하지 못했던 것도 결국 참사를 불렀다. 이래저래 공수 모두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체력적인 한계가 눈에 띄게 보였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기세가 꺾인 이상 체력싸움으로 가야하는데 거듭된 경기로 지친 탓인지 야수진들의 타격 사이클은 망가질대로 망가졌고, 특히 최준석과 오재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플라이로 물러나는데 문제였는데, 삼성 투수들의 구위가 시즌에 비해서는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산 타자들의 파워가 그 구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계속해서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날 홈런도 두산, 삼성 모두 각각 두 개씩 터뜨렸는데, 두산은 솔로 홈런만 2개를 기록했고, 반면 삼성은 투런 홈런, 스리런 홈런을 기록하여 홈런의 영양가에서 큰 차이가 났다. 종합하자면 체력, 공수 밸런스, 감독의 투수 운용, 집중력, 정신력 모든 면에서 두산이 확연히 밀린 경기였다. 시리즈 동률을 허용한 것은 물론 분위기마저 삼성에게 넘겨준 건 덤. 그동안 유리했던 시리즈 상황을 스스로 까먹은 격이 되어 마지막 7차전은 그야말로 장담을 하기 힘들 정도로 핀치에 몰리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전날 선발이었던 윤성환, 다음날 선발인 장원삼과 불안한 구위의 김희걸을 제외한 투수 9명을 모두 올렸다. 다시 말해 오늘 지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가용 가능한 투수를 모두 마운드에 등판시켰다. 이에 비해 두산은 니퍼트가 흔들릴때 강수를 둬서 실점을 틀어막는 대신 투수를 아끼기 위해 니퍼트의 구위가 떨어졌음에도 교체하지 않고, 전날 등판한 윤명준은 그대로 올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만일 이날 두산이 이길 생각으로 삼성과 마찬가지로 가용 가능한 투수를 모두 소모했다면 한국 시리즈는 6차전에서 끝났을지도 모를일이었지만 결국 두산은 패배했고 김진욱 감독은 한국 시리즈 8차전을 생각하는 희대의 명감독이라는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7차전: 기적같은 역전우승, 그리고 최초의 통합 3연패 달성! (삼성 승)


6차전 승리로 시리즈 균형을 맞춘 삼성은 여세를 몰아 장원삼을 선발로 내세워 7차전마저 잡고 기적의 대역전 우승을 일궈내고자 하였고, 시리즈 동점을 허용한 두산도 배수의 진을 치고 총력전을 다짐했다. 예상대로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실책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 삼성은 두산의 클러치 실책을 틈타 빅 이닝을 만들면서 우승을 확정지었고, 반면 두산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 실책 하나로 인해 자멸하면서 목전에 둔 우승컵을 허망하게 내주고 말았다.


초반은 두산이 좋았다. 이 경기 전까지 침묵하던 김현수의 적시타로 1점을 선취. 하지만 1회말 삼성은 박석민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만회한다.


3회 초, 정병곤이 1사 1,2루 상황서 최준석의 땅볼을 잡고 송구하는 과정에서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을 하며 1사 만루를 만든다. 이 기회서 두산은 양의지가 희생 플라이를 쳐 1점 추가. 2-1로 경기는 두산쪽으로 기우나 했지만 5회 말, 유희관이 크게 흔들리면서 무사 만루를 만들며 결국 강판되고 만다. 박석민이 짧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타석에는 시리즈 23타수 3안타 0타점의 이승엽이 등장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승엽은 1타점 동점 적시타를 쳐냈다.


그리고 운명의 6회말, 정병곤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다. 배영섭이 쓰리 번트 실패로 아웃되면서 다들 뒷목을 잡았으나 박한이가 좌중간 안타로 1사 2, 3루를 만들고, 데릭 핸킨스와 양의지 배터리는 채태인을 거르고 1사 만루를 만든다. 이어진 타석에서 최형우가 밀어쳐서 빗맞은 땅볼이 되어 3루수 이원석에게 갔고, 이원석이 이를 잡아 홈에서 포스 아웃을 시키기 위해 홈에 있던 포수 양의지에게 공을 던졌으나 정작 그 공은 정병곤의 손에 맞고 양의지가 잡지 못하고 두산 덕아웃으로 빠져버렸다. 이 실책으로 2루의 박한이 마저 홈인, 생각지도 못한 실책에 팽팽하던 승부추가 삼성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고, 여기에 데릭 핸킨스와 두산 선수단의 멘붕을 틈타 박석민이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사실상 이날 승부는 물론 삼성의 우승을 결정짓는 쐐기타였다. 그 후에도 삼성은 김태완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확인사살을 했다.


그렇게 대량 실점한 두산은 7회 초 손시헌이 안지만에게 추격 홈런을 뽑았지만 그래봤자 솔로 홈런에 불과했고 (미국식 표현을 빌리면 "Too little, too late".), 이후 남은 이닝 동안 차우찬과 오승환에게 틀어막혀 별다른 반격도 못 하고 패배를 자초했다.


그리고 삼성은 9회 초 2사에서 오승환이 마지막 타자 손시헌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비록 세이브 요건은 아니었지만 3년 연속으로 오승환-진갑용 배터리가 한국 시리즈, 포스트 시즌, 그리고 2013년 프로야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마지막도 선수단 모두 모여 단체 세레모니로 마무리를 했다.


7차전 MVP는 승부에 쐐기를 박은 박석민이 선정되었고, 한국 시리즈 MVP는 5차전부터 맹활약을 펼친 박한이가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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