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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잠실야구장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박용택의 2500안타가 나왔습니다. KBO 역대 최초 2500안타 타자가 탄생한 것입니다. 비록 타점을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팀이 꼭 안타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대타로 나와서 벼락같은 2루타를 만들어내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결국 팀이 연장 끝에 패배하면서 대기록을 크게 축하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오늘의 선발 매치업은 완벽한 삼성 라이온즈의 우세였습니다. 삼성의 선발 투수는 후반기 들어 막강한 구위와 제구로 리그 정상급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용병 라이블리였고 LG 선발 투수는 이제 갓 데뷔한 루키 남호였습니다. 좌완이라는 이점과 신인의 낯설음을 기대해봐야 하는 매치업이었습니다.
생애 첫 선발 등판한 투수였기 때문에 첫 타자와의 싸움이 중요했는데 1회부터 삼성의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내야안타를 내주면서 시작이 좋지 못했고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연속으로 주자를 내보내면서 무사만루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일언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 후 삼진을 잡아내면서 제 모습을 찾았고 희생플라이와 삼진으로 이닝을 끝내면서 단 1실점으로 1회 초를 마치는 빼어난 피칭을 보여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수비 실책으로 운좋게 1회말 공격에 바로 동점을 만들면서 루키 남호는 점점 더 눈부신 피칭을 보여줬습니다. 자신감을 찾은 남호는 이후 등판한 2회부터 5회까지 한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4이닝을 삼자범퇴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상대 투수 라이블리도 뛰어난 피칭을 했지만 남호도 이에 밀리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줬고 결국 5회말에 LG에게 1실점을 추가로 하면서 LG가 리드를 잡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일요일 등판을 위해서인지 첫 선발 등판이어서였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호는 78구만 던지고 5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다음 투수에게 넘겨줬습니다. 9월 중순 이후 계속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던 불펜이었지만 오늘은 호수비와 함께 이정용과 정우영, 최동환이 연이어 호투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라이블리가 7이닝동안 2실점만을 내주는 활약을 하면서 이닝을 끌어줬고 이어나온 불펜도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서 2-1의 팽팽한 스코어는 9회까지 이어졌습니다.
1회를 제외하면 8회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LG의 마운드는 마지막 9회에 무너졌습니다. 9회에 마무리로 올라온 고우석은 제구난조를 보이면서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후속타자 삼진으로 잘 잡고도 또 한번 볼넷을 내주면서 1사 만루를 만들어버렸고 결국 강민호에게 외야 희생플라이를 맞으면서 동점 허용했습니다. 역전은 막아냈지만 남호와 불펜진의 활약이 빛바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동안 제구에 애를 먹던 정우영이 호투를 한 경기에서 이번에는 고우석의 제구에 문제가 생기는 이 극악의 팀 밸런스 때문에 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LG 트윈스에게는 9회말이 남아있었습니다. 첫 타자 김민성이 바뀐 투수 이승현에게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선제압에는 실패했지만 후속타자 유강남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습니다. 게다가 9번타자 2루수 구본혁의 타석에서 대타로 등장한 박용택이 자신의 2500안타를 벼락같은 2루타로 달성하면서 1사 2,3루를 만들었고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드라마를 위해 9회 초에 그렇게 힘겨웠나 생각하던 차에 삼성의 신들린 듯한 투수교체 작전에 말려든 LG 타자들은 이 천금같은 기회를 단 6구만에 날려버리고 연장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루키의 호투와 노장의 투혼이 사라지고 넘어간 연장전은 삼성의 시간이었습니다. 불안불안하게 10회와 11회 초의 실점 위기를 넘긴 LG는 결국 12회 초 선두타자에게 던진 실투 하나가 홈런으로 이어지면서 또 한번의 역전패를 당하게 됐습니다.
9월 중순 들어 LG 트윈스는 균열이 시작됐습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서 완전체가 될거란 기대를 품었던 타선은 한두번 반짝했을 뿐 활약이 꾸준히 이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그동안 좋았던 팀밸런스가 붕괴되어 버렸습니다. 돌아온 부상선수들은 공격에서 부진할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에러를 보여주면서 패배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그 영향으로 투수들도 선발과 불펜에서 엇박자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LG는 그동안 힘들게 버텨온 불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투수가 없습니다. 이맘 때쯤 다시 폼이 돌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김지용과 이상규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고 그 외에도 2군에서 불러 쓸 투수가 없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부진했던 김진성과 임창민 같은 이전 마무리 출신 선수들의 부활과 트레이드로 이적한 문경찬 등이 불펜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NC의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NC는 이 새로운 불펜의 힘을 통해 9월 중순 이후 반등을 이뤄냈습니다.
불펜 뿐만 아니라 선발 투수와 야수들도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최근 경기에서 수비실책과 타선의 침묵이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리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만큼 모든 팀 선수들이 힘든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144경기 체제에 코로나로 인한 유래없는 타이트한 일정을 치루다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LG는 쓸놈쓸이라는 주전 위주의 라인업을 짜는 류중일 감독의 팀입니다. 이런 팀운영은 장점도 많지만 그만큼 선수들이 버텨주지 못하면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즌내내 위기때마다 체력안배나 백업선수의 활용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최근 불펜이 결정적인 경기에서 점수를 내주면서 더더욱 그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심신이 피곤한 이시기에 역전패는 곱절의 피로감을 불러옵니다. 잠실 홈경기에서 9월 18일 롯데를 상대로 내줬던 역전패와 20일 두산을 상대로 내줬던 역전패는 부상선수들 복귀 후 반등하려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고 24일 창원에서 벌어진 NC와의 경기에서는 8대 1의 큰 점수차에도 역전패를 당하면서 카운터 펀치를 맞아버렸습니다. 이후 NC는 연승을 달리기 시작했고 LG는 키움과 NC를 따라가던 동력을 잃고 부진하고 있습니다.
그 충격을 생각할 때 여기까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번주 상승세였던 롯데와 KT와의 혈전에서 3승이라도 따낸 건 정말 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파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윌슨은 팔꿈치 부상으로 최소 2주간 팀을 이탈하게 됐고 라모스도 발목 부상으로 남은 시즌을 정상적인 상태로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차우찬의 복귀도 기대할 수 없는 LG는 이제 2~3위 싸움이 아니라 가을야구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버렸습니다.
남은 경기들 모두 쉽지 않은 경기입니다. 선수단의 현재 상황이나 대진표로 볼 때 절대 긍정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비록 LG 트윈스가 충격적으로 가을야구 탈락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2500안타를 기록한 박용택의 역대 최다 출장기록 갱신 여부와 마무리, 라모스의 40홈런 달성여부, 홍창기나 이민호 같은 새로운 주전으로 선수단에 합류한 신인들의 성장하는 모습들을 기대해보면서 끝까지 응원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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