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번 시즌은 어떤 시즌보다 힘겹게 시작된 특별한 시즌입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여파로 5월까지 시즌 개최 여부도 불투명했고 겨우 시즌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LG 트윈스에게는 창단 30주년의 해이기도 하기 때문에 창단 당시 우승을 거머쥐면서 모기업의 사명까지 바뀌게 만들었던 이 야구팀에게는 더더욱 특별한 해입니다. 그래서인지 2020년 창단 30주년을 맞이하여 올시즌 우승을 거머쥐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는데 개인적으로는 5강권은 가능하겠지만 우승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KBO가 10구단체제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팀은 초반이나 중반까지는 반짝할 수 있겠지만 긴 시즌을 치루다보면 결국 순위싸움에서 밀리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적은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시즌 가장 무서운 팀은 키움 히어로즈, 다크호스가 될 팀은 NC 다이노스라고 예상했습니다. 작년 키움과 NC는 불펜진이 두터웠을 뿐 아니라 젊었고 야수 백업도 탄탄하고 여러모로 짜임새가 있어보였습니다.
키움의 타격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고 조상우라는 클로저가 건재함을 보여줬으며 NC는 나성범이 없는 가운데에도 양의지의 영입 이후 의외의 펀치력을 보여준 선수가 많던 2019시즌이었습니다. 특히 NC는 타선의 핵인 나성범이 돌아오고 외국인 선발들만 제대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정상을 노릴 수도 있는 전력이라고 봤습니다.
두산 베어스나 SK 와이번스는 아무래도 최고의 에이스 투수들이 이탈했기 때문에 전력이 약화됐다고 봤습니다. 이 점만 보고 LG 트윈스 입장에서는 우승권 도전도 가능하다고 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과하게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보는데 일단 타격 경쟁력에서 타 우승권 팀에 비해 밀리고 누구와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1선발 에이스가 없으며 백업이 부족해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여기에 고우석이나 정우영 같은 어린 투수들이 작년에 보여줬던 활약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라붙습니다.
시즌이 20경기를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놀라운 팀은 NC 다이노스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구창모의 시즌 MVP급 활약과 부상으로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나성범의 맹활약에 힘입어 단독 1위를 하고 있습니다. LG 트윈스도 외인타자 라모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비난을 받던 유격수 오지환과 작년에 힘들게 영입한 3루수 김민성이 탄탄한 내야 수비를 보여주고 베테랑 2루수 정근우와 백승현, 홍창기 등 백업의 성장으로 작년보다 타격이 살아났으며 선발로 전환한 정찬헌과 신인 이민호의 예상외의 활약으로 초반 자가격리로 제 컨디션을 못 찾고 있는 외인 투수들의 부진을 메꿔가면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큰 위기 없이 순항중이던 류중일 호였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현충일 시리즈 결과가 초반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윌슨과 켈리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고 초반 1~2경기 호투하던 차우찬과 임찬규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우석이 없는 불펜은 순항 중이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간 라모스의 괴물 같은 활약으로 이긴 경기가 많았지만 한 선수가 한 경기도 쉬지 않고 그런 활약을 할 순 없습니다. 라모스가 부진한 경기들을 살펴보면 LG 타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이형종의 부상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이 상황에 이형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때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LG 타선의 뎁스가 우승을 노리는 팀치고는 빈약한 편이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초반 부진을 딛고 타선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와 작년에 안 좋은 기억을 남겼던 고척에 맞붙어 위닝 시리즈 이상을 만든다면 더 높은 도약을 노려볼 수도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한 경기도 잡아내지 못하고 스윕을 당한다면 반대로 내리막을 탈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경기는 LG 트윈스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어제 라모스의 홈런 말고는 이렇다 한 득점루트를 보여주지 못한 LG는 올시즌 고전하는 이승호를 상대로 볼넷 5개를 얻어내고도 겨우 3점 밖에 내지 못하면서 박병호와 박동원을 선발에서 제외한 키움과 차이를 벌리지 못하고 팽팽한 경기를 이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윌슨은 근 2년간 여름에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면서 투구 수에 관계없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다가 7회 들어 갑자기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1사 만루의 위기를 만들었고 이는 바로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투구 수는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인지 시즌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걸 보면 윌슨의 체력이 정상이 아닌 것은 확실한 느낌입니다.
정우영은 구위는 좋았지만 제구와 수비에서 문제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만루에서 나온 폭투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마무리로 올라온 이상규는 첫 터프 세이브에서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앞으로의 등판에 큰 숙제를 남겨줬습니다. 무엇보다 두 경험 적은 투수를 리드하는 유강남의 리드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아무리 공의 움직임이 좋다지만 좋은 포구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투수에게는 불안감을 상대에겐 희망을 보여줬고 직구가 강점인 이상규에게 변화구를 요구하면서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홈런을 맞더라도 마무리는 자신의 강점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비록 고우석 같은 강력한 직구는 아니더라도 하위타순을 상대로도 자신의 무기인 직구로 맞붙을 수 없다면 한 시즌을 이끌어가는 마무리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우승을 노리는 팀의 마무리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직구 위주로 자신감 있게 승부하다가 블론을 당했다면 상대를 칭찬해줬겠지만 수비 에러와 제구가 안되는 변화구로 승부하다가 진 경기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우리팀을 비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일 경기는 매치업은 차우찬과 한현희입니다. 키움은 오늘 중심타선과 필승조가 등판하지 않고도 손쉽게 시리즈 2승째를 따갔습니다. 차우찬의 호투와 타선의 도움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됩니다. 긴 시리즈를 치루다보면 상승세와 하락세를 탈 때가 있는데 현재 LG 트윈스는 하락세, 키움 히어로즈는 상승세입니다. 우승을 목표로 하려면 이런 하락세에서도 최소 한 경기는 가져와야 합니다.
불펜 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의 현재 순위는 단독 2위 입니다. 초반 NC와 투 톱이란 말을 들었던 LG의 현재 순위는 두산에 한 경기 뒤쳐진 3위입니다. 역시 하루 아침에 팀이 바뀌진 않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든 이기는 팀이 강 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LG 트윈스는 같은 서울 팀인 두산과 키움에게 아직 배워야할 점이 많습니다. 시즌 시작 후 가장 큰 위기를 맡고 있는 LG 트윈스가 이번 위기를 잘 넘기고 한단계 더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 > 그 때 그 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등을 위해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한 LG 트윈스, 영건들이 보여준 희망 (0) | 2020.06.23 |
---|---|
LG 트윈스 차우찬을 대체할 수 있는 3선발을 찾을 수 있을까? (0) | 2020.06.20 |
18연패를 끊은 한화와의 대전 원정 맞대결 이겨낼 수 있을까? (0) | 2020.06.14 |
'류중일 600승' LG 트윈스, 장단 16안타 김광현 상대로 1위 SK에 6-4 승리 (0) | 2019.08.31 |
LG 트윈스, NC에 2-5 패... 연승 행진 마감~ 이동현, KBO리그 역대 12번째 700경기 출장 달성! (0) | 2019.08.23 |
부상 복귀한 윌슨 부진투, LG 트윈스 0-14로 키움 히어로즈에 대패 (0) | 2019.08.15 |
차우찬 통산 100승 달성, LG 타선 맹활약으로 KIA 17-4로 대파 (0) | 201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