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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2001년 한국시리즈 이후 다시 만나 리턴 매치를 가졌고, 삼성 라이온즈가 4전 전승으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스윕하며 우승을 차지한다. MVP는 철벽 투구를 선보였던 신인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수상했다. 


다른 건 필요 없고, 이 시리즈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걸사마의, 걸사마를 위한, 걸사마에 의한 한국시리즈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정도로 김재걸의 활약은 정말 독보적이었는데, 12타수 6안타 5볼넷 4득점 2타점이라는, 말 그대로 MVP급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삼성은 이런 김재걸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 베어스를 스윕하고 2001년의 패전을 설욕하며 3번째 우승컵을 가져갔다.(코시 기준으로는 2번째 우승) 비록 시리즈 MVP는 철벽 투구를 선보인 오승환이 가져갔지만, 팬들이 뽑은 한국시리즈 최고 선수의 영예(구단 별도 시상)는 김재걸에게 돌아갔다. 한국시리즈 MVP를 받아도 전혀 이견이 없을 정도였음은 물론 오히려 한국시리즈 MVP를 타지 못한게 더 아쉬울 정도로 미친 존재감의 진수를 보여줬다 할 수 있겠다.


반면 두산 베어스는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스윕하여 호기롭게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는데 성공했지만, 위에서 지적한 대로 김재걸의 미친 활약에 휘말려 맥없이 4연패로 스윕당해 무너지고 말았다. 시즌 전적이야 9승 1무 8패로 근소하게 우위에 점하고 있긴 했지만, 막상 시리즈에서는 삼성의 철옹성같은 불펜진에 말 그대로 초살당했다. 두산 불펜진도 당시 시즌 최다 세이브와 최다 홀드를 기록한 정재훈과 이재우가 버티고 있었지만, 둘 모두 삼성 타선에 무너지다시피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날던 타선도 한국시리즈에서는 극도의 부진에 빠진 것도 컸지만, 종합적인 공,수,주에서 모두 삼성에게 압도당한 것도 사실이다.




1차전: 김재걸의 대반란 (삼성 승)


중계채널은 MBC. 한국시리즈 사상 두 번째로 1차전 외국인 투수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삼성은 하리칼라를, 두산은 리오스를 선발로 마운드에 올렸다. 외국인 투수끼리 처음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선 것은 2001년으로 공교롭게도 같은 삼성(갈베스)과 두산(콜)의 대결이었다. 7월 초 루터 해크먼을 대신해 새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하리칼라는 시즌 3승 2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고 두산을 상대로는 1차례 등판해 5.2이닝을 던져 2실점(1자책점)하며 승리를 챙겼다. 시즌 도중 KIA에서 트레이드된 리오스는 15승 12패, 평균자책점 3.51을 올렸지만 삼성전에선 KIA 시절을 포함해 5차례 나와 승리 없이 4패와 평균자책점 6.14로 맥을 추지 못했다.


출발은 두산이 산뜻했다. 1회 초 1사 후 임재철이 중전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3번 타자 문희성은 우익수 쪽에 빗맞은 뜬공을 쳤지만 우익수 심정수의 글러브 앞에 떨어졌다. 이 타구를 심정수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이 1루 주자는 3루, 타자주자는 2루까지 진루했다. 김동주의 유격수 땅볼에 임재철이 홈플레이트를 밟아 먼저 1점을 얻었고 홍성흔의 1루수 키를 살짝 넘는 우전 적시타로 2-0으로 앞서나갔다.


리오스에 눌려 1, 2회 삼자범퇴로 물러난 삼성은 ‘몸’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경기 시작부터 삼성 타자들은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어 몸에 맞는 공을 유도했고 3회 말 살신성인은 빛을 발했다. 선두 타자 박진만과 8번 타자 진갑용이 연거푸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김종훈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조동찬이 내야 안타를 쳐 1점을 따라갔다.


2-1로 쫓긴 두산은 4회 초 선두 타자 홍성흔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믿었던 6번 타자 안경현이 병살타를 쳐 달아날 기회를 놓쳤다. 김경문 감독은 하위 타순으로 이어져 번트보다 강공을 선택했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와 고개를 떨어뜨렸다.


추가 실점 위기를 넘긴 삼성은 5회 말 선두 타자 진갑용의 중전 안타와 김종훈의 우익선상 2루타로 무사 2, 3루의 역전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조동찬이 2루 땅볼로 진갑용을 불러들여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계속된 1사 3루에서 타석에 나선 박종호는 볼카운트 1-2에서 스퀴즈번트를 시도했으나 투구에 왼손 집게손가락을 맞아 시리즈 아웃. 결국 김재걸로 교체됐다. 삼성 벤치는 주전 2루수의 부상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삼성에 행운으로 작용했다. 갑작스럽게 대타로 나온 김재걸은 볼카운트 2-3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우익수 키를 넘어갔다. 역전 1타점 2루타.


3-2로 경기를 뒤집은 삼성은 7회 말 2점을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선두 타자 조동찬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자 김재걸은 좌익선상 2루타로 불러들였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김한수의 2루 땅볼로 1점을 더 보태 점수 차를 5-2로 벌렸다. 행운의 ‘히어로’ 김재걸은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4회 말 중전 안타를 친 김한수는 포스트시즌 11경기 연속 안타와 한국시리즈 10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갔고 1타점을 추가해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타점(34) 타이기록을 세웠다. 




2차전: 12회의 연장 혈투, 삼성이 웃다. (삼성 승)


중계채널은 KBS1. 홈에서 2연승을 노리는 삼성은 에이스 배영수를 선발로 올렸고 1승 1패를 안고 서울로 올라가려는 두산은 랜들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두산 리오스와 탈삼진 공동 1위에 오른 배영수는 두산을 상대로 1승 2패 2세이브를 올렸다. 12승을 거둔 랜들은 삼성전에 1차례 등판해 승패 없이 6이닝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2회 초 무사 1루에서 안경현의 우중간 2루타로 1루 주자 홍성흔이 홈플레이트를 밟아 먼저 1점을 뽑았다. 하지만 계속된 무사 2루에서 김창희, 손시헌, 전상열의 득점타가 나오지 않으며 흔들리던 배영수를 더 몰아붙이지 못한 것이 찜찜했다. 3회 초도 장원진의 안타에 이어 임재철이 배영수의 실책으로 출루하며 무사 1,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중심타선 문희성, 김동주, 홍성흔이 범타로 물러나 추가 득점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두산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삼성의 반격이 시작됐다. 5회 말 김한수, 양준혁이 연속 안타를 쳐 무사 1, 2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박진만이 번트를 댔지만 2루 주자 김한수가 3루에서 아웃됐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조동찬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분위기가 서서히 삼성 쪽으로 넘어갔고 마침내 7회 말에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 타자 양준혁이 볼넷을 얻어 나가자 7번 타자 박진만이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쳐 무사 2, 3루를 만들었다. 이어 진갑용이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1-1 동점을 이뤘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1차전의 영웅 김재걸이 좌전 안타를 쳤지만 2루 주자 박진만이 3루 코치 류중일의 사인을 무시하고 홈에 파고들다 태그아웃 돼 역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역전의 위기를 넘긴 두산은 바로 힘을 냈다. 8회 초 2사 3루에서 안경현이 좌중간 2루타를 쳐 2-1로 앞서나갔다. 승리의 여신이 두산 벤치를 향해 미소 짓는 듯했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삼성은 1사 후 6번 타자 대타 김대익이 볼카운트 1-2에서 마무리 정재훈의 4구째 포크볼을 노려 쳐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2-2.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피 말리는 연장전 승부에서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두산이었다. 연장 10회 초 윤승균, 홍성흔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원석이 오승환의 구위에 눌려 스리번트 아웃을 당하고 이 후 타자들 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며 득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아래의 영상은 바로 그 연장 10회초 당시 오승환이 등판 했을때 장면이다.


위기를 넘긴 삼성은 연장 12회 말 선두 타자 김재걸이 2루타를 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조동찬이 착실하게 보내기 번트를 대 1사 3루를 만들었고 김종훈이 우전 안타를 터뜨려 4시간 45분,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2013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양 팀간의 최장경기신기록이 또 다시 경신되었다.


초반 불안했던 배영수는 6.1이닝을 6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박석진, 권오준, 안지만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3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올렸다. 두산 랜들은 6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연장 11회에 나온 이재영이 패전 투수가 됐다. 1차전 승리를 이끈 김재걸은 3타수 3안타 2볼넷을 얻어 ‘걸사마’ 열풍을 이어갔다.




3차전: 양신의 결정적 쓰리런! (삼성 승)


중계채널은 SBS. 무려 노히트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는 아주 진귀한 상황이 일어났다. 노히트 원런 누구는 10이닝 노히트노런하고도 무승부 어깨 부상으로 82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두산 선발 박명환은 삼성 타선을 맞아 5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1회 초 볼넷 2개를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인 박명환은 2회 초 볼넷 2개와 도루, 폭투가 겹치며 안타 없이 1점을 헌납했다.


두산은 1, 7회를 제외하고 모두 7차례나 누상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진루타와 적시타가 나오지 않으며 영봉패했다. 특히 6회 말 1사 1, 3루에서 안경현, 홍성흔이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게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두산이 계속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7회까지 단 1안타에 그친 삼성 방망이가 8회 초 불을 뿜었다. 1사 후 앞선 타석까지 12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던 박한이가 좌전 안타를 치며 공격의 방아쇠를 당겼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양준혁이 두산 이재우의 4구째를 두들겨 우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박진만을 1루에 두고 진갑용은 금민철의 초구를 받아 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삼성 선발 바르가스는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고 오상민, 권오준, 전병호, 안지만, 박석진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냈다.




4차전: 사자의 곰 학살, 삼성 V3 (삼성 승)


중계채널은 MBC. 경기 초반부터 삼성 타선은 상대전적에 걸맞게두산 선발 리오스를 두들겼다. 1회 초 1사 1, 3루에서 심정수의 3루 땅볼 때 3루 주자 조동찬이 홈플레이트를 밟아 먼저 득점했다. 3회 초에는 선두 타자 김재걸이 볼넷으로 나간 후 리오스의 폭투 때 3루까지 내달아 무사 3루를 만들었다. 김종훈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2점째를 뽑았고 박한이는 솔로 홈런을 쳐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4회 초에는 박진만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보태 점수를 4-0으로 벌렸다.


두산은 6회 말 1사 1, 2루에서 3번 타자 최경환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김동주와 안경현이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자 두산 벤치는 깊은 침묵에 잠겼다. 삼성은 8회 초 2사 만루에서 박한이가 주자 일소 2루타를 터뜨리는 등 4점을 추가했고 9회 초에도 2점을 더 보태 10-1로 대승을 거뒀다. 9회말, 오승환은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3루수 플라이 아웃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 승리로 삼성은 두산에게 당한 2001년 한국시리즈 패전을 스윕으로 되갚았다. 삼성 선발 하리칼라는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2승째를 챙겼고 두산 선발 리오스는 3이닝 5피안타 4실점하며 2패째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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