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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벌어졌던 한국시리즈.
정규리그 1위인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리그 3위인 두산 베어스간에 펼쳐졌다. 두산의 정규 시즌 성적은 65승 5무 63패로 5할을 겨우 넘겨 5할 1푼에도 도달하지 못했는데(0.508), 이는 포스트 시즌에 탈락한 06년도의 두산보다도 더 낮은 승률이었다. 그 원인으로, 우재주로 대표되는 강력한 타선에 비해 투수진은 참담할 정도였는데 팀 내 최다승 투수의 승수가 9승이었다. 19승이 아니다. 또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선발과 계투를 오갔던 이혜천 달랑 1명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중 유일한 케이스. 심지어 정규 시즌 3위였던 두산은 1위 삼성과의 승차보다 오히려 당시 최하위였던 롯데와의 승차가 더 적었다. 거기다가 정규시즌 1위 삼성이 -13.5, 정규 시즌 2위 현대가 -6.5인데 정규 시즌 4위 한화가 4.5경기 차고 정규 시즌 7위 SK, 8위 롯데가 6.5경기 차.
투타의 전력으로 보자면 타자는 백중세였지만 투수력에서 삼성의 전력이 압도적이었다. 타격은 두산이 언제나처럼 최상위권의 활약을 해준 타이론 우즈와 김동주는 물론이요 그해에 각성한 심재학이 심정수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 아닌, 지금도 안구에 회자되는 펠릭스 호세에 이어 전체 WAR 2위로 활약하여 커리어하이를 찍었고, 정수근이 99년에 이어 3할타자로 복귀하였으며, 하위 타선의 안경현, 홍원기, 홍성흔 등도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었다. 삼성도 김기태가 노쇠화 및 김응용 감독과의 불화로 시즌 단 한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했으나, 그자리를 마해영, 매니 마르티네스 쌍마가 훌륭하게 메워주웠고, 박한이가 신인왕 후보에 오를정도로 타선에 활력소 역할을 해줬다. 이승엽이 타율은 낮았지만 그해 OPS 3위였으니 나름 본인 몫은 했으며, 오히려 WAR 순위는 첫 홈런왕에 최다안타왕 먹었던 1997시즌보다 높았다. 오히려 낮은 타율 때문에 저평가를 당한 한해였다. 팀득점과 팀 OPS같은 경우 739:732, .807:.780으로 비슷하거나 두산이 오히려 미세하게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잠실구장을 쓰면 ops는 장타율이 줄어 손해를 보기 때문)
그러나 투수진을 보면 두산은 선발투수는 커녕 불펜투수조차 10승 투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 해에 8개구단가운데 10승 투수가 단1명도 없었던 유일한 구단이다. 박명환은 부상으로 들쭉날쭉하게 등판했다. 모조리 부상 내지는 시망 수준이라 용병투수 둘을 보자면 트로이 니일의 대체용병이었던 배넷은 밥값못하고 한국 적응못해서 한국시리즈에서는 얼굴도 보이지 못했으며, 빅터 콜은 그냥 없는 것보다는 약간 나은 수준이었다. 스윙맨으로 노예생활을 했던 이혜천과 철벽마무리였던 진필중 그리고 방어율은 그닥 좋지않지만 매번나와도 그럭저럭 막았던 차명주 등 불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반면 삼성은 임창용, 배영수, 김진웅, 발비노 갈베스 무려 4명의 10승투수를 배출했으며, 중간투수에는 김현욱, 전병호 등이 포진해 있었고, 시즌 초반 훌륭한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았던 벤 리베라가 부상으로 퇴출당하자 김진웅이 시즌 후반 마무리 전업을 했는데 나름 훌륭하게 막으면서 투수진은 구멍이 없는 듯 보였다.
게다가 두산은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현대 유니콘스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되었으며, 주전 선수 다수가 부상당한 터라 다들 이번만큼은 삼성이 이겨서 달구벌의 저주를 깰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를 위해 삼성으로서는 원수나 다름없는 해태의 김응룡 감독까지 모셔왔고, 전력도 충실했으니까.
1차전: 삼성 한국시리즈 7번째만에 1차전 승리 (삼성 승)
삼성은 발비노 갈베스를, 두산은 빅터 콜을 선발로 기용했다. 갈베스는 가정사로 고국으로 떠났다가 몇 번이나 복귀를 미루면서 미운털이 박혔지만, 임창용의 컨디션 난조와 정규시즌에 해준 공이 있어 1차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그러나 두산전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3.32로 그리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빅터 콜보다는 나았는데, 빅터 콜은 정규시즌 기록이 6승 9패 평균자책점 5.04로, 시즌 10승 4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한 갈베스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콜이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⅔이닝 9피안타 2실점으로 그나마 호투했기에 1차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초반은 1회 2점, 2회 1점을 낸 삼성이 리드해 갔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물리치며 올라온 팀답게 두산도 호락호락 당하진 않았다. 4회초 타이론 우즈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5회초 정수근의 2타점 3루타 등, 5회에만 3점을 내면서 4대3으로 역전한 것. 그러나 이은 5회말 이승엽이 솔로홈런을 치면서 다시 균형을 잡았다.
이후로 종반까지 4대4 균형이 이어지다가 8회말 삼성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선두타자 김한수의 2루타를 시작으로 정경배의 희생번트와 진갑용의 삼진으로 2사 3루 상황에서 김태균이 적시타를 친 것. 이어 박한이가 안타, 김종훈이 2루타를 치면서 2점을 더 추가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 1차전 승리는 나름대로 삼성에겐 값진 승리였는데, 창단 19년만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이겼다. 그동안 한국시리즈 출전만 따져도 7번째만에 1차전 승리.
양팀 감독 모두 1차전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지, 1차전부터 양팀 합쳐 10명의 투수가 기용되었다.
이전까지 18번 한국시리즈 중 무승부로 끝났던 1982년을 제외하고 17번 중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게 15번인 만큼, 삼성 팬들의 기대치는 상승했다.
2차전: 불붙은 두산 타선 (두산 승)
우천으로 하루 연기되었다. 삼성은 임창용을, 두산은 구자운을 선발로 기용했다. 임창용의 경우 원래 1차전 선발이 유력했지만, 시즌 후반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2차전 선발로 밀렸다. 그러나 정규시즌 두산을 상대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5로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구자운의 경우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는 등,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규시즌 성적을 봐도 1차전과 마찬가지로 삼성의 승리가 점쳐졌으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컨디션 난조를 보인 임창용의 속구 구속이 140km/h도 안 나오면서, 그야말로 두산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다 5회도 못 채우고 강판되었다.
2회초 김동주의 안타를 시작으로 안경현과 전상렬의 안타로 2점을 먼저 냈다. 4회말 삼성도 이승엽과 매니 마르티네스가 1점을 합작하면서 따라붙었다. 5회초 1사 1,2루가 되면서 임창용 대신 배영수가 구원등판하지만 김동주가 2타점 2루타를 치면서 3점차로 달아났다. 구자운의 호투로 삼성 타선은 침묵하다가, 6회말 이승엽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김동수의 2타점 적시타로 금새 동점으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삼성 마운드는 불붙은 두산 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다. 7회초 미들맨 김현욱이 등판했지만, 장원진과 우즈의 연속안타 후 김동주에게 다시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6대4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에 삼성은 마무리인 김진웅을 조기투입하는 강수까지 썼지만 8회초 장원진이 3점 홈런을 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회말 김동수가 솔로홈런을 쳤지만 그래도 4점차. 승부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고, 점수차도 많았다.
3차전: 불타는 잠실 - 예고편 (두산 승)
두산은 박명환을, 삼성은 배영수를 선발로 기용했다. 박명환은 정규시즌 8승에 그쳤지만 팀내 선발진 중 최다승인데다 구위는 괜찮은 편이었다. 배영수는 정규시즌 13승으로, 성적은 박명환보다 우위였지만 이제 겨우 프로 2년차의 초짜배기.
경기 초반부터 두산에 행운이 따랐다. 0대1로 뒤진 2회말 두산 공격, 심재학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김동주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며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안경현은 희생번트를 대려했지만 2번이나 실패했다. 그러나 이게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불리한 카운트에서 동점 적시타를 친 것. 이어 홍성흔의 역전타와 이도형의 희생플라이로 두산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이어 우즈와 마해영이 각각 솔로홈런으로 1점을 더해 4대2로 두산이 앞선 6회말, 홍원기의 볼넷에 이어 정수근의 2루타로 두산 타선에 불이 붙었다. 장원진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우즈가 고의사구로 출루한 후 심재학과 김동주의 연속안타로 2점을 더했다. 이어 안경현이 3루 땅볼을 쳤는데, 삼성 3루수 김한수가 1루로 던진 공이 2루 주자 심재학의 헬멧을 맞고 튕겨져 나가면서 또 2점 득점. 이어 홍성흔의 2타점 2루타까지 터지면서 두산은 6회에만 7점을 올렸다(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득점 기록. 이 기록은 바로 다음날 깨진다.). 점수는 11대2.
그러나 삼성도 지난 경기처럼 무기력하게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7회초 2사 후 김태균의 2루타를 시작으로 볼넷 1개를 포함해 7연타수 안타를 기록하면서 7회에만 6득점으로 따라잡았다. 두산은 7회초에만 5명의 투수를 바꾸고 마무리 진필중까지 등판하면서 겨우 불을 껐다. 어쨌든 두산이 승리하면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4차전: 불타는 잠실 - 본편 (두산 승)
앞서 3차전의 난타전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4차전에서 양 팀은 1차전 선발인 두산 빅터 콜과 삼성 발비노 갈베스를 다시 내세웠는데 난타전이 벌어졌다.
두산은 1회 말 1사 1루에서 우즈가 한국시리즈 개인 통산 최다인 6호 홈런을 쳐 2점을 먼저 얻었다. 하지만 삼성은 2회 초 두산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7안타와 4사구 3개를 묶어 대거 8점을 올려 8-2가 되었다. 그러나 2회 말 1점을 추격한 두산은 3회 말 장단 7안타를 몰아쳐 12점을 올렸는데 무사 만루에서 안경현의 밀어내기 볼넷, 홍성흔의 좌중간 안타, 전상열의 우전 안타, 정수근의 좌전 안타, 장원진의 좌전 안타 등으로 7득점해 10-8로 경기를 뒤집었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선 김동주가 박동희에게서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친데 이어 안경현이 백투백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루 홈런이 나온 것은 19년 전인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으로 공교롭게도 같은 팀 선배인 김유동이 삼성 이선희를 상대로 기록했다.
두산은 4, 5회 말에도 각각 2점과 1점을 더 보탰고 삼성은 경기 후반 3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5회 초 1사 만루에서 박한이와 김종훈이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두산 콜은 1.2이닝 동안 4피안타 6실점했지만 타선의 지원으로 패전을 면했고 세 번째 투수로 나와 3.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차명주는 한국시리즈 첫 승을 올렸다. 삼성 발비노 갈베스는 2이닝을 던지며 6피안타 7실점했고 3회에 등판해 0.1이닝 4실점한 김진웅이 패전 투수가 됐다.
5차전: 삼성 기사회생 (삼성 승)
양팀 모두 2차전 선발이었던 임창용(삼성)과 구자운(두산)을 그대로 선발로 기용했다. 한편 바뀐 규정에 따라 5차전부터 잠실에서 중립경기로 열렸다.
3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타이론 우즈의 희생플라이로 두산이 먼저 점수를 올렸지만, 곧바로 3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마해영가 동점타를 치고, 이어 매니 마르티네스의 안타로 만루를 만들고 김한수가 2루타를 날렸다. 이 때 두산의 실책으로 1루주자 마르티네스까지 득점하면서 삼성이 4대1로 역전했다.
5회초 심재학의 안타로 두산이 1점 따라갔지만, 다시 5회말 선두타자 이승엽의 솔로홈런으로 3점차로 점수를 벌렸다. 6회초 최훈재와 김호의 연속 2루타로 1점 따라잡지만 다시 6회말 이승엽의 안타로 1점 달아난데 이어 7회에도 1점을 더하면서 4점차로 더욱 점수차를 벌렸다.
8회초 두산이 최훈재, 김호, 정수근의 연속안타로 1점 따라붙었지만 8회말 삼성은 타자 일순하면서 5안타 3볼넷 등으로 7득점을 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차전의 부진을 딛고, 6이닝 3실점을 기록한 삼성 선발 임창용은 이 해 한국시리즈에서 유일한 선발승을 기록한 투수가 되었다.
6차전: 두산의 재역전, V3! (두산 승)
두산은 3차전 선발투수였던 박명환을, 삼성은 노장진을 선발로 기용했다.
삼성은 1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투수 박명환의 폭투와 김한수의 내야안타로 2점을 내면서 초반부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두산이 3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장원진의 안타 타구를 외야수 박한이가 뒤로 빠뜨리면서 1점을 득점하고, 5회말 타이론 우즈가 김진웅을 상대로 장외 2점홈런을 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7회초 삼성은 대타 강동우의 2루타와 카를로스 바에르가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고, 김종훈의 2타점 역전 안타와 이승엽의 1타점 적시타로 다시 재역전했다. 그러나 두산도 7회말 심재학이 볼넷, 김동주의 2루타로 출루한데 이어 홍성흔의 내야 땅볼로 1점 따라잡았다. 그리고 삼성은 전날 선발투수였던 임창용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지만, 피로에 지친 임창용이 폭투를 범하며 동점을 만들어줬다.
이에 기세를 탄 두산은 8회말 정수근과 장원진의 연속안타 이후 심재학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역전!
결국 두산이 6대5로 승리하면서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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