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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시리즈는 시즌 시작 전부터 강팀으로 평가 받던 두 팀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맞대결로 성사됐다. 사실 이 두 팀 말고도 또 하나의 강팀으로 평가받던 SK가 8월 중순까지 무난하게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두산이나 키움 둘 중 하나의 팀이 SK와 함께 한국시리즈에 맞붙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하지만 후반기가 진행될수록 SK의 타선이 심각하게 침묵하면서 투수진에 과부하가 걸렸고 그 와중에 대체 전력이 없던 SK는 급격한 추락을 하게 된다. 반면에 두산은 막바지에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SK와의 순위 결정전에 분수령이 된 더블헤더 경기를 모두 가져가면서 승기를 잡았고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SK와의 9게임 차를 뒤집고 극적으로 정규 시즌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키움도 SK의 부진을 틈타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기도 했지만 기회마다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분위기를 놓쳤고 결국 3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하고 올라온 LG 트윈스를 상대로 극적인 끝내기로 준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를 승리하면서 기세가 올랐고 결국 3승 1패로 올라간 플레이오프에서는 후반기 충격적인 역전 우승을 당한 SK 와이번스를 단 3경기만에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버렸다.

 

양 팀 다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한국시리즈를 맞이했고 정규시즌 상대전적도 막상막하였다. 전력차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키움의 기세가 두산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무기력하게 플레이오프를 내준 SK 덕에 키움의 불펜진 소모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예측하기 어려운 시리즈였다.

 

두산과 키움 모두 타격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팽팽한 타격전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오히려 정규시즌 좌완에 약했던 두산 타선이 키움의 좌완 선발과 불펜진에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키움이 좀 더 유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1차전 : 예상할 수 없던 전개의 연속, 힘겨웠던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 (두산 승)

 

1차전 두산의 선발 투수는 에이스 린드블럼이 나왔고, 키움은 두산전 완봉 기록이 있는 요키시로 선발을 냈다. 요키시가 선발로 나옴에 따라 부상으로 인해 선발 출전 기록이 없었던 전담포수 박동원이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정규시즌에 린드블럼은 키움 전 성적이 좋지 않았고 요키시는 두산전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키움의 우세가 점쳐졌다.

 

1회초 키움이 김하성의 안타와 도루, 박병호의 안타로 먼저 선취점 1점을 냈지만 2회말에 두산이 요키시를 상대로 오재일-허경민-최주환이 연속 안타로 만루를 만든 뒤 김재호가 풀카운트에서 볼넷, 박세혁이 초구 안타로 2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키움은 4회초에 이정후의 안타, 박병호 2루타, 샌즈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면서 바로 대량 득점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이 절호의 찬스에서 김웅빈의 우익수 직선타와 김규민의 병살이 나오면서 무득점이 나와버렸고 키움의 재앙이 시작됐다.

 

이어진 4회말에 두산 허경민이 안타를 친 뒤 요키시의 보크가 나왔고 이를 김재호가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어 키움의 수비실책이 나오면서 1점을 더 잃었고 이 어수선한 상황을 놓치지 않고 1루 주자 박건우가 도루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 때 포수 박동원이 즉시 2루에 공을 던진다는게 요키시의 턱을 직격으로 맞춰버렸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고 해설진들도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지만 요키시는 계속 던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수빈에게 볼넷,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 김재환에게 안타를 내주며 추가 2실점을 하는 등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키움의 투수는 이영준으로 교체됐고 요키시는 정밀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두산의 손쉬운 승리로 이어지나 했지만 키움의 타선은 역시 만만지 않았다. 키움은 구원으로 올라온 이영준이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고 6회초 찬스를 잡아 샌즈의 적시타와 린드블럼과 교체된 이현승을 상대로 박동원의 야수선택과 김혜성의 플라이로 점수를 냈고 순식간에 3점을 따라갔다.

 

두산은 6회초 수비 도중 김재호가 종아리 쪽에 경련을 일으켜 이닝이 종료되고 류지혁으로 교체되면서 다시 분위기를 내줬고 7회초에 시작부터 1루수와 포수의 포구미스 실책으로 김하성을 출루시켰다. 키움은 이정후의 안타와 박병호의 진루타로 두산을 압박했고 이정후가 도루를 성공시킨 후 샌즈의 땅볼과 대타 송성문의 안타로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이런 팽팽한 경기에서는 의외로 어이없는 실책하나로 승부가 결정되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9회말이 되자 김하성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장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두산이 쓰리피트 라인 아웃을 당하고 비디오판독에 어필하던 김태형 감독이 퇴장당하면서 경기가 연장으로 이어지나 했지만 두산에는 후반기 최고 타격감의 오재일이 있었다. 1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길고 긴 막장  1차전을 힘들게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끝내기를 치고도 웃지 못할 상황이 전개되는데 주자로 있던 김재환이 끝내기 안타를 외야플라이로 착각하고 베이스를 되돌아가면서 끝내기의 기쁨에 빠진 오재일이 김재환을 추월했고 이를 박병호가 어필하여 오재일이 아웃됐다. 다행인 것인 2사가 아닌 1사 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끝내기 판정은 변함없었다는 것이었다.

 

두산은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를 딛고 승리했지만 린드블럼이 내려간 이후 불펜들이 불을 지르면서 후에 있을 경기를 고민하게 됐고 키움은 계투진의 호투에 희망을 가지긴 했지만 야수들의 예상치 못한 실책들과 득점 상황의 침묵으로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의 패배를 연상시키며 분위기가 다운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특급 계투였던 조상우가 2이닝이나 소화를 하면서 이후의 시리즈 운용에 차질이 생겼고 그 와중에 송성문의 덕아웃 부적절한 언행이 터져 여론에 뭇매를 맞게 됐다.

 

 

2차전 : 장정석 감독의 불펜 운용 판단 미스, 빛바랜 이승호의 깜짝 호투 (두산 승)

 

물러설 수 없는 키움은 2차전에 좌완 이승호를 내세웠고 두산은 2차전에 이영하를 출전시켰다. 두산 타선이 시즌 내내 워낙 좌완 선발에 고전을 했고 이승호도 잘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키움의 데이터를 믿는 라인업을 내세웠다. 이영하는 잠실에서의 시즌 성적 12승 무패로 워낙 좋았기 때문에 부상으로 신음했던 후랭코프를 대신해서 2차전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코시 선발은 생애 처음이었고 이영하는 시즌 중에도 키움 상대로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둘 중에 어떤 투수가 부담감을 극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매치업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승호는 한국시리즈에서는 호투를 보여주면서 이영하를 상대로 선발싸움에서는 판정승을 거뒀다. 키움은 1회부터 선두타자 출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고 2회초에도 득점 찬스에서 김혜성의 희생플라이로 추가 득점을 하면서 2대 0으로 경기를 앞서갔다.

 

새로운 가을남자로 득긍한 오재일이 4회말 투런포를 치면서 2대 2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키움은 6회초에 대량 득점기회를 잡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병호의 좌중간 2루타로 다시 역전에 성공한 키움은 이어 송성문과 이지영의 안타로 5대 2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두산은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할 만큼 가을에 강한 팀이었고 패넌트레이스의 역전 우승 기운을 키움 선수들이 누를 수 없었다. 8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내던 키움의 불펜은 김혜성의 실책으로 1점을 내주면서 두산에게 분위기를 넘겨줬다.

 

이미 5회에 최고의 마무리 파이어볼러 조상우를 소진해버린 키움은 9회에 오주원을 등판시켰고 시즌이 아닌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 한국시리즈에서 구속이 빠르지 않은 마무리의 선택은 독이 됐다. 오주원은 두산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김재호의 중전 안타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내줬다. 뒤늦게 키움의 한현희를 등판시켰지만 오히려 폭투와 함께 박건우에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이틀 연속 끝내기로 경기를 내주고 만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겪었던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부재를 느끼고 2차전에서는 올바른 포수를 선발 기용했지만  마무리 투수의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고 이 판단 미스로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를 놓친 것을 넘어 오히려 부진하던 박건우 타격감마저 살려주게 됐다. 또 한국시리즈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는 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3차전 : 부상으로 신음했던 후랭코프의 역투, 키움의 타선을 잠재우다 (두산 승)

 

3차전 선발로 두산은 후랭코프, 키움은 브리검을 등판시켰다. 이미 1차전과 2차전을 승리로 가져간 두산 베어스에게 절대로 유리한 상황이 되었지만 최근 2년간 준우승에 머물렀고 역전 우승을 당한 기억도 있었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키움의 포스트시즌 고척돔에서의 성적도 굉장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키움으로선 홈에서 에이스 브리검을 상대로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다.

 

두산은 3차전 승패가 곧 한국시리즈 승패와 직결되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시즌 중 부상으로 팀을 장기가 이탈한 후랭코프가 어떤 성적을 내줄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큰 분수령이 될 경기였다. 4차전 선발로 예상되는 유희관을 생각하면 더더욱 반드시 승리해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키움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은 가운데 후랭코프의 호투까지 겹치면서 1,2 차전과 달리 두산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이어졌다. 두산은 3회초 박세혁은 우전 3루타로 선취점 냈고 2차전 끝내기의 주인공 박건우의 투런포로 3대 0, 이어진 득점 찬스에서 오재일의 2루타로 순식간에 4대 0을 만들었다.


후랭코프에 이어 등판한 이용찬도 키움을 상대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고 8회초 박세혁의 적시타로 또 다시 두산이 1점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결정나버렸다.

두산은 이날 경기도 승리함에 따라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승리의 수훈은 단연 후랭코프와 이용찬이었다. 단 두 투수만 등판하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에 4차전에 불펜을 전력으로 투입할 수도 있게 됐다. 여러모로 두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준 3차전이었다. 

키움은 1, 2차전 역전패가 고스란히 3차전의 분위기로 이어졌고 여전히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날려버리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3차전에서도 7회에 무사만루 찬스를 잡았지만 허술한 주루 플레이와 샌즈의 타구 판단 실수로 득점하지 못하면서 흐름을 가져 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게다가 믿었던 에이스 브리검 마저 3이닝 4실점으로 이른 강판을 당해 불펜도 많이 소모하고 말았다. 키움으로서는 이전 시즌에 보여줬던 막강 화력에 실날 같은 희망을 걸어봐야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4차전 : 유희관의 부진에도 역전하지 못한 키움. 오재원의 활약과 배영수의 황당한 마무리 (두산 승)

 

4차전의 두산 선발은 유희관이었다. 유희관은 정규시즌 두산 선발진 중 키움전에 가장 강한 모습(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82)을 보였지만 중요한 경기마다 대량실점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키움에게는 반전의 기회였다. 벼랑 끝에 몰린 키움의 선발은 최원태였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선발 등판 경기에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양팀의 화력전이 예상되는 경기였다.

두산은 후랭코프, 이용찬이 3차전을 책임져주면서 불펜 모두가 휴식을 가진 반면 키움은 승리없이 불펜 소모가 심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리한 상태였다. 키움으로썬 두산이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을 실패했던 경험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경기는 키움의 선취점으로 시작됐다. 1회말 김재호의 실책으로 1점을 얻어낸 키움은 샌즈의 우전 2루타로 2점을 앞서갔다. 하지만 2회초에 바로 두산의 반격이 시작됐다. 박세혁의 2루타로 한 점을 따라갔고 허경민과 오재원의 적시타로 3대2로 역전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키움 타선의 무서운 집중력이 2회말에 대량득점으로 이어졌다. 키움이 자랑하는 테이블 세터와 중심타선이 살아나면서 순식간에 재역전을 이뤄냈고 하위타선까지 몰아붙이면서 8대 3으로 격차를 벌렸다. 두산은 유희관의 부진에 이어 올라온 함덕주도 위기상황을 넘기지 못하면서 예상보다 큰 점수차로 벌어지고 말았다.

 

키움은 빅이닝을 만들어냈지만 선발이었던 최원태가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했고 이어 등판한 이승호도 2차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4회초에 한 점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또다시 불펜 총력전이 펼쳐졌는데 준플레이오프부터 불펜의 힘으로 버텨오던 키움이었기 때문에 기세가 오른 두산의 타선을 막아낼지가 의문이었다.

 

이 의문을 확인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5회초 오재일의 우전 안타로 시작된 두산의 추격은 키움의 믿을맨 안우진의 폭투와 밀어내기 사구, 오재원의 중전 안타까지 이어지면서 빅이닝을 만들었고 결국 9대 8로 역전되버렸다. 이후 경기는 양 팀 모두 소강상태가 되면서 9회까지 무득점으로 이어졌다.

 

9회말 이렇게 두산의 4연승으로 시리즈가 마무리 되나 싶던 순간 키움의 마지막 사력을 다한 움직임이 두산 허경민의 실책을 유도했고 동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사 만루 찬스에서 겨우 실책으로 한점을 만회하는데 그쳤고 홈경기라는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연장에 들어간 것이 너무 아쉬웠다.

 

두산에는 오재일이 있었고 10회초 바로 우전 2루타로 1타점을 만들어내면서 역전, 김재환의 후속타로 추가득점까지 이뤄내면서 11대 9로 단숨에 키움의 기를 빼앗아왔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두산의 웃지 못할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두산 감독 김태형은 이전 2년간 기아의 양현종, SK의 김광현이 그랬듯 본인들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원했는지 9회에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이용찬을 또다시 10회말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이용찬은 전날 3이닝이나 투구를 했고 1차전에서도 30구에 가까운 전력투를 펼친 상태라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태형은 투수 교체를 하지 않고 마운드를 방문해 격려만 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이전에 자기도 모르게 선을 살짝 넘어왔던 김감독은 마운드에 한이닝 마운드에 두번 이상 방문한 꼴이 되어 강제 투수교체를 하게 됐다.

 

그렇게 어이없는 상황에서 나오게 된 건 배영수.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답게 다수의 한국시리즈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배영수는 가볍게 이용찬이 만들어놓은 위기를 처리하면서 또 한번의 우승반지를 자기 손으로 얻어냈다. 사실상 이렇게 강제 투수교체가 되지 않았으면 이용찬의 상태로 보면 또다시 동점이나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두산에게는 오히려 득이 된 상황이었다. 또 배영수라는 클래스 있는 투수가 이용찬이 힘겹게 끌어가던 마운드를 이어받아 너무나 손쉽게 이닝을 정리해 버리면서 이용찬은 양현종이나 김광현 같은 급이 안된다는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두산은 정규시즌에 극도로 부진했던 오재원이 한국시리즈에서 날아다녔고 답답한 경기에서 물꼬를 터주는 활약을 보이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가을사나이로 떠오른 오재일은 매 경기마다 찬스에서 타점으로 이어주는 적시타를 쳐주면서 4대0 스트레이트 승리를 이루어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키움은 두산 위협할 정도의 무서운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겨야 할 경기, 득점을 해야할 상황에서 번번히 기회를 놓치면서 흐름을 결국 상대에게 내줬다. 게다가 경기에서 긴 이닝을 끌어줄 수 있는 확실한 선발투수의 부재가 컸기 때문에 결국 누구보다 강한 불펜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두산은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도 연속으로 준우승을 하면서 또다시 예전의 2인자로 내려앉을까 걱정하던 우려를 날려버렸고 시즌에서도 반전을 보여주면서 2년간 받았던 심리적 타격을 극복하고 한단계 더 올라선 시리즈였다. 특히 저번시즌 이후 한화에서 버림받았던 베테랑 배영수가 한국시리즈 마지막에 등판을 매조지으면서 특이한 이야깃거리도 만들어낸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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