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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물론 144경기를 하다보면 선발, 불펜 모두 부진해서 대패하는 날도 몇 경기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단지 한 경기 패배한 것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려하던 모습들이 생각보다 일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확실히 올 시즌 LG의 1~3선발은 제 컨디션이 아닙니다. 지금은 6월 중순이지만 사실 코로나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걸 생각한다면 보통 시즌 5월 초중순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벌써 투수들이 지칠 시기는 아니라는겁니다. 외국인 투수들은 중간에 코로나의 영향으로 훈련 공백이 생긴 탓에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지만 차우찬은 조금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차우찬의 투구수는 일반적인 투수들보다 훨씬 많은 편입니다. 삼성 시절 불펜과 선발을 오가면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한 탓에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LG에 와서도 어려운 상황에 무리하게 이닝을 소화하다가 결국 무리가 생겨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거액을 받고 FA로 온 선수였기 때문에 여러모로 부담이 있었을텐데 식물 타선을 근 몇 년간 투수력으로 이끌고 오던 팀컬러 때문에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쉬고 싶다는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겁니다. 사실 지난 3년간 LG의 경기를 봐왔던 사람이라면 이번 경기에서 차우찬이 보여준 모습에 욕하기 쉽지 않았을겁니다. 여하튼 확실히 차우찬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닙니다. 시즌 후에도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수술 후에도 예상 복귀 타이밍보다 빨리 돌아오면서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몸의 노쇠화 때문인지 확실히 전성기때의 강속구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마 차우찬 본인이 가장 자신의 모습을 잘알고 있어서인지 사실 작년부터 투구 스타일에도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전의 제구는 안되지만 강력한 구속과 구위를 앞세운 직구 위주의 피칭이 아닌 관록을 앞세운 제구에 신경쓰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의 클래스에 올라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 후에도 좋은 성적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에는 큰 기복을 보이면서 종종 불안한 모습이 있었고 결국 두산전에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차우찬이 원래 기복이 심했던 투수였던 건 맞지만 이정도로 문제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19일 경기에서 차우찬은 제구뿐만 아니라 구위에도 문제를 보이면서 그야말로 난타를 당했습니다. 차우찬의 뒤를 이어나온 김대유도 두산의 타선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LG는 1,2회에만 무려 13실점을 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LG는 주중 3연전 꼴찌 한화를 상대로도 대량 실점을 했던 투수진이고 두산이 주중 3연전에서 상대했던 삼성 투수진은 리그 최강의 모습을 보여줬었고 2018시즌 1승 15패라는 치욕적인 상대전적으로 인한 심리적인 우월감이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모습은 차우찬이 정상적인 몸상태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어제 경기에서 그 정신없는 와중에 제구가 안된 공이 또 정주현의 손등을 맞는 것을 보고 이용찬의 공에 맞은 이형종이 오버랩되면서 도대체 이 팀만 만나면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악재가 겹쳐서 생기나 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차우찬의 구속이었습니다. 올 시즌 차우찬의 직구 구속은 140km가 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팀으로 갈 것까지 없이 당장 작년과 비교해 올 시즌 직구 구속이 3~4km 떨어진 윌슨이나 직구 구속이 140km가 나오지 않는 임찬규가 부진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투수에게 직구의 구속은 제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코칭스탭도 구속이 빠른 투수는 제구에 어려움은 겪더라도 어떻게든 다듬어서 많이 기용하려는 노력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타자들의 반응속도 때문입니다. 아무리 변화구가 좋더라도 어느정도의 구속을 가진 직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간혹 직구 구속이 느리더라도 볼끝의 변화나 핀포인트 제구, 구속의 변화 차이를 무기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투수도 있지만 흔한 케이스는 아닙니다. 카운트를 잡기에 구속 빠른 직구만큼 효율적인 무기가 없습니다. 직구가 살아있어야 유인구로 쓰는 변화구도 효과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차우찬의 경우 직구로 카운트를 잡기에는 제구와 구속 모두 부족했고 변화구에 초점을 맞춘 두산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습니다. 결과는 1이닝 8실점.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변화구에도 속지 않고 한 템포 기다렸다가 컨택 위주의 스윙으로 쉽게 단타를 만들어낸 겁니다. 2019시즌 수술 후 복귀한 차우찬의 직구는 이전 같은 140km 중후반대는 아니었지만 140km 초중반까지는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작년보다 3~4km 직구 구속이 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애당초에 제구를 무기로 사용하던 투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직구의 구속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우찬을 대체할 선발이 있느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로선 찾기 쉽지 않습니다. 작년 시즌 전반기에 깜짝 활약을 보여준 이우찬은 최근 부상 복귀 후 불펜으로 나온 경기에서 제구에 어려움 겪고 1이닝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고 후반기 활약했던 김대현도 수술 후 예전과 같은 구속과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LG는 윌슨, 켈리, 차우찬이 3선발 체제를 공고히 하는 가정하에 4,5선발을 발굴해 우승에 도전하는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차우찬이 계속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투수진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직 시즌의 4분의 1이 겨우 지난 현 시점에서 타선에 이어 불펜, 선발까지 우려하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는 LG 트윈스. 현재 순위에 비해 선수단의 상황을 보면 오히려 언제 추락할지 위태위태하기만 합니다. 아직 재정비되지 못했던 한화와의 맞대결에서 스윕을 거둔건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합니다. 2018년과 같은 추락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선발진의 안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기아나 삼성과 같은 새로운 얼굴을 통한 반등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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