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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BO 리그 정규시즌 1위 팀인 KIA 타이거즈와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꺾고 올라온 두산 베어스가 2017 한국사리즈에서 패권을 다투게 되었다. 7전 4선승제로 진행되며 1, 2차전은 정규리그 1위인 KIA 타이거즈의 구장에서, 3, 4, 5차전은 플레이오프 승자 두산 베어스의 홈 구장인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6, 7차전은 다시 정규리그 1위팀 KIA의 홈구장인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리게 됐다.
2009년 한국시리즈와 구도가 비슷한데, 정규 시즌 1위인 KIA 타이거즈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두산 베어스가 우승을 놓고 겨루는 구도가 되었다. 2009년의 SK와 2017년의 두산 모두 정규 시즌 후반기 믿을 수 없는 폭주를 보이며 거의 확정된 것으로 보였던 KIA의 1위 자리를 위협했으나 아쉽게도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하는데 실패했다는 것, 2009년의 SK 와이번스와 2017년의 두산 베어스는 2년연속 우승을 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공통점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김경문(두산/NC)을 이기고 올라왔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대결은 통산 세 번째였다. 1987년 플레이오프에서 당시 해태가 OB에 3승 2패로 승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2004년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KIA에 2연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에 오른 바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이번이 각각 20번째 포스트시즌, 11번째 한국시리즈로 같았다.
1차전: 승부를 가른 백투백 홈런, 기선을 제압한 두산 (두산 승)
1회초 2사에서 두산의 3번 타자 박건우가 헥터를 상대로 이번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때려냈다. 뒤이어 김재환이 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이명기가 글러브 끝으로 잡아내면서 공수가 교대된다. 느린 그림이나 확대 장면으로 보면 공이 땅에 닿은 것으로 보이나 심판도 아웃판정을 내렸고 두산 측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1회말 1사의 상황, KIA는 2번타자 김주찬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에 성공하고 그 후 2루 도루에 성공, 3번 버나디나의 땅볼타구에 3루 까지 진루를 하면서 2사 3루의 기회를 맞는다. 그리고 4번타자 최형우의 타석, 볼 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니퍼트의 투구 동작에서 매끄럽지 못한 동작이 나왔다. 중계진 역시 약간 이상한 동작이 있었다고 하면서 보크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지만 6심중 누구도 보크를 지적하지 않았다. 따라서 보크 판정을 받지 못했고 볼판정만 받은 이 투구에 최형우는 1루로 걸어나갔고 2사 1,3루가 되었다. 하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KIA로서는 아쉬운 1회말이 끝나게 되었다.
이후 두 팀의 선발투수들은 2회를 각각 삼자범퇴로 끝마치고 3회를 각각 4명의 타자로 틀어막으면서 약간의 소강상태로 경기가 접어들었다. 하지만 4회가 시작되자 KIA의 헥터의 투구가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4회초 선두타자 박건우를 공 1개로 잡아내면서 이전 회와 같은 좋은 모습을 보여준 헥터는 4번타자 김재환과 5번타자 오재일을 맞아 연속 8개의 볼을 던지면서 1사 1,2루의 기회를 두산에게 내주고 만다. 그리고 타석에는 양의지, 양의지는 헥터의 공에 완벽하게 먹힌 타구를 2루수 쪽으로 보냈고 이 타구가 스핀이 걸리면서 2루수 안치홍이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이렇게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한 헥터를 흔든 건 박세혁이였다. 박세혁은 삼진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헥터에게 공 12개를 던지게 하면서 괴롭혔고 후속타자 오재원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낼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렇게 선취점은 두산 베어스가 얻어내며 1대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KIA는 5회에 더 큰 위기를 맞는다. 선두타자 민병헌이 유격수쪽 깊은 내야 안타를 때려내면서 출루에 성공하자 두산은 다음타자 류지혁에게 번트를 지시, 류지혁은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1사 2루의 상황에서 곧이어 나온 박건우가 3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정확하게 3류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두산은 추가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4번타자 김재환에게 투런 홈런을 오재일이 백투백 홈런을 때려내면서 순식간에 점수는 5대0이 된다.
하지만 KIA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곧바로 버나디나가 쓰리런 홈런을 때려내면서 단숨에 2점차로 두산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KIA는 1사 1루의 상황에서 이명기가 때려낸 타구가 병살타로 판정됐지만 비디오 판독 후 1루에서 세이프를 얻어 내면서 기회를 이어갔다. 이 후 다음타자 김주찬이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했고 여기서 버나디나가 니퍼트를 상대로 쓰리런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이렇게 두산 쪽으로 기울었던 경기가 다시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 후 7회부터는 양팀의 불펜 대결이 시작됐다. 두산은 7회에 함덕주를 올리며 1이닝을 틀어막았고, 8회에도 함덕주가 올라왔으나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른바 최형우 시프트에 완벽하게 걸린 타구였으나 그라운드와 잔디 경계선에 공이 닿으면서 불규칙 바운드가 나왔고 이것이 공을 잡으러 가던 2루수 오재원의 키를 넘기면서 안타가 되었다. 오재원은 이 타구가 안타가 되자 자신의 글러브를 잔디 위로 내팽겨치면서 굉장히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함덕주는 다음타자 나지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과감히 함덕주를 내리고 마무리 김강률을 8회에 투입하는 초강수를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이게 통하게 됐다. 등판 후 첫 타자 안치홍이 3루수 땅볼을 때려냈고 3루수 허경민이 3루 베이스를 밟고 1루에 송구, 순식간에 무사 1,2루의 찬스가 2사 2루의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다. 경기 후반 양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김강률은 다음타자 이범호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8회를 틀어막았다. 이후 9회에도 올라온 김강률은 3명의 타자를 각각 3루수 플라이, 우익수 플라이,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KIA는 심동섭, 임창용, 김세현을 각각 7, 8, 9회에 올리며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KIA는 비교 우위를 가졌다고 평가받았던 1선발 대결에서 패배함으로서 불펜과 타선이 더 강한 두산에게 경기를 내줬다. 다만, 다소 불안하다고 평가받던 심동섭, 임창용, 김세현 등의 불펜 투수들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부분은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심판 판정에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경기였다. 1회 보크 논란부터 시작해서 7회부터 나온 KIA 투수들의 스트라이크존이 모두의 눈을 현혹시켰다.
이 경기를 두산이 승리하면서 두산은 많은 기록을 쌓는 데 성공했다. 먼저 2015년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 이어지는 한국시리즈 9연승에 성공했다. 경기를 마무리 지은 김강률은 개인 통산 최초로 포스트 시즌 및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34세이브를 달성, 기존 1위였던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재일이 때려낸 홈런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인 6개와 타이를 이루는 기록이며 종전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선수는 2001년 타이론 우즈와 2013년 최준석이었다. 홈런으로 기록한 김재환의 득점은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경기 타점 타이기록으로 8경기 연속이었다.
다만 니퍼트의 한국시리즈 무실점 기록은 2015년 2차전에 기록한 7이닝, 5차전에 기록한 2.1이닝, 2016년 1차전에 기록한 8이닝, 2017년 1차전에 기록한 4.2이닝을 합쳐 22이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2차전: 에이스 양현종의 완봉투, 승부는 원점으로 (KIA 승)
1회 초 양현종은 선두 타자 볼넷으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오재원의 희생번트 후 박건우가 루킹 삼진, 김재환이 범타로 물러나며 두산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어진 1회말, 이명기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하며 KIA도 똑같이 선두타자가 1루에 나간다. 그러나 김주찬이 병살타로 물러나고, 버나디나가 볼넷 후 도루로 2루까지 치고 나갔으나 최형우가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두 팀 모두 득점없이 1회 종료.
2회 초 두산의 공격은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삭제. KIA는 이범호가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나머지 타자들이 힘을 못쓰며 소득없이 이닝을 끝마쳤다. 이어진 3회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김주찬의 2번쨰 병살타와 함께 양팀 모두 선발투수에 눌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4회 초 두산은 삼자 범퇴. 이후 이어진 말 공격에서 KIA는 선두 타자 버나디나의 먹힌 타구가 중견수 앞에 똑 떨어지는 안타가 되며 공격의 물꼬를 튼 듯이 보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란 걸 의식한 건지, 장원준의 심기를 흔들어놓으려는 생각이었는지 매우 큰 리드폭을 가져가고 있던 버나디나가 장원준의 빠른 견제에 아웃당하며 KIA 덕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후 최형우가 양 팀 타자 통틀어 처음으로 배트에 제대로 맞은 타구를 날려보내며 상황은 1사 2루. 하지만 나지완의 잘맞은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하고, 안치홍이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물러나며 KIA의 4회 말도 무득점으로 끝나고 만다.
5회 초, 위기를 넘긴 두산이 오재일의 단타로 이닝을 시작했다. 양의지가 3루수 땅볼을 치며 그대로 2아웃이 되는가 했지만 이범호가 공을 저글링하며 2루 주자만 아웃. 이후 7번타자 에반스가 다시 3루수 방면으로 좋은 타구를 날렸지만, 이범호가 두 번 실수하지 않으며 선행 주자를 아웃시켰다. 이후 허경민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 KIA는 김선빈이 볼넷으로 출루한 것 외에는 별 의미없이 넘어갔다.
6회 초, 양현종은 9번타자 김재호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며 좋은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다음타자 민병헌이 2구만에 우중간 쪽으로 좋은 타구를 보내며 상황은 1사 2루.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재원을 8구 끝에 루킹삼진, 박건우를 볼넷으로 걸어서 내보냈지만 김재환을 바깥쪽 루킹삼진으로 틀어막으며 양현종은 6이닝 무실점 QS를 확정짓는다.
버나디나의 내야 안타가 있었지만, 장원준의 완급조절에 처절하게 털려버린 KIA의 중심 타선을 뒤로 하고 7회초 오재일이 다시 한번 초구를 치고 나간다. 경기가 한 점 차 싸움이 될 것을 직감했는지 여기서 두산은 번트 작전. 양의지는 자기 할 몫을 다했지만 후속 타자 에반스와 허경민이 그 기대를 져버리고 만다. 에반스는 삼진 아웃, 허경민은 초구 1루수 땅볼 아웃. 7회 말, 안치홍이 6구 끝에 볼넷을 걸어나간다. 이후 이어진 타석에서 이범호가 2-0의 유리한 카운트를 버리고 중견수 플라이 아웃. 1사 1루, 다음 타자 한승택의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이 드디어 대타 김주형 카드를 꺼내든다. 결과는 루킹 삼진. 이후 김선빈이 두 번째 볼넷을 골라 나갔지만 이명기가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0:0의 균형은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장원준은 7이닝 117구 무실점 QS+를 달성하며 KIA 킬러로서의 면면을 톡톡히 보여줬다.
대타 김주형이 포수 김민식으로 교체된 채 8회가 시작됐다. 2타수 2삼진을 기록하던 김재호는 3번째 타석에서도 힘없이 플라이 아웃되며 3타수 무안타를 기록. 후속타자 민병헌은 3구만에 스트라이크 낫아웃, 오재원도 3구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두산의 이번 공격도 무득점으로 끝났다. 이 때 정확하게 양현종의 투구수는 101구.
그러나 8회 말, 김주찬의 묘한 타구가 우익수와 1루수 사이에 떨어지며 경기는 승부처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한다. 투수는 함덕주로 교체된 상황에서 무사 2루, 메이저리그에서 전문 백업 요원으로 활약했던 버나디나는 3루쪽으로 손쉽게 기습번트를 성공시키며 그라운드는 1사 3루가 된다. 김태형 감독은 절대로 1점을 내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전진 수비와 함께 다시 투수를 김강률로 교체. 그러나 김강률은 최형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후속 타자 나지완을 마주하게 된다.
나지완이 잡아당긴 타구가 3루수 허경민에게 곧바로 전달되어 홈으로 뛰어들어오던 김주찬은 그대로 런다운에 걸리고, 1루 주자 최형우는 2루까지 대시. 허경민과 양의지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던 김주찬은 마지막으로 시간을 끌며 최형우를 3루까지 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데...
양의지가 중간에 이 공을 3루로 던졌다. 3루 백업을 가있던 김재호가 3루로 뛰어오는 최형우를 태그아웃시키는 사이, 김주찬은 재빨리 홈으로 들어와 이날 경기의 기나긴 무득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뒤늦게 홈 송구를 했지만 포구조차 실패한 두산 수비진의 실수. 타자 주자로 1루에 도착한 나지완은 주루 코치의 만류로 2루에 가지 않았고 대주자 신종길의 2루 도루실패로 이닝 종료.
그렇게 1:0으로 바뀐 스코어를 마주한 9회 초 마운드에는 여전히 오늘의 선발 양현종이 지키고 있었다. 박건우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 김재환을 1루타로 내보냈으나(대주자 조수행으로 교체) 오재일이 힘없는 스윙을 보여주며 경기는 2아웃. 마지막 타자이자 결승 실점의 원인을 제공했던 포수 양의지가 11구까지 커트와 파울홈런을 날리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였다. 이 후 양현종은 과감하게 몸쪽 승부 끝에 높은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만들어내며, 한국시리즈 최초의 1:0 완봉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다음 경기인 3차전에서, 양현종의 경기 중 스마트워치(정확히는 핏빗) 착용이 문제가 되었다. 양현종 본인은 스마트워치의 문자 착신기능을 몰랐다고 하였고, 실제로 경기 부정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양현종 자신은 문자기능에 대해 모른다 말하였고, 조사결과 실제로 문자기능 등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전자기기(정확히는 통신장비) 착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한 룰이기 때문에 벌금 100만원이 청구되었다.
3차전: 팻 딘의 역투, 나지완의 데자뷰 홈런 (KIA 승)
보우덴은 1회를 깔끔하게 시작했다. 이명기, 김주찬, 버나디나를 가볍게 아웃시키며 삼자범퇴. 1회말, 팻 딘은 민병헌한테 안타를 맞고 오재원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했으나 후속 타자 박건우, 김재환을 처리하며 양 팀의 1회는 무득점으로 끝이났다.
2회초, 1구 이후 4연속으로 볼이 빠지며 최형우가 선두타자 볼넷. 하지만 시리즈 내내 타격감이 안좋은 이범호가 병살로 아웃되며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2회말, 팻 딘은 첫번째 삼자범퇴 이닝.
3회초, 김선빈이 보우덴의 6구를 밀어치며 KIA의 첫 안타를 만들어낸다. 이후 김호령과 김민식이 차례로 아웃되지만 이명기가 적시 2루타를 뽑아내어 0:0 균형을 깨트렸다. 그러나 김주찬이 포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며 더이상의 득점없이 이닝 종료. 이어진 3회말, 허경민과 김재호가 힘없이 물러났지만 1번 타자 민병헌의 묘한 타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진다. 오재원이 초구를 받아치며 두산은 득점 찬스를 얻지만 똑같이 초구를 받아친 박건우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그대로 이닝이 끝나버린다.
4회에 흐름이 한쪽으로 쏠렸다. 최형우, 이범호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1, 2루 상황에서 보우덴의 보크가 나와 주자가 한 루씩 진루했고, 안치홍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후 김선빈의 안타가 있었으나 김호령과 김민식이 출루하지 못하고 이닝이 종료된다. 그러나 곧바로 반격하듯이 4회말에는 김재환이 2루타를 때려냈고, 오재일의 희생타와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두산은 1점 뒤따라간다.
5회초, KIA는 선두타자 이명기의 2루타, 김주찬의 희생번트, 그 직후 이어진 버나디나의 안타로 타점을 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팻 딘은 삼자범퇴로 이닝을 종료했다.
6회는 양 팀 모두 무득점. 이용찬은 삼자범퇴, 팻 딘은 김재환에게 볼넷을 하나 내주었지만 나머지 타자를 처리해내며 퀄리티스타트를 확정짓는다.
7회에도 투수전이 계속되는 듯 보였지만 1사에 에반스가 좌중간을 넘겨버리는 솔로 홈런을 치며 추격의지를 보였다. 팻 딘은 QS+를 달성하였다.
8회초, 버나디나가 2루쪽으로 기습 번트를 대며 여유롭게 살아나간다. 그러나 4번 타자 최형우가 5구만에 헛스윙 삼진, 이어진 타석에서 버나디나가 도루사를 당하며 상황은 2사 주자없음. 그리고 이범호는 3루수 땅볼로 아웃되며 경기는 8회말로... 그 때까지 투구수 88개로 잘 버텨왔던 팻 딘은 민병헌에게 안타,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주고 그 직후 임창용과 교체된다. 임창용은 직구 구속 149 km/h까지 찍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 이어지는 두산의 좌타라인을 처리하기 위해 심동섭이 마운드에 올라온다. 초구, 김재환이 1-2 간을 꿰뚫는 안타를 만들어내고 민병헌이 홈으로 들어오며 스코어는 한 점 차. 그러나 이어진 1사 1, 3루 기회에서 오재일이 포수 팝플라이로 물러나고, 후속 타자 양의지 타석에서 KIA의 마무리 김세현이 올라온다. 김세현은 초구 만에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그대로 이닝을 끝냈다.
9회초, 안치홍의 좌익수 안타 쪽 직후 김선빈의 희생번트로 1사 주자 2루. 다음 타석 김호령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주자를 3루까지 보내놓는다.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후속 타자 김민식의 타석에서, 김기태 감독은 이날 선발에서 제외됐던 나지완을 대타로 내보냈다. 그 때 방송사들은 TV 화면에 2009년도 코시에서의 나지완의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을 틀어주었고 믿기지 않게 대타 나지완이 2구째를 잡아당겨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이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두 점이 되었다. 9회말은 김세현이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내며 세이브를 챙김과 동시에 KIA 타이거즈의 3차전 승리를 가져왔다.
이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는 접전이었다. 만약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 경기의 판도는 달라졌을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로서 두산은 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없게 되었고 최악의 경우 홈구장에서 적이 우승컵을 드는 걸 바라봐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버렸다.
4차전: 영건의 깜짝 호투, 김태형을 배신한 믿음의 야구 (KIA 승)
KIA 타선은 1회에 불을 뿜었다. 선두타자 이명기가 6구 승부 끝에 투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2번 김주찬이 초구에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 다음 타자 버나디나는 초구를 지켜본 후 몸쪽으로 찔러오는 2구째를 놓치지 않고 우측 라인선상으로 빠지는 3루타를 쳐냈다. KIA 타이거즈의 선취점. 1:0으로 앞서있는 상황에서, 최형우의 내야 땅볼을 유희관이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며 점수는 2점차로 벌어진다. 후속 타자 나지완은 좌익수 플라이, 안치홍은 3루 땅볼로 물러나는 듯 했으나 최주환이 공을 떨어뜨리며 상황은 2사 1, 2루. 그러나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이범호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그렇게 1회초가 끝이 난다. 1회말, 한국시리즈 새내기인 임기영을 상대로 3번 박건우가 2루타를 쳐냈지만 앞뒤 타자 모두 내야 땅볼로 아웃되며 두산은 득점없이 이닝 종료.
2회 초, 유희관이 감을 찾았는지 상대 타자 3명을 별탈없이 처리했다. 이어진 2회말, 전 날과 달리 두산 타자들은 임기영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주환의 단타를 제외하곤 그다지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전체 20구 승부 끝에 득점없이 이닝 종료.
3회 초, 유희관에게 강한 버나디나가 1사 후 안타를 치고 나간다. 그러나 4번 타자 최형우가 곧바로 병살타를 치며 내질러지는 깊은 탄식... 3회 말, 9번 타자 김재호는 여전히 자동아웃 모드를 지키고 있다. 후속 타자 민병헌이 한국시리즈 4할 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오재원이 몸쪽 직구를 끌어당기며 상황은 1사 1, 2루. 하지만 박건우가 헛스윙 삼진, 김재환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두산은 이번에도 득점권 찬스를 놓친다.
4회는 양 팀 모두 삼자범퇴로 끝났지만 5회 초, 김민식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후 김선빈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오랜만에 맞는 득점권 찬스에서 이명기는 초구에 번트를 대고, 그 공이 3루 쪽으로 기막히게 굴러가며 상황은 1사 1, 3루. 그러나 김주찬이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버나디나가 초구에 힘없는 땅볼을 치며 KIA는 추가점을 올리지 못하고 이닝을 끝마쳤다. 5회말, 선두타자 에반스가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임기영은 이후 세 타자를 힘있게 처리 두산은 5이닝 연속 무득점을 이어갔다.
유희관은 6회초를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6회말, 두산은 아웃 2개를 적립했지만 오재일의 안타와 이명기의 실책으로 주자를 2루까지 보낸다. 여기서 KIA 코치진은 빠른 교체를 지시. 좌타자 최주환을 처리하기 위해 원 포인트 투수로 심동섭을 내보낸다. 그러나 심동섭은 전혀 제구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최주환은 볼넷 진루, 다시 이어지는 우타 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KIA의 마당쇠 김윤동이 등판한다. 양의지는 2구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두산 팬들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했다.
경기는 7회 초에 기울기 시작한다. 볼카운트 1-1, 시리즈 내내 안타가 없던 이범호가 유희관의 바깥쪽 싱커를 잡아당겨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다. 곧바로 이범호는 대주자 고장혁으로 교체되고 이어진 타석은 8번 타자 김민식. 김민식은 초구에 번트를 대서 주자를 2루까지 진루시키고, 두산 코치진은 더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유희관을 왼손 불펜 함덕주로 교체했다. 1사 2루에서 올라온 함덕주는 김선빈에게 볼넷을 줬지만 이명기를 좌익수 플라이, 김주찬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그대로 이닝을 끝내가고 있었는데 김재호가 어려울 것 하나 없는 땅볼을 뒤로 흘려버렸다. 결국 고장혁이 득점하고 후속타자 버나디나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4:0, 이 시점에서 KIA에게 분위기가 넘어갔다. 두산은 7회 말 김윤동에게 볼넷 2개를 얻어내지만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며 득점없이 이닝이 종료됐다.
삼자 범퇴로 이닝이 끝난 KIA의 8회 초 공격 이후 두산의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2루수는 고장혁, 3루수는 김주형, 마운드는 좌완 고효준으로 교체된 상황. 4번 타자 김재환이 7구 승부 끝에 고효준의 직구를 골라내며 볼넷을 걸어나갔다. 곧바로 오재일이 우중간으로 엄청나게 큰 타구를 날렸으나 하필 구장이 잠실이었고 그대로 우익수 이명기의 글러브에 쏙 들어가버렸다. 고효준은 임창용으로 교체됐고 임창용은 연투의 후유증이 있었는지, 양의지는 김선빈의 호수비로 힘들게 잡아냈지만 허경민과 에반스에게 안타를 맞으며 따라가는 1점을 내주고 만다. 기아 벤치는 즉시 임창용을 김세현으로 교체시키고, 두산도 9번 류지혁을 좌타 정진호로 교체시키며 승부수를 띄웠다. 상황은 풀카운트. 김세현의 높은 직구를 정진호가 받아쳤지만 직구 구위에 눌린 야구공이 좌익수 이명기에게 떨어지며 그렇게 경기는 4:1에서 멈추고 만다.
9회 초, 선두 타자 김민식이 이용찬에게 안타를 뽑아내고 양의지가 타격을 방해해서 김선빈을 무상으로 출루시켰다. 결국 이현승으로 투수 교체, 이명기가 번트를 대며 상황은 1사 2, 3루. 이어지는 김주찬 타석에서 3루 대주자 유재신이 판단미스가 있었는지 포수가 공을 잡고 있는데 홈으로 돌진하는 본헤드 플레이를 했지만 양의지가 그걸 못 잡았다. 결국 김주찬의 유격수 땅볼로 KIA가 5점째를 만들어냈다. 그나마 버나디나의 안타성 타구를 유격수 대수비 서예일이 잘 잡아내며 추가실점은 면했지만 9회 말, 마운드에는 여전히 KIA의 마무리 김세현이 있었다. 두산의 마지막 공격에서 민병헌과 박건우가 출루했지만 오재일의 잘 맞은 타구가 외야수 정면으로 가며 4차전도 KIA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KIA는 시즌 선발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 첫 선발 등판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맡게 된 임기영이 과연 두산 타선을 상대로 호투를 할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앞섰던 경기였으나 임기영은 기대 이상의 배짱투로 6이닝 가까이 소화하면서 완벽하게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타선도 유희관이 초반 난조를 틈타 빠른 시점에 선취 득점을 올려 리드해 나갔고 이후에는 두산의 허술한 수비를 틈타 착실하게 도망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그나마 약점인 불펜진도 경기 후반에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하는 등 다소 흔들리기 했지만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값진 승리를 올릴 수 있었다.
반면 두산은 3차전에 이어 이날도 타선이 침묵하면서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선발 유희관은 초반에 2실점을 했지만 그래도 이후에는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으면서 경기를 팽팽하게 이끌어갔다. 문제는 타선과 수비. 타선은 경기 후반 KIA 불펜진이 흔들린 틈을 타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그때마다 범타로 물러나며 겨우 1점 만회에 그치면서 두산팬들을 속터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김재호와 양의지 등 믿었던 배테랑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계속 저지르면서 그때마다 실점을 허용하며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2차전 이후 계속되는 타선의 침체와 맞물려 견고한 수비에 걸맞지 않은 실책 남발까지, 경기만 놓고보면 전혀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었는데 플레이오프부터 경기를 치른 탓에 흐트러진 집중력과 체력 저하가 나타났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담으로 김재환은 자신에게 찾아온 득점기회를 1루 땅볼로 날려먹자 헬멧을 집어던졌고, 이는 모든 커뮤니티에서 까였다. 또한 오재원이 유희관이 1회에 이명기의 투수정면 타구를 막은 뒤 허리를 삐끗했는지 잠시 엎드려 있는 사이에 유희관의 엉덩이를 발로 찼고, 뒤이어 오재일도 유희관의 엉덩이를 찼다. 쇼맨쉽을 빙자하여 한 행동이겠지만, 김인식 전 감독도 이 행동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었다.
5차전: 8년 만의 왕좌 탈환, KIA V11! (KIA 승)
1회초 KIA는 선두타자 이명기가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김주찬의 희생번트, 버나디나의 내야 안타로 1사 1, 3루가 된 상황. 문제는 이후 최형우 타석 때 이명기와 버나디나가 더블 스틸을 시도하다가 이명기는 잡혀 버렸고 버나디나는 3루에 들어갔지만 최형우가 삼진을 당하면서 선취점을 얻을 기회를 날려 버렸다. 1회말 헥터는 오재원에게 산발 안타를 맞긴 했지만 박건우, 김재환을 쉽게 처리하면서 1회를 마쳤다.
2회초 선두 타자 나지완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안치홍과 이범호가 삼진과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후 김민식이 볼넷을 얻어 2사 1, 2루가 되었지만 김선빈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득점 없이 마쳤다. 2회말 헥터는 두산 타자들에게 선취점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성급하거나 초조한 공격을 하던 다른 두산 타자들과는 달리 오재일이 차분하게 헥터의 공을 때려 2루타를 쳐냈고 이어 에반스에게 볼넷을 내주었다.최주환이 번트를 대 1사 2, 3루를 만들어내 실점 위기에 처했지만 양의지와 류지혁이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위기를 넘겼다.
3회초 실점 위기를 넘긴 KIA에게 찬스가 찾아왔다. 1회에 이어 다시 선두타자로 나선 이명기가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갔고 다시 선취득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김주찬이 두 타석 연속 희생번트로 이명기를 2루로 보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 최고의 타자인 버나디나가 안타를 치면서 기아는 손쉽게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최형우도 안타를 치면서 1사 1, 3루. 니퍼트는 나지완을 상대하다가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1사 만루 상황이 되었다. 니퍼트는 다음 타자인 안치홍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뒤이어 들어선 만루의 사나이 이범호가 니퍼트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서 만루 홈런을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점수는 5:0. 이전타석까지 7푼 7리로 극도의 부진을 겪던 이범호였기에 이 그랜드슬램의 의미는 컸고 이것이 사실상 KIA의 우승을 결정짓는 득점이 되었다.
이후 KIA에게 분위기가 넘어가고 두산 타자들은 간간히 볼넷이나 안타로 출루를 하긴 했지만 후속타 불발, 더블 아웃 등으로 흐름이 자꾸 끊기게 됐다. 아무리 두산이 저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1승 3패라는 벼랑 끝에 몰려있는데다가 흐름이 계속해서 끊기다 보니 다들 이대로 KIA가 쉽게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다.
6회초 기아는 김민식이 2루타를 치고 김선빈의 안타로 김민식이 홈에 들어오면서 추가점을 뽑아내게 된다. 두산은 니퍼트를 내리고 함덕주를 등판. 김선빈은 폭투로 2루까지 진루하고 이명기의 단타를 좌익수 실책으로 김선빈은 홈으로 들어오고 이명기는 2루까지 진루하면서 7:0이 된다. 사실상 쐐기점이라고 다들 믿고 있었다. 6회말 최주환의 외야 플라이를 처리하다가 버나디나와 안치홍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선수 모두 이내 일어났지만 버나디나는 결국 7회에 김호령으로 교체되었다.
7회초 두산은 김강률을 올리는 강수를 띄워 7회초를 무사히 막아 낸다.
운명의 7회말. 김기태 감독과 이대진 코치는 상당한 실수를 저지르는데, 바로 헥터를 한 박자 빨리 내리지 않은 것. 아마도 7회까지는 헥터로 막는다는 계산을 했던 것 같으나, 그래도 컨디션이 좋은 김윤동, 임창용도 있었는데 헥터를 그대로 둔 게 화를 자초한 셈이 돼 버렸고 두산은 이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격에 돌입했다. 양의지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를 빼고 대주자로 박세혁을 냈다. 이어 류지혁 타석에 정진호 대타를 냈고 정진호가 안타를 치면서 무사 1,2루. 이어 이전 타석에서 타격이 괜찮았던 민병헌이 안타를 치면서 두산은 한 점을 만회한다. 이어 오재원이 담장 펜스를 맞고 떨어지는 2루타를 치면서 3루에 있던 정진호가 들어와 점수는 7:2가 됐다.
헥터는 다시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줬고 그제서야 김기태 감독은 헥터를 내리고 심동섭을 등판시켰다. 하필 다음 타자가 4번 타자 김재환이었으나 심동섭은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다른 두산 타자들에 비해 차분한 타격을 하던 오재일이 안타를 치면서 오재원과 민병헌을 불러들였다. 순식간에 점수는 7:4까지 좁혀졌고 이에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김세현을 이 상황에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띄웠다. 하지만 김세현은 에반스에게 안타를 맞고 다시 점수를 내줬다. 최주환의 안타성 타구를 김선빈이 잡아내는 사이 3루에 있던 오재일이 들어오면서 점수는 7:6이 됐고 최주환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최초 아웃 판정을 번복하지 않으면서 KIA는 겨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얻어냈다. 이어 김세현이 박세혁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KIA 입장에선 악몽 같았던 7회말이 마무리된다.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어서 KIA는 어떻게든 추가점을 내든지, 한점차를 지켜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게 된 반면 두산은 추격하는 입장에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KIA는 8회초에 추가점을 내지 못했고 8회말, 김세현이 국해성에게 안타를 맞자 김윤동이 등판하게 된다. 이날 김윤동은 컨디션이 아주 좋았고 힘있는 속구를 낮게 던지고 포크볼로 삼진을 낚아내면서 두산 타자들을 가뿐히 막아냈다. 이날 타격이 괜찮았던 민병헌이 삼진을 당했고, 오재원도 삼진으로 물러났으며, 박건우는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9회초 KIA 타선은 이현승을 맞아 나지완과 안치홍이 연속 볼넷을 얻어냈지만, 이범호가 땅볼로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한 채 어떻게든 틀어막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에 김기태 감독은 초강수를 띄우는데, 다름아닌 양현종을 등판시킨 것. 양현종의 등판은 '다음은 없다, 무조건 여기서 끝낸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하필 2차전에서 양현종에게 안타를 쳐냈던 김재환, 오재일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 KIA 입장에선 절체절명의 위기, 두산 입장에선 5차전 승리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뒤엎을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양현종이 실점을 해서 동점이 되거나 역전을 시켜서 6차전까지 가게 된다면 KIA는 이후의 선발 투수 로테이션이 꼬여버리게 될 수 있었다. 팻딘이 있긴 했지만 과연 3일 쉬고 6차전에 등판하면 승부를 장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던 데다가 무엇보다도 우승을 잡기 일보 직전에서 미끄러지게 되면 분위기는 당연히 두산 쪽으로 흘러가게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
양현종 본인의 말로는 원래는 등판할 예정이 없었다고 한다. 김기태 감독이 한번 몸을 풀어보라고만 해서 불펜 투구를 했는데 이후 9회 말 등판이 결정되었다는 것. 김기태 감독의 생각은 9회초 공격을 보고 김윤동, 임창용으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가 추가득점에 실패하고 상대 타선이 중심타선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날 컨디션이 좋은 김윤동이라 해도 부담감 때문에 한점 차를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 임창용의 경우는 김재환, 오재일이 왼손 타자이기 때문에 임창용의 공을 통타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산도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잠실 5차전을 방심하다 내주었고, 결국 대구 원정에서 기세가 오른 삼성을 막아내지 못해 다 잡은 우승을 놓쳤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을 안고 시작한 9회말, 김기태는 양현종뿐만 아니라 김주찬을 우익수, 이명기를 좌익수로 옮기고 1루수에 서동욱, 2루수 고장혁, 그리고 3루수에 김주형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하여 1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현종은 김재환에게 부담을 느꼈는지 볼넷으로 출루를 시켰고 다음 상대는 하필이면 2차전에서 양현종에게 멀티 히트를 친 오재일. 그러나 오재일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조수행은 어떻게든 빠른 발을 이용한 기습번트를 시도할 게 분명했고, 1구에는 실패했으나 2구째 역시나 번트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범호 대신 대수비로 들어와 있던 김주형이 번트타구를 잡아 1루가 받을 수 없는 송구를 해버리는 바람에 1사 2, 3루라는 위기를 맞고 말았다. 결국 KIA 배터리는 다음 타자인 허경민을 고의사구로 1루로 내보내고 만루를 만들게 된다. 다음 타자 박세혁이 친 몸쪽공은 먹힌 타구가 되면서 김선빈이 인필드 플라이로 잡아냈고 운명의 2사 만루에서 대주자로 들어왔던 김재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양현종이 던진 초구가 곧바로 포수 파울 플라이가 되었고, 이 타구를 김민식이 잡아내면서 천신만고 끝에 KIA 타이거즈가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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