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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는 2021시즌도 이미 실패한 시즌이라고 판단됩니다. 사실 작년이나 올해나 절대 우승에 도전할 전력이 아니었습니다. 암흑기에도 보이지 않는 경영진의 입김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투자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단 운영으로 팀이 황폐화 되어 있었습니다. 팀을 위해 희생한 베테랑들을 홀대했고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감독을 잘라냈고 유망주에 지나친 기대를 하다가 성장하기도 전에 그들의 미래를 망쳐버렸습니다.
선수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름값만 보고 FA나 트레이드를 해댔고 결국 먹튀를 당하거나 부메랑으로 역풍을 맞고 상처를 입곤 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이나마 육성의 중요성을 알아가면서 2군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FA로 영입한 선수들도 쏠쏠한 활약을 하면서 포스트시즌도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DTD라는 치욕스러운 용어도 만들어내고 박병호라는 역대급 트레이드를 역사에 남기면서 변함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11년만에 가을야구도 경험했고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육성한 선수들이 하나둘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뎁스도 두꺼워지고 전력이 상당히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개인적으로 불편한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우승이라는 단어였는데 바로 김칫국부터 마시던 과거가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DTD와 함께 비웃음의 대상 중 하나였던 '올해는 다르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바로 조급함의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이 문장이었습니다.
LG 트윈스의 전력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우승을 장담할 정도로 탄탄한 전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타격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수비와 투수력이 좋은 팀이 우승한다지만 투수진이 빼어난 성적을 낸 2017년 시즌에도 최악의 타격으로 가을야구를 실패한 기억이 있고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우승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정도 뚜렷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을 상수라고 봤을 때 사실 LG 트윈스는 장타력이나 타격면에서 우승하기에 택도 없는 팀입니다. 김현수, 채은성 말고는 근 5년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준 타자가 없고 그나마 유강남이나 양석환, 오지환 같은 타자들이 상수들이었고 나머지는 다 변수였습니다.
홍창기나 라모스, 이형종, 이천웅 같은 타자들은 사실 1년 정도만 제대로 한 시즌을 보냈거나 몇 년을 출전했으나 한 시즌도 풀타임을 제대로 채워본 적이 없는 타자들이었습니다. 한창 화제가 됐던 정주현을 제외하더라도 타자 쪽은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타 팀에 비해 상수로 볼 때 장타력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투수쪽으로 보더라도 선발 투수쪽에 상수는 켈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아레즈가 아무리 유명한 투수라고 해도 지난해에 거의 투구를 하지 않았던 투수가 풀타임을 뛰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국내 투수도 작년에 가능성을 보여준 투수들이 좀 많았을 뿐이었습니다.
4강 싸움은 가능한 전력이지만 우승을 할 전력은 아니었습니다. 변수가 모두 터져야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은 진정한 전력이 아닙니다. 그런 IF가 들어가면 어떤 팀이든 다 우승할 수 있습니다. 차명석 단장도 이 의견에는 동의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승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나마나 또 다시 경영진의 압박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조급함이 생길 때마다 LG 트윈스는 최악의 트레이드를 하곤 했습니다. 송신영과 박병호의 트레이드도 그 조급함 속에 나왔고 이번 함덕주-양석환의 황당한 트레이드, 서건창-정찬헌의 트레이드도 조급함 속에서 나왔습니다.
LG 트윈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장타력을 갖춘 타선을 키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구장을 쓰는 두산의 경우 우즈, 김동주를 제외하더라도 이성열, 홍성흔, 최준석, 김재환, 오재일, 최주환 등 일발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즐비하게 나왔고 그 장타력을 발판으로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포스트시즌을 진출하기 전까지는 이 장타력이 없이도 충분히 승부를 할 수 있습니다. 수준 낮은 투수들이나 수비력이 낮은 팀을 만날 때는 단타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알아서 볼넷이나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준급 투수들이 맞붙는 포스트시즌은 다릅니다.
장타력이 없으면 결정적인 경기에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안타가 적게 나오기 때문에 한 방으로 타점을 올려야하는데 LG 트윈스는 장타력이 없기 때문에 이 중요한 경기마다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고 결국엔 패배하고 또 타선이 침체에 빠지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거포를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똑딱이를 키우는 건 쉽지만 거포를 키우는 건 어렵습니다. 몇 년간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이대호도 박병호도 최정도 처음부터 홈런왕은 아니었습니다. LG와 다른 팀들의 차이는 거포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LG의 가장 큰 문제는 준비도 안 된 선수를 4번에 세우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1할을 쳐도 꾸준히 한 시즌동안 안정적인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둘 중 하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급하게 선수를 몰아세우지 않거나 아니면 준비가 될 때까지 4번 타자가 아닌 하위타순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주던가 해야합니다.
최근에는 그런 일이 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도 이재원을 4번에 넣고 이번에 못하면 스타팅 제외라는 식으로 코치진에서 압박을 줬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또다시 거포 유망주 한 명을 망쳐놓으려는 속셈인지 아니면 아직도 뭐가 문젠지 모르는 건지 정말 처참한 상황입니다.
함덕주-양석환 트레이드 소식을 듣자마자 또 한번의 실수라는 걸 알았습니다. 양석환은 1루의 준수한 수비, 중요한 순간에 타점을 올리는 장타력을 갖춘 선수인데 라모스 하나만 믿고 트레이드를 했기 때문입니다. 상대는 구속이 140KM도 나오지 않는 함덕주였습니다.
상수 중 하나였던 내야수 양석환을 버리고 변수였던 라모스, 이형종에게 장타력을 기대했던 차명석 단장, 결국 두산만 살려줬습니다. 도대체 함덕주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기껏 3선발로 자리잡은 정찬헌을 연투가 안된다는 이유로 또하나의 변수인 서건창과 트레이드를 했습니다.
양석환을 버린 결과 1루에는 구멍이 생겨서 시즌 내내 고생하고 있고 장타력도 부족해 번번히 득점 찬스를 날려버리는 가운데 변수인 이상영 같은 선발투수들을 믿고 트레이드를 한 결과 그나마 버티던 선발투수들도 차례로 무너지면서 투수진에도 구멍이 생겨 이도저도 아닌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나 양석환은 트레이드 이전에 두산에게 굉장히 강했던 타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습니다. 다행히 이번 시즌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지만 후반기 들어 결승타 한번에 홈런 한 방 등 그 해결사 본능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조급함에서 온 실패라고 봅니다. 오히려 트레이드 없이 원팀이 되어 시즌을 치뤄냈다면 지금의 순위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겁니다. 지금의 LG 트윈스는 동력을 잃었습니다. 라모스의 실패를 양석환이라는 상수로 메꿀 수 있었다면 보어 같은 허접한 외인 데려와 후반기를 망쳐버리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혹자들은 양석환이 트레이드 된 덕에 문보경이나 이재원 같은 타자들이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양석환이 있었어도 문보경이나 이재원은 올시즌 정도의 기회는 얻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외인을 데려오기 힘든 코로나 시즌을 생각했더라면 국내타자인 양석환을 절대 보내지 않았어야 합니다.
우승을 노리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승 때문에 당장 안될 전력을 어떻게든 마법처럼 바꿔보려고 수를 쓰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 도박은 반드시 실패하고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미사여구를 덛붙여 꾸며봤자 결국에는 다 들통나게 되어 있습니다. 제발 앞으로는 그런 조바심 내지말고 제대로 우승을 향한 전력을 구성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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