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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찬의 134구 투혼 덕에 LG가 올 시즌 두산과의 마지막 16차전에서 맞대결 첫 승리를 거뒀다. 


LG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올 시즌 앞선 15경기에서 전패, 지난해를 포함해 두산전에서만 17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리그 원년 삼미가 OB(두산 전신)을 상대로 당한 뒤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 특정팀 상대 전패를 기록할 위기였다. 이미 자력 5강 확보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차우찬은 5회까지 호투를 하며 LG 타선에 힘을 실어줬다. 1회말엔 1사 뒤 최주환에게 사구를 허용했지만 후속 박건우와 김재환을 각각 삼진과 땅볼로 잡아냈다. 2회도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 오재일에게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로 위기를 지웠다. 3, 4회는 삼자범퇴. 5회도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사이 타선이 상대 선발 유희관을 공략했다. 4회까지는 공략하지 못했던 LG는 5회 선두타자 채은성이 볼카운트 2-2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려냈고 이어 후속 타자 양석환도 좌측 담장을 넘기면서 순식간에 2점을 가져왔다. LG 세대 교체의 대표 주자들이 백투백 홈런을 치며 연패 탈출 가능성을 높였다.


차우찬은 6회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정수빈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허경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고 도루까지 허용했지만 최주환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LG는 7회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다시 채은성과 양석환이 기회를 만들었다. 두 타자는 1사 뒤 각각 좌전 안타와 중전 안타를 쳐냈다. 유희관이 흔들리는 상황이었지만 두산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고 후속 유강남이 우전 안타를 치며 2루 주자를 불러들여 천금같은 추가점을 뽑아냈다.


차우찬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오재일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 뒤 폭투로 3루 진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실점을 최소화했다. 오재원에게 1루 땅볼을 유도해 타자를 아웃시켰다. 그사이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지만, 누상을 비웠다. 후속 타자로 상대한 류지혁과 정수빈은 모두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차우찬의 호투에도 타선은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계속 쉽게 날리면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8회까지 104구를 던진 차우찬은 3-1로 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2아웃을 잡고 쉽게 끝내는 듯 했으나 박건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김재환의 대결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의 볼판정으로 김재환과 양의지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가 됐다. 두산은 오재일 대신 만루 타율 6할(15타수 9안타)인 김재호를 대타로 내세웠고 끈질기게 승부를 이어갔지만 차우찬은 134구째 포크로 김재호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지긋지긋한 두산전 연패를 끊어냈다. 또 개인적으로는 2010년 9월 26일 LG 상대로 완투승을 거둔 이후로 2932일 만에 완투승을 기록하게 됐다. 


차우찬은 "시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두산전 승리해 다행이다. 두산전 압박감이 있었으나 선수들이 다같이 잘 해줘서 이긴 것 같다. 내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잘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막아낸다고 마음먹었다. 투구 수 조절이 잘 돼 마지막까지 던질 수 있었다"며 "8회 끝나고 9회에도 던지겠다고 자청했다. 내가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9회 2점 앞선 상황에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투구 수는 130개 가까이 됐다. 차우찬은 "2점 차라 박건우에게 안타 맞은 뒤에는 김재환, 양의지 상대할 때 큰 것을 조심하자는 생각이었다. 좋은 코스로 공을 던지는데 집중했다. 한 방 맞으면 끝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좋은 코스로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차우찬은 "불펜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상황에서 투수를 교체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내가 끝낸다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무려 8년 만에 기록한 완투승이다. 그는 "이전 완투승은 기억도 안 난다. 투구 수가 너무 많았지만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모든 투수진이 붕괴되고 불펜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차우찬의 투혼으로 연패를 끊어냈지만 여러모로 씁쓸함을 남긴 경기였다. 이전까지 그러했듯이 LG는 오늘도 두산이 한수 접고 경기했지만 시원하게 승리하지 못했다. 2점차에서 1이닝도 제대로 믿고 맡길 불펜 투수가 없어 차우찬이 완투를 한 경기 였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 뿐만이 아니라 두산이 몇수를 접고 상대한 경기에서도 초반의 기분 좋은 리드를 불펜의 헐거움과 불안정한 수비진, 결정적인 순간의 득점 침묵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지키지 못해 한 시즌 15연패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올 시즌은 여러모로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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